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침체 불구 올해도 주식형 펀드로 돈 몰려 '미국형 재테크'삼성그룹주 펀드 짭짤… 개인 스타일 따른 투자문화 정착될 듯

지난해 펀드시장의 화두는 단연 적립식 주식형 펀드였다. 적립식 투자 열풍과 함께 주식형은 평균 62.90%의 수익률을 보이며 1999년 바이코리아 열풍 이래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같은 엄청난 수익률은 코스닥 시장(84.5%, 세계1위)과 코스피 시장(53.96%, 세계3위)이 대폭 상승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특히 2004년 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중소형주 펀드들은 지난해에도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2005년 말 제로인 기준 공모성장형 설정액은 16조7,000억원으로 연초 대비 12조2,000억원이나 늘었다. 한국 주식시장의 상승이 개인들의 펀드 투자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반면 채권형 펀드는 연 1.86%의 수익률로 부진을 면치 못하며 연초 대비 10조원이 감소했다.

올해도 펀드 투자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다. 특히 관심은 주식형 펀드에 쏠리고 있는데, 올해 공모성장형 설정액은 13조3,000억원 증가해 30조원을 넘어섰다.

2006년도 두 달여 남은 현재, 자금 유입은 지속되고 있으나 지난해와는 다른 양상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부진했던 채권형 펀드 수익률은 채권금리 하락(채권가격 상승)에 따라 연 5.30%(단순 4.20%)로 강세를 보인 반면 주식형 펀드는 평균 -4.53% 하락했다. 코스피(-2.03%) 및 코스닥(-17.78%) 시장도 전 세계 주식시장 중 최하위 등락률을 보이고 있다.

인기 끌고 있는 해외투자 펀드

올해 코스피 시장이 잠시 조정을 받는 사이 국내 운용사가 운용하는 해외투자 펀드들이 인기를 끌었다. 한국 주식시장의 한계를 느낀 투자자들은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과 지난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던 일본 등 해외 특정지역에 투자하는 펀드로 몰려갔다. 연초 3조2,000억원에 불과했던 해외투자 주식형 설정액은 현재 9조2,000억원으로 올 들어 6조원이나 증가했다.

2004년, 2005년 두 해 연속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던 중소형주와 배당주 펀드는 연초 이후 중소형주와 코스닥 시장의 부진 속에 많은 투자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특히 8월 중순 ‘장하성 펀드’ 등장 이후 회복하던 코스닥 시장과 중소형 주식들은 북핵 위기 속에 더 큰 하락률을 보이고 있어 과연 지난 2년간의 명성을 회복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6개월간 외국인은 한국 시장에서 13조원의 주식을 팔아 치웠다. 그러나 적립식 투자를 기반으로 한 투신권의 매수와 연기금의 주식 매수는 외국인의 매도세를 꿋꿋이 받아내고 있다. 이는 과거 선례를 본다면 상상도 못할 일이며, 그만큼 한국 주식시장과 펀드시장 기반이 탄탄해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현상이다.

현재와 같은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는 한 주식형 적립식 투자방법은 여전히 유효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국민연금이 노후생활을 보장하지 못함에 따라 노후를 대비한 개인연금·퇴직연금 등 장기투자 문화가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 선진국인 미국처럼 펀드가 가장 선호되는 투자대안이 될 것이다.

취향 따른 분산 투자가 바람직

2005년이 다양한 형태의 펀드가 자리를 잡았던 시기라고 한다면, 앞으로는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스타일’에 따른 투자를 활용할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주식형 스타일은 크게 배당주형, 중소형 가치주형, 대형혼합·성장주형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스타일별 성과는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하고 있는데 펀드 투자자들은 시장의 중심인 대형혼합주 펀드를 중심으로 투자 성향에 따라 중소형주·배당주 펀드 등에 적절히 분산 투자하는 문화가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펀드 비용은 제공받는 서비스, 가입 형태, 가입 금액 등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펀드가 존재한다. 지난해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국내 멀티클래스 펀드는 향후 자본시장통합법 등으로 펀드시장에 참여자가 늘어나고 투자자 수요가 다변화되면서 펀드 대형화와 함께 개인·법인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얻을 것이다.

