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일관제철소 건립 사상 최대규모 투자… 이구택 회장 "글로벌 성장 적극 추진 하겠다"

‘포항에서 거둔 성공을 광양으로, 그리고 이제는 인도에서 세계를 향해···’

‘국민기업’ 포스코가 본격적인 글로벌 기업을 향해 ‘제3의 성공 스토리’를 써내려 가고 있다. 첫 번째 성공 이야기는 포항 제철소. 다음으로 광양제철소를 성공시킨 포스코가 이제 또하나의 도전을 펼치고 있는 것. 세 번째 무대는 바로 ‘인도’다.

포스코의 인도 시장 도전은 비단 인도 한 국가에서 성공만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전 세계적으로 산업 구조의 재편이 예상되는 철강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디딤돌로 삼고 있다. 특히 포스코의 이번 인도 일관제철소 건설 프로젝트는 세계 철강 역사상 최대규모의 해외투자로 평가받는다.

포스코의 지금 모토는 ‘또 다른 신화를 창조한다(Create another success story)’이다. 여기에는 포항과 광양에서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 시장으로 나가 또 다른 성공을 거두겠다는 결의가 담겨 있다. 글로벌 시대에 맞는 캐치프레이즈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도 지난달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앞으로 포스코는 철강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철강산업이 M&A를 통해 점차 거대화되는 등 새로운 시장 재편을 앞두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 회장이 언급한 대로 과거 30년과 향후 30년의 철강산업은 개념이 달라졌다. 이 회장은 특강에서 “예전의 철강산업은 한 나라가 산업화와 국방을 위해 반드시 가져야 하는 기간 산업이었다”며 “포스코는 제철보국을 목표로 우리나라의 산업화에 공헌하며 크게 성공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이제는 세계 철강산업의 개념이 국위산업에서 범세계적인 범용재 산업으로 바뀌었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개념은 글로벌화의 물결을 타고 급속히 확산되고 있고 때문에 포스코도 앞으로 국내를 넘어 세계로 가야 한다는 것이 포스코의 미래 전략이다.

포스코의 적극적인 대외 행보에는 국내 철강산업 수요가 포화점에 다다른 것과도 무관치 않다. 이 회장도 “현재 국내 철강산업은 생산능력 과잉 상태이므로 국내에서는 큰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포스코의 당면 최대 목표는 세계화다. 향후 30년 안에 포스코는 국내 3,000만 톤에 더해 해외에 3,000만 톤의 생산능력을 갖춘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가 인도에 연산 1,200만 톤 규모의 일관제철소 건설 계획을 확정한 것도 글로벌화의 거대 걸음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포스코가 인도 오리사주를 선택해 공장을 짓기로 한 것은 원자재의 안정적 확보라는 측면에서 높게 평가를 받는다. 인도 내 전체 철광석 생산량 중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오리사주에서 포스코는 30년간 자체 사용 가능한 6억 톤의 철광석 개발 광권을 확보해냈다.

포스코의 인도 공장 건립 계획은 인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인도가 2020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성장률이 예상되고 성장잠재력이 매우 커 철강시장 전망이 밝다는 점도 포스코의 미래 비전에 힘을 실어 준다.

이와 함께 이 회장은 앞으로 철강 생산의 2원화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과거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는 한 지역에 원료가공부터 제품 생산, 출하까지 집약돼 있었다. 이런 프로세스는 자원을 싸게 살 수 있을 때 성공적이었고 일본이나 한국처럼 자원이 없는 나라도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인도나 브라질 등 자원 보유국들은 철광석을 그대로 수출하기보다 자국에서 부가가치를 올려 팔기를 희망하는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때문에 이 회장은 “이제는 집약된 제철소보다 분산된 제철소가 필요하다. 즉 제강까지는 광산 근처에서, 제품 생산은 시장 근처에서 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역설한다.

M&A가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국제 철강 시장에서 포스코는 당장 M&A에 뛰어들기보다는 점진적인 성장 전략을 우선 취하고 있다. 이질적인 해외 기업을 무리하게 인수하는 것보다는 공장을 새로 짓는 걸음마 단계부터 시작해 또하나의 신화를 창조하겠다는 의지에서다.

이는 포스코가 포항과 광양에서 거둔 성공에 뿌리를 두고 있다. 불모지대에서 시작해 거둔 성공이 그간 포스코가 걸어 온 길이고 그런 노하우를 그대로 사용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포스코는 ‘그린 필드(Green Field)’라 부른다.

저가 철강재를 대량으로 내놓으며 따라오는 중국 철강회사들의 도전에도 포스코는 고급품 전략으로 후발 철강국들과 차별화를 꾀한다는 대응책을 세워놓고 있다. 지난 6월 6CGL 준공, 7월 전기강판 신예화 완공 등이 제품 고도화를 위한 실천 방안들. 생산능력 증강을 위해 후판 및 열연 신예화를 마친 데 이어 파이넥스 신설도 계속 추진 중이다.

특히 파이넥스는 수백 년간 사용하던 기존 용광로 제철공법을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친환경공법이다. 서영세 홍보실장은 “전 세계 철강업계가 포스코의 파이넥스 상용화 설비준공 여부에 주목하고 있을 정도”라고 소개한다.

포스코는 연간 150만 톤의 쇳물을 세계 최초로 상업 생산하는데 내년 착공하는 인도제철소에도 파이넥스 공법을 적용한다. 국내 파이넥스 설비는 1조3,000억원을 투자하는 프로젝트로 내년 상반기 준공 예정이다.

특히 포스코는 중국 시장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장쑤(江蘇)성 장가항에 연산 60만 톤 규모로 외자 최초의 스테인리스 일관제철소를 건설, 중국 내 스테인리스 산업의 새 강자로 부상한 것은 가장 최근의 성공 사례. 포스코는 스테인리스 부문에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이와 함께 포스코는 자동차강판, 전기강판, API강재 등 전략강종의 판매비율을 2008년까지 전체 제품의 80% 수준으로 끌어 올려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포스코 임직원들이 하는 일을 보면 용감한 사람들입니다. 과감히 해외 시장에 뛰어 드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데도 겁내지 않고 새로운 도전장을 던지고 있는 것이지요.” 이 회장은 “지금 신입사원들이 30년 후에 ‘우리는 새로운 신화를 창조했다, 이제는 너희 차례다’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포스코의 미래를 당부하고 있다.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