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양미 '산처럼' 대표
윤양미 '산처럼' 대표
"자기 색깔로 틈새 공략하면 승산"

윤양미(43) 씨는 1인출판사 ‘산처럼’ 대표다. 1988년 출판계에 입문해 한길사와 역사비평사에서 8년 동안 편집자 생활을 하다 2002년 독립, ‘산처럼’을 세웠다.

“30대 후반 들어 출판의 앞날에 대해 고민하면서 누구의 간섭 없이 평생 만들고 싶은 책을 내고 싶었어요.”

한길사 출판사에서 편집ㆍ기획을 하고 그보다 작은 역사비평사에서 편집뿐 아니라 제작, 마케팅, 경리 등을 간접 경험한 것도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산처럼’이 최근까지 발행한 책은 모두 20권. 대부분 인문ㆍ역사서들이다. 첫 작품인 ‘세계 지식인 지도’(2002년)는 초판이 모두 팔리고 지금도 꾸준히 나가고 있다. 첫 출간의 성공은 윤 대표에게 자신감을 주었다.

이어 역사 에세이 ‘테이레시아스의 역사’9,000부가 넘게 팔렸고 TV 책소개 프로그램 ‘TV, 책을 말하다’에서 ‘올해의 책’으로 뽑혔을 뿐 아니라 문화관광부 추천도서로 뽑히기도 했다.

한길사에 있으면서 인연을 맺은 이오덕 선생의 에세이집 ‘나무처럼 산처럼’도 8000부 남짓 나갔고 문광부 추천도서로 뽑혔다. ‘가네코 후미코’평전은 최근 ‘KBS 스페셜’프로그램이 이 인물을 다뤄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밖에 ‘근대의 횡단, 매혹의 질주’,‘만철(滿鐵)’,‘신데렐라 천년의 여행’,‘단군, 만들어진 신화’,‘신세기 랩소디’,‘사유의 열쇠-철학’ 등 주목할 만한 역저들을 냈다.

윤 대표는 1인 출판이 자기 ‘색깔’을 갖고 틈새를 공략하면 승산이 있다고 말한다. 인문ㆍ역사서는 나름대로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크지만 현실적으로도 실용서에 비해 판매 규모가 크지 않고 영업도 큰 힘이 들지 않아 1인 출판에 적합하다고 평가한다.

윤 대표는 1인 출판의 어려운 점으로 어떤 책을 펴낼 것인가를 혼자 결정해야 하고 초기 자본 및 이후 자금 회전, 홍보ㆍ마케팅의 한계 등을 꼽았다. 특히 자금은 1인 출판의 생명줄과도 같아 ‘팔릴 수 있는 책’, 그러면서도 ‘가치있는 책’을 만들어야 하는 압박감은 상당하다고 했다.

‘산처럼’은 곧 일본 소수 종족인 아이누족의 문제를 다룬 ‘변경에서의 조망’과 우리의 식민 잔재를 통찰하는 ‘생활속의 식민주의’를 펴낼 예정이다.

박대종 '대종언어연구소' 대표
"홍보 힘들었지만 이젠 보람 느껴"

▲ 박대종 '대종언어연구소' 대표

‘대종언어연구소’는 출판 경험이 없는 박대종(43) 대표가 설립한 1인 출판사다. 박 대표는 편집,기획은 물론 제작, 홍보까지 직접 도맡아 한다.

박 대표가 출판사를 차린 것은 90년대 초다. 육군사관학교에 들어가(1982년) 중국어를 전공하던 박 대표는 한자와 씨름을 했다.

2000년 전 후한(後漢)의 학자 허신이 ‘설문해자’를 통해 문자의 구성체계와 어원에 대한 기록을 남겼고 이를 토대로 수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설명되지 않는 글자가 너무 많았다. 한자 해석에 미친 박 대표는 1991년 대위로 전역한 뒤 ‘선비 출판사’를 설립하고 이듬해‘한자핵(韓字核)’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이 책에서 그는 한자의 어원해설뿐 아니라, 한자를 만든 민족은 한족(漢族)이 아니라 바로 우리 민족(동이족)이라는 파격적인 주장을 폈다.

