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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 사모펀드] 베일속 사모펀드 실체는…
PEF(Private Equity Fund), 2년 전 관련규정 신설로 국내 활성화 길 열려… 투자자 등 아직 비밀



                                       ▲ 원유헌 기자


론스타, 뉴브릿지, 칼라일···.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굵직한 국내 기업들의 인수합병(M&A) 얘기가 흘러 나올 때마다 이들 세계적인 사모펀드(PEFㆍPrivate Equity Fund)의 이름은 어김없이 함께 거론된다. 기업의 M&A 과정에서 이들 PEF가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또 굳이 M&A까지는 아직 아니더라도 특정 기업의 대규모 주식 취득이나 대주주로 급부상하는 등의 뉴스에도 PEF는 마치 약방의 감초처럼 매번 등장한다. 잊을 만하면 깜짝깜짝 터져 나오며 일반인들을 놀라게 하는 PEF란 단어는 이제 친숙해진 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여전히 낯설기만하다.

PEF가 최근 뉴스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상반기에 출범하며 관심을 모았던 장하성 펀드가 태광그룹 계열 주식을 대거 인수하며 공식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주식을 인수한 태광그룹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장하성 펀드는 또다시 PEF를 이슈로 불러 일으켰다.

국내에서도 PEF 시대가 열린 지 2년째를 맞았다. 2004년 10월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이 개정될 때 사모투자전문회사에 관한 규정이 신설되면서 제도화된 국내 PEF는 아직까지는 걸음마 단계. 과연 PEF가 하나의 산업으로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나아가 금융 시장에서 PEF 전성시대를 열어 나갈 수 있을지도 여전한 관심사다.

미국에서 크게 발달한 PEF는 ‘사모펀드’란 말 그대로 ‘사적으로’ 만든 펀드라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때문에 일반 제도권 안에 들어와 있거나 법으로 규정돼 있는 공모 펀드와 달리 자율적으로 결성되고 활동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그래서 일부 돈 많은 개인이나 기관들이 자금을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 ‘부자들의 펀드’ ‘그들만의 펀드’라 불리기도 한다. 금융 시장에서 일부 소수가 그들만의 자금으로 활동하는데 굳이 정부나 공공의 규제를 받을 이유가 없다는 의미에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PEF가 법에 규정돼 제도권 안에 들어와 있다.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제144조에 규정돼 있으며 정확한 명칭은 ‘사모투자전문회사’. 144조 2항부터 18항까지는 PEF의 신설과 등록, 운용 등에 관한 제반 규정을 담고 있다.

외국과 달리 국내에서 PEF가 ‘지극히 사적인’ 펀드임에도 제도권에 편입돼 있는 이유는 까다로운 금융 관련 법규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인정된 금융기관을 제외하고는 ‘유사 수신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PEF도 엄밀히 따지자면 ‘개인들 간의 불법 금융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PEF에 관한 법령이 제정되면서 PEF, 즉 사모투자가 합법화된 것이다.

이 규정 신설 전까지 실제 시장에서 PEF와 유사한 사모투자가 있었던 것도 사실인데 굳이 법으로 따지자면 모두 불법이었던 셈이다. 때문에 2년 전 관련 규정이 생기면서 국내에서도 PEF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부정적 시각 불구, 금융 전문가들은 긍정적 평가

현재 금융감독원에 등록돼 활동 중인 PEF(사모투자전문회사)는 MBK파트너스, 맥쿼리코리아 오퍼튜니티즈, H&Q-국민연금1호, 미래에셋1호, 보고, 칸서스제1호 등 18개. 약정된 자금 규모는 4조4,000억원에 이른다. 지금까지 20개의 PEF가 태어났지만 이중 2개는 해산했다.

이들 PEF의 출자 약정액도 펀드 별로 천차만별이다. 적게는 125억원짜리부터 많게는 1조원이 넘는 곳도 있다. 출자를 약속한 금액은 4조4,000여 억원이지만 출자가 이행된 액수는 8,700억원 정도.

또 이들 18개의 PEF 중 4개 펀드는 아직까지 아무런 투자활동을 벌이지 못하고 있다. 그 4개 중 2개 펀드는 사실상 죽은 사모펀드로 분류된다. 통계상으로는 18개 등록 펀드에 속해 살아 있지만 아무런 모금 및 운용 활동을 전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 법상 정부 당국이 해산을 명령할 수는 없어 해산을 요청해놓고 있지만 내부 사정으로 아무런 연락도 없는 지경이다.

공교롭게도 현재 이들 사모펀드, 즉 PEF에 대한 평가는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PEF로서 자금 규모가 너무 적다’, ‘말만 PEF이지 투자 실적이 미미하다’, ‘PEF 숫자도 별로 많지 않다’ 등이 그동안 신문 지면을 장식해 온 PEF에 대한 평가들. 때문에 투자자들도 PEF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회의적인(?) 시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 시장 전문가들은 이에 반해 “만 2년도 안 돼 4조원 이상의 자금이 모여들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펀드 역사가 50~60년이 넘은 미국 시장을 기준 삼아 비교하니 보잘 것 없어 보인다는 것. 때문에 ‘만 2년도 안 된 국내 PEF 시장에서 미화로 40억 달러 이상의 돈이 모였다는 것은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고 이들은 입을 모은다.

등록된 이들 18개 펀드가 지금까지 자금을 쏟아 부은 기업은 현재 21개로 집계돼 있다. 이중 9개사는 모두 지난해 이들 펀드로부터 투자된 기업들이다. 그럼 이들 펀드는 각각 어느 기업에 얼마씩을 투자했을까?

