전여옥·유승민·김무성 등 박근혜 대표 시절 당직자와 영남 의원이 주축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줄곧 “절대로 계파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말해 왔다. 실제 당 안팎에는 ‘박근혜 계파’또는 ‘박근혜 사조직’이 없다는 게 정설이다.

그럼에도 박 전 대표를 지지ㆍ옹호하는 이른바 ‘박(朴)의 사람들’은 존재한다. 지난 2년 ‘박근혜 대표’시절, 박 전 대표와 손발을 맞춘 주요 당직와 일부 영남권 의원들이 대표적 우군이다.

그중에서 대변인 출신의 전여옥 최고위원, 비서실장을 지낸 유승민ㆍ유정복 의원, 김무성 전 사무총장, 이성헌 전 의원 등은 확실한 ‘박근혜맨’으로 꼽힌다. 이들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신뢰는 이미 검증단계를 거쳤다는 게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전여옥 최고위원은 박 전 대표를 가장 극렬히 비난했던 안티에서 최측근이자 최고예찬자로 변신한 케이스. 전 최고위원은 대변인이던 2004년 총선에서 박 전 대표와 함께 전국을 누비면서 그에게 매료됐다고 한다.

박 전 대표 역시 “다음 대통령은 대학 나온 사람이 돼야 한다”는 등 문제 발언으로 자주 물의를 빚어온 전 최고위원을 감싸왔다.

전 최고위원은 5ㆍ31 지방선거에서 박 전 대표가 ‘문구용 칼’테러를 당해 유세를 못하게 되자 대신 13일 동안 하루 평균 15차례 이상 연설을 하는 강행군을 펼치는 등 박 전 대표의 전위부대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7ㆍ11 전당대회에서 전 최고위원이 예상을 깨고 4위로 최고위원에 당선된 데는 ‘박의 전사(戰士)’ 라는 이미지가 당내에 크게 작용했다는 평이다.

이회창 전 총재의 최측근이었던 유승민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연설 작성을 도와주고 현안에 대한 조언을 하면서 가까워진 경우.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이 된 뒤에는 정무ㆍ기획ㆍ연설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박 전 대표를 보필, 신뢰를 쌓았다. 유 의원은 당직 개편 이후에도 박 전 대표 ‘측근’으로 꼽혔으며 7ㆍ11 전대에서는 박 전 대표를 앞세워 강재섭 대표를 당선시키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상대후보 진영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기도 했다.

유승민 의원에 이어 비서실장에 발탁된 유정복 의원도 박 전 대표와 전혀 개인적 인연이 없었지만 비서실장이 되면서 박 전 대표 사람으로 변신했다.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비서실장을 맡아서 지근거리에서 수행하다 보니 박 전 대표가 정말 대단한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유 의원은 지금도 당내 소통이나 대선 준비와 관련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박 전 대표를 보좌하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가신(家臣) 출신인 김무성 의원은 전여옥ㆍ유승민 의원과 함께 흔히‘친박(親朴) 3인방’으로 불린다. 김 의원은 자타가 인정하는 PK(부산ㆍ경남)지역의 대표적 친박 인사로 사무총장을 하면서 당내는 물론 전국 곳곳에 ‘박근혜 사람’을 심는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김 의원이 1월 12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재오 의원에게 패한 것이나 이후 7월 13일 경선에서도 김형오 원내대표에게 밀린 것도 ‘친박파’라는 이미지가 강해 견제를 받았기 ??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김 의원은 현재 당직을 맡지 않으면서 박 전 대표의 대선 기반을 구축하는데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성헌 전 의원은 제2사무부총장 시절 민주계 출신인 김무성 의원과 함께 박 전 대표를 보좌하면서 ‘박근혜맨’이 됐다. 당의 소장개혁파 모임인 ‘미래연대’에서 활동한 이 전 의원은 원희룡 의원 등 당내 소장파들이 박 전 대표를 공격할 때 이를 맞받아치는 등 대항마 역할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7ㆍ11 전대 때는 ‘박심(朴心)’을 등에 엎은 강재섭 대표의 당선을 위해 좌석 배치 등 치밀한 전략을 구사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박 전 대표에 이어 7ㆍ11 전대까지 ‘24일 대표’를 역임한 3선의 김영선 의원도 ‘박근혜 사람’으로 분류된다. 김 의원은 과거 5인의 최고의원들, 특히 원희룡 의원 등이 박 전 대표에게 수시로 딴죽을 걸었을 때도 언제나 박 전 대표 편을 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이 지난달 29일 열린 경기도당위원장 선출 경선에서 선대본부 없이 단신으로 나서 남경필 의원에게 12표 차로 석패할 만큼 선전한 데는 친박 진영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변인을 맡고 있는 부산 출신 소장개혁파 유기준 의원은 박 전 대표와 젊은 개혁성향 의원들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유 의원은 2004년 10월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출입 기자단과 만찬을 할 때 합석, 참석자들 사이에서 “박 대표 회식 자리에까지 나올 정도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친박 인사로 통했다.