이후 중세·고대어를 연구하면서 그는 우리말과 영어의 연결고리를 발견했고, 95년 ‘뿌리 뽑힌 영어’라는 연구 결과의 일부를 공개했다. 일반인들이 영어 단어를 쉽게 배울 수 있게 해주는 학습서 개념으로 펴낸 것인데 반응이 좋았다.

박 대표는 99년부터 체계적인 연구 성과를 담아내기 위해 출판사를 ‘대종언어연구소’(www.hanja.com)로 변경하고 ‘나는 언어 정복의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시리즈를 펴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6권이 나왔고 앞으로 15권까지 펴낼 예정이다. 이 책에서 그는 우리말과 영어 간의 음운대응법칙뿐 아니라 우리말과 일본어, 일본어와 영어 간의 음운대응법칙까지 밝힘으로써 외국어 학습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대종언어연구소는 2005년 청소년을 대상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어우러진 정통 한자학습만화 '이지한자'와 ‘한자 마랑’을 펴냈다.

하지만 출판사가 영세하고 독자층이 한정돼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무엇보다 정통학자나 교수와 같은 ‘간판’이 없다보니 홍보ㆍ마케팅에 애를 먹었죠.”

다행히 중국의 동북공정 등으로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 대종연구소의 책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박 대표는 “중국의 동북공정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역사기록의 근본인 한자를 그들보다 더 알아야 한다”면서 “요즘 출판의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조광현 '디지털미디어리서치' 대표
"독자관심 읽어내기가 성패 갈라"

▲ 조광현 '디지털미디어리서치' 대표

디지털 시대의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데 독특한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디지털미디어리서치’는 2004년에 설립한 신생 1인 출판사다.

하지만 조광현(42) 대표의 출판 인연은 꽤 깊다. 1994년 웅진그룹에 입사, 출판 분야에 근무히면서 1년 후 ‘자녀교육 부모지침서’시리즈를 내기도 했다. 그후 97년 웅진출판 단행본 개발부에서 1년 가량 근무하다 일빛 출판사로 옮겨 기획팀에 있으면서 인문·사회과학 서적을 출간했다.

조 대표는 2000년 웅진그룹에 재입사, 인터넷 비즈니스를 접하면서 디지털 시대의 무한 가능성에 매료됐다. 서강대 대학원에서 디지털미디어를 전공하고 그 방면의 전문가들을 만나면서 출판까지 하게 됐다.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관심 분야에서 일하고 싶었고 출판 경험도 도움이 됐죠.”

조 대표는 출판사 설립 3개월 만에 21세기 디지털 시대를 관통하는 흐름을 이해하는데 지침서가 되는 ‘퍼스널 미디어’를 펴냈다. 3쇄판을 낼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고 문화관광부 도서에 선정되기도 했다.

디지털미디어리서치는 이어 세계 게임업계의 거물인 라프 코스터가 글과 그림을 그린 ‘라프 코스터의 재미 이론’(2005년), 멀티미디어시대 차세대 웹을 다룬‘웹2.0 시대의 기회, 시맨틱 웹’(2006년)을 펴냈다.

두 책 역시 관심층으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IT 분야에서 일반적인 개론서는 관심을 끌지 못하기 때문에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분야, 앞선 정보를 제공하는 전략이 통한 것 같습니다.”

조 대표는 “1인 출판의 성패는 ‘기획’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국내외 IT 분야의 흐름을 늘 점검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강화히는 게 그의 주요 일과다.

조 대표는 편집ㆍ기획에 전력하고 제작과 마케팅은 각각 부인(김진 디자인 대표)과 전문집단에 맡기고 있다. 김진 대표는 50여 개 출판사의 디자인은 물론 국내 영화제 포스터, 대학 도록 등 다방면에 디자인 실력을 갖춘 출판계의 베테랑으로 통한다. 디지털미디어리서치의 책은 모두 김진 대표의 손을 거친다.

조 대표는 “아웃소싱 분야가 확대되면서 1인 출판이 수월해졌다”며 “미래(독자의 관심 등)를 정확히 읽고 그에 따른 기획을 하면 다양한 1인 출판사가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