국내 운용사가 운용하는 해외투자 펀드와 외국 운용사가 운용하는 외국펀드는 주로 특정지역, 특히 신흥시장과 아시아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국시장과 해당국가의 상관관계가 높아지고 있는 경향을 볼 때 현재와 같이 어떤 지역에 편중된 투자는 향후 특정한 사건 발생에 따른 위험을 분산시켜 주지 못한다. 향후 해외투자는 한국시장과의 상관관계 등을 고려한 글로벌 투자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배당주·중소형주 펀드는 고전

연초 이후 종합주가지수는 2.03%, 코스닥지수는 17.78% 하락했다. 성장형 펀드가 4.53% 하락한 반면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형은 0.84% 하락하여 인덱스형이 성장형에 비해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

수익률 상위 펀드는 한국운용의 삼성그룹 관련 펀드가 양호한 수익률과 막강한 자금 흡인력을 바탕으로 싹쓸이하고 있다. 상위 10개 펀드 중 6개 펀드가 한국운용의 펀드다. 특히 연초 설정액이 1,884억원이었던 삼성그룹 관련 펀드는 이후 설정액 1조6,910억원, 순자산 기준으로는 1조9,578억원이나 늘었다. 단일 펀드로는 ‘한국삼성그룹적립식주식 1Class A호’ 설정액이 1조368억원 증가했다.

삼성관련 기업 14개 종목에 투자하는 삼성그룹주 펀드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면서 양호한 수익률에 날개를 달아줬다고 볼 수 있다. 연초 이후 종합주가지수가 하락한 가운데 삼성그룹펀드 보유종목 중 삼성테크윈은 연초 대비 113.57%나 상승했고,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삼성물산 등도 30% 이상 올랐다.

반면 지난해 상위권을 기록했던 배당주 또는 중소형주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들은 중소형 주식 및 코스닥시장 하락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좋은 펀드 고르기 10계명

1. 투자성향을 점검하라: 목표나 기대수익률보다는 투자자 자신이 감내할 수 있는 리스크 관점에서 펀드를 선택해야 한다.

2. 목표를 명확히 하라: 시장 및 자신의 투자성향에 맞춘 목표지수대 또는 목표수익률을 명확히 정해야 한다.

3. 펀드의 특징을 살펴라: 동일한 유형이더라도 운용구조, 운용스타일 등에 따라 펀드 성과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펀드의 특성을 살펴봐야 한다.

4.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펀드의 지속성을 체크하라: 단기적인 성과만 볼 경우 실제 운용능력보다는 운에 의해 좋은 성과를 보이는 펀드를 고르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따라서 적어도 시장 상승과 하락을 한차례 이상 거치면서도 양호한 성과를 보인 펀드를 고르는 노력이 필요하다.

5. 동일 운용사내 다른 펀드 수익률과 비교하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동일 운용사내 동일 유형 펀드들은 대체로 비슷한 수익률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약 다른 펀드들과 차별화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6. 펀드 규모 추이를 살펴보라: 운용 규모가 급격히 줄어들 경우 정상적인 포트폴리오가 깨지면서 수익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7. 펀드 규모가 적정한가도 따져라: 펀드 규모가 작으면 충분한 분산투자 효과를 누릴 수 없다. 반면 규모가 대형화되었을 경우엔 규모가 작았을 때에 비해 운용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

8. 혼합형 펀드보다는 주식형과 채권형을 나누어 가입하라: 혼합형보다는 주식형과 채권형에 가입하는 것이 수익률과 비용 면에서 효율적이다.

9. 펀드매니저 변경이나 운용회사 변화가 있는지도 눈여겨보라: 펀드매니저 변경이 적고 조직이 안정적이어서 펀드운용에 전념할 수 있는 운용사를 선택해야 장기적으로 낭패를 보지 않을 수 있다.

10. 상식적인 수준에서 생각하라: 투자는 수익의 불확실성, 즉 위험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인 수익을 기대하는 행위이다. 펀드를 고를 때도 상식적인 수준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성우 제로인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