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완료 후 '확정가'와 분양 전 '예정가'를 같이 취급해 물타기경실련 "건설사가 당국에 신고하는 예정가 검증이 원가 공개"

▲ 지난 8월 동시분양한 판교신도시 청약신청 접수창구의 북적대는 모습.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 얘기가 나올 때마다 건설교통부가 논란을 흐리고 있습니다. ‘분양 원가’라는 기본 용어에서부터 혼란스럽게 만들어 버리자는 작전이지요.”

날로 치솟기만 하는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를 둘러싼 시민단체와 정부의 의견이 맞설 때마다 양측의 주장은 평행선을 그린다. 물론 양자의 입장 차이도 있겠지만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용어 설정 자체가 틀린 데 따른 것이라고 시민단체들은 주장한다.

우선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 논의에 앞서 아파트 분양가가 정해지는 과정을 살펴보자. 아파트 분양은 처음 건설 계획이 세워지면 기본설계와 사업계획 승인-실시설계-감리자 모집-분양 승인(입주자 모집공고)-구매자와의 계약-시공-입주-유지 보수 등의 과정으로 진행된다.

이때 아파트 건설 시행사는 모두 세 번에 걸쳐 관계 기관에 건설 원가를 신고한다. 사업계획 승인 단계와 감리자 모집 때, 그리고 마지막으로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내기 위한 분양 승인 단계에서다.

모두 시공이 시작되기 전에 작성되는 이들 세 차례의 원가는 아파트 건설 원가의 예정가 혹은 협정가라고 할 수 있다. 이후 공사가 완료된 뒤 계산하게 되는 원가는 확정가인 셈이다.

시민단체, 특히 경실련은 이 과정에서 확정가가 아닌 예정가 단계에서의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확정된 건설가를 공개하라는 요구가 절대 아니라는 것.

쉽게 말해 건설 비용이 얼마나 필요하게 될지 모르니까 ‘얼마가 들게 될지 따져 보고 나서 소비자가 계약을 해야 된다’는 논리다. 당장 눈앞에 지어 놓은 아파트가 있으면 물건(집)을 보고 사면 그만인데 보이는 집이 없으니 그 집을 짓는데 얼마가 들지 원가를 함께 계산해 보자는 취지에서다.

이에 대해 건설 회사들이나 원가 공개 반대 진영에서는 ‘영업 비밀이다’, ‘기술 개발에 투자한 자금이다’, ‘원가 절감을 못하게 한다’ 는 등의 이유를 내세운다. 헌데 그런 주장은 모두 건설 분양 ‘확정가’를 공개하지 못할 이유에만 해당된다는 것이 경실련의 지적이다. 대신 확정가 이전 3단계에서 원가를 모두 공개하는 데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다.

건설 회사나 시공사의 주장처럼 아파트 건설에 실제 얼마가 들었는지를 공개할 필요가 없다는 데에도 경실련은 동의한다.

계약 이후 시공을 잘해 내기 위해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원가를 절감하고 공기를 단축하는 등의 노력은 당연히 시행사나 건설업자의 몫으로 가야 한다는 것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기업에게 온당하게 이윤으로 가야 할 부분까지 공개하고 이를 가져가지 못하게 한다면 그것은 자유시장경제의 논리에도 위배된다는 것.

그러나 경실련은 건설사가 시공 전 세 차례에 걸쳐 당국에 신고하는 건설 원가 ‘예정가’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모두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만 단계마다 가격이 축소, 혹은 과대하게 부풀려지는 등 왜곡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 때 원가 결정 과정이 투명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분양 원가를 누가 공개하고 검증하는냐에서부터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고 공개할지에 대해서도 현재는 허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