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 증가 다인종 사회로… 이혼·자녀 따돌림 등 사회문제도 증가 추세

“외로움에 사무친 두 시골 노총각, 맞선 보러 우즈벡 가다!”

지난해 개봉한 정진영, 수애 주연의 영화 ‘나의 결혼 원정기’의 메인 카피다. 서른여덟이 되도록 여자와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시골 숙맥 노총각이 죽마고우와 더불어 우즈벡으로 맞선 여행길에 오른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가난한 아시아 국가 여성들과 한국 남성의 국제 결혼은 이미 우리 사회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급속하게 다인종(多人種) 사회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열린우리당 김춘진 의원이 발표한 ‘국제 결혼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총 혼인 건수 가운데 13.6%(4만3,121건)가 국제 결혼이었다. 이는 1990년 1.2%에 비해 무려 11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특히 농어촌 총각은 10명 중 4명 가량인 35.9%(2,885건)가 외국 여성과 결혼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농어촌 한국 남성과 결혼한 외국 여성으로는 베트남 여성이 총 1,535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다음은 중국 984명, 필리핀 198명 등의 순이었다.

국제 결혼이 늘면서 외국인과의 이혼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외국인 배우자와의 이혼 건수는 4,278건으로 2004년 3,400건에 비해 25.8%가 증가했다. 이 중 외국인 부인과의 이혼은 2,444건으로 2004년(1,611건)에 비해 51.7%나 늘었다.

53%가 최저생계비 이하 가구소득

문제는 이들 국제 결혼 가정의 상당수는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국제 결혼 가정 사회복지 및 보건의료욕구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남성과 외국인 여성 가구의 52.9%가 최저생계비 이하의 가구 소득에 그쳤고, 경제적인 이유로 끼니를 거른 경우가 15.5%나 됐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기초생활보장 수급 가구는 11.3%에 그쳤다. 건강보험 등 기초의료보장 혜택을 받지 못하는 가구도 22%나 됐다.

김춘진 의원실 관계자는 “기초생활보장이나 의료보장 제도 자체를 모르거나 알아도 외국인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지역사회에서 이러한 외국인 가정에 대해 복지 제도 혜택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제나 의료 혜택 못지않게 심각한 것이 아이들의 교육이다. 외국인 여성 가구의 자녀들은 혼혈에 대한 배타적 인식으로 ‘집단 따돌림’ 을 당하는 등 학교 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산우리가족상담센터 부설 결혼이민자가족센터 윤애란 대표는 “신부난과 열악한 생활 환경 등으로 결혼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 농촌 남성들이 외국 여성들과 혼인하여 가정을 꾸리면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뿌리내리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국제 결혼 가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지양하고, 지원을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