2004년 당내에서 처음으로 박 전 대표 ‘도우미’ 모임을 결성한 영남·수도권 출신 초선의원 10여 명도 박 전 대표의 든든한 원군이다. 회원은 곽성문(대구 중·남), 김태환(경북 구미을), 권경석(경남 창원갑), 김정훈(부산 남갑), 유기준(부산 서), 주호영(대구 수성을), 장윤석(경북 영주), 김충환(서울 강동갑) 의원 등으로, 유 의원과 곽 의원이 모임의 산파역할을 했다.

3선인 김기춘 의원은 지난해 6월 여의도연구소 대외비 보고서 유출 파문으로 윤건영 소장이 물러난 뒤 9대 연구소장으로 취임하면서 박 전 대표를 조용히 도운 것으로 전해진다.

당 안팎에서는 김기춘 의원을 좌장으로 김무성, 유승민, 전여옥, 유정복, 유기준, 곽성문 의원 등이 모여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강재섭 대표와 김형오 원내대표는 본인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친박’ 으로 분류된다.

박 전 대표와 서강대 동갑내기인 서병수 의원, 경제전문가로 박 전 대표와 수시로 상의하는 이혜훈 의원, 7ㆍ26 공천 등의 과정에서 ‘박심’ 논란을 일으킨 허태열 전 사무총장 등도 박 전 대표와 신뢰가 깊다.

7ㆍ11 전대에서 강재섭 대표를 지원한 황우여 사무총장, 나경원 대변인, 김성조 전략기획본부장, 김학송 홍보기획본부장 등도 ‘친박파’에 속한다. 소장파들이 박 전 대표를 공격할 때 자주 방어에 나서는 이규택 의원과 대변인을 지낸 한선교 의원도 ‘친박’이다.

이한구ㆍ이종구ㆍ최경환 의원은 경제문제에 대해 박 전 대표에 조언을 하고, 장윤석 의원은 각종 법률 자문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TK(대구ㆍ경북) 의원 중에는 이해봉ㆍ박종근 의원이 박 전 대표와 가깝다. 호남 출신으로는 2년2개월 동안 최장수 부대변인을 하고 18일 사임한 이정현 전 부대변인이 대표적인 ‘박근혜맨’이다.

당 밖에도 박 전 대표를 도와주는 그룹이 있다. 오래 전부터 박 전 대표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남덕우ㆍ신현확 전 총리와 김용환 전 자민련 부총재 등 원로그룹, 그리고 박정희 정권 시절 고위관료를 지낸 인사들과 그들의 자제들이 주역들. 이밖에 3만 명이 넘는 정수장학회 출신들의 모임인 ‘상청회’, 대학 교수들로 결성된 자문그룹도 박 전 대표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