하지만 아쉽게도 이런 내용들은 알 길이 없다. 말 그대로 사모펀드이기 때문에 어느 기업에 얼마나 투자하는지는 ‘그들만의 비밀’이다. 섣불리 정보가 누설됐다가 낭패를 보거나 투자자들 간에 이견이 생겨 펀드가 와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PEF가 특정 회사의 주식 50% 이상을 사면 그 사실이 부분적으로는 노출된다. 곧바로 그 회사의 지주회사가 돼, 이를 금융 감독 당국에 신고를 해야 되는 것. 신고 사유는 한마디로 금융 당국으로부터 지주회사의 의무를 면제 받기 위해서다.

PEF는 주식을 사들인 회사의 지주회사가 되기 위해 투자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주회사 요건을 갖추지만 신고만 하면 지주회사가 갖춰야 될 여러 가지 제반 의무사항을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

때문에 이 경우에 PEF는 투자의 정확한 실상이 금융 당국이나 해당 기업에 알려지게 된다. 지금까지 국내 PEF가 이렇게 투자한 기업만 현재까지 3개가 있다. 하지만 이들 회사가 어디인지는 여전히 일반에 미공개 사항이다.

국회에서도 이들 기업이 어디인지에 대해 금융감독원에 질의를 보냈으나 관련 법규상 공개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이들 PEF의 회사 협약 규정에도 제3자에게 투자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는다’고 적혀 있다.

국내선 태동기 지나 성장기로

이처럼 사모펀드(PEF)의 정확한 실체는 항상 베일에 가려져 있다. 누가 투자자인지, 누가 얼마를 투자했는지, 어느 기업에 어떤 목적으로 투자했고 어떤 과실을 거둬 어떻게 나눠 가졌는지는 항상 ‘그들만의 영역’으로 구분된다. 실제 국내 PEF 관계자들도 언론이나 일반에 공개되거나 나서는 것을 극히 꺼려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그럼 이들 국내 PEF는 과연 얼마만한 수익을 거둘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이들 PEF의 성적표로 바로 직결되는 문제다. 아쉽지만 그것도 ‘아직은 알 수 없다’이다. PEF의 특성상 돈을 모아 투자를 하고 기다렸다가 기업 가치가 오를 때 그 주식을 비싸게 팔아 수익을 거두는 것이 일생인데 지금은 아직 투자 초기단계에 머물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자산운용업무팀 박재흥 선임조사역은 “아직까지는 국내 PEF 시장이 초창기에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산업으로서 자리를 잡을 때까지 판단을 기다려 봐야 한다”며 “너무 급한 마음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시간 여유를 갖고 천천히 가는 자세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제 국내에서 태동기를 지난 PEF가 2~3년 후에는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는 일이다.





사모펀드와 PEF의 차이점


사모펀드, PEF(Private Equity Fund), 주식형 사모펀드 등···. 흔히 사모펀드와 관련된 얘기를 할 때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인데 듣다 보면 용어 사용이 혼재된 경우가 많다. 과연 그 차이는 무엇일까?

보통 금융 전문가들과 사모펀드에 대해 얘기하자면 우선 '무슨 사모펀드를 말하는 거냐'는 얘기부터 나오기 일쑤다. 사모펀드란 용어 자체가 워낙 다양하게 쓰이고 있어서다.

흔히 사모(私募)펀드는 공모(公募)펀드에 반대되는 개념을 지칭한다. 다수 공중(公衆)을 대상으로 돈을 모으는 공모와 달리 소수의 특정인들에게서 자금을 모은다는 뜻이다. 즉 공모가 아닌 모든 모금 행위는 일단 사모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사모펀드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우선 법적으로 크게 일반 사모와 사모투자전문회사(PEF)로 나뉜다.

좀 더 넓게 해석하면 나아가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나 벤처캐피털을 전문으로 하는 펀드까지도 광의의 사모펀드에 해당한다. 이 중 일반 사모는 사모간접투자기구를 가리키는 용어로 은행에서 판매하고 있는 '주식형 사모펀드'가 이에 해당한다. 단순투자 목적으로 여러 가지 주식에 포트폴리오(분산) 투자하는 펀드이다.

반면 PEF는 일반적으로 특정 기업의 주식을 대량 인수해 경영에 참여하는 등의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높여 되팔아 수익을 챙기는 목적의 펀드를 지칭한다. 보통 신문에 어느 사모펀드가 '어느 기업의 주식을 사들여 일약 대주주로 등장했다'거나 '특정 기업의 주식을 대거 인수,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는 등의 보도가 나오면 이들 펀드는 PEF인 것이다.

이처럼 사모펀드란 단어 사용이 복잡해진 이유는 한마디로 국내에 일반 사모와 PEF 두 가지가 시장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반 사모와 PEF 둘 다 관련 법령에 정식으로 규정돼 있는 사업 행위이자 용어들이다. 반면 사모펀드의 고장, 미국에는 PEF만이 말 그대로 사모펀드로 불린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사모펀드라는 단어는 워낙 넓은 범위를 포괄하는 광의적인 단어"라며 "시중에서 일반적으로 가리키는 이들 사모펀드(PEF)는 엄밀히 따지자면 사모펀드가 아닌 PEF로 불러야 한다"고 한결같이 주장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PEF는 사모투자전문회사란 긴 용어 말고는 아직까지 마땅히 다른 한국말이 없다. 신문 지상에 '사모펀드(PEF)'라고 주석을 달아 표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입력시간 : 2006/09/18 09:35




박원식 기자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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