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 후분양제 후속조치 진행 부동산 정책 선점건교부는 '분양원가 공개'위원회 구성에 아직도 시간 보내

“만약 오세훈 시장이 은평 뉴타운에 대해 1년 후 후분양을 하겠다고 발표하지 않았다면 노무현 대통령도 분양가 원가 공개를 얘기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오세훈 시장의 최근 잇달았던 부동산 정책 발표를 두고 한 시민단체 간부가 털어놓은 얘기다. 서로 대결(?)하는 것도 아닐 텐데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약간의 시차를 두고 터져 나온 이들 두 인사의 발표만을 놓고 보면 일단 오세훈 시장이 더 많은 점수를 얻고 있다.

덕분에 오 시장은 부동산 정책과 관련 ‘오세훈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우선은 분양가 원가 공개보다 먼저 후분양을 약속했을 뿐더러 후분양 제도의 도입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실제 오세훈 서울시장이 은평 뉴타운을 1년 후 공사가 80% 이상 완료된 후 후분양을 하면서 정확한 원가를 그때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이미 ‘결정된 사항’이다. 즉 아직까지 최종 실행이 완료된 것은 아니지만 이미 실행이 시작돼 진행 중인 것. 시간만 흐르면 자연히 후분양제가 출생되는 결과를 낳는다.

반면 노 대통령의 분양가 원가 공개 발표는 엄밀하게 말해 아직 ‘임신도 되지 않았다’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원가를 공개하기 위한 위원회 구성에 착수하고 있는데 이것은 원가 공개를 위한 필요충분 단계라고 할 수 없다. 사전 준비 단계에 불과할 뿐이며 그마저도 얼마나 원활히 이뤄질지 보장된 것이 없다. 한마디로 원가 공개가 발표됐지만 아직까지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 근거다.

때문에 부동산값 폭등을 잠재우기 위한 서울시의 정책은 중앙정부보다 더 적극적이라고 평가 받는다. 아직까지 분양 원가 공개를 위한 위원회 구성에만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건설교통부는 여전히 미온적이라는 의심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오세훈 시장이 후분양제를 발표하게 된 계기나 계획을 언제 잡았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오 시장이 후분양제 실시를 엉겁결에 결정해 버리기에는 그 자체가 부동산과 건설 시장에서 갖는 ‘위력’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의 한 간부는 “오시장의 발표를 듣고 ‘미쳤나?’라고 생각했다”며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고 털어놨을 정도다.

어쨌든 오 시장 입장에서도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후분양제라는 뇌관을 그렇게 쉽게 건드리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오 시장 자신도 한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예전부터 공부를 많이 했고 또 고심해 왔다”고 결심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은평 뉴타운의 후분양제 실시로 앞으로 서울에서 짓는 공공 아파트는 사실상 모두 후분양제가 적용되게 됐다. 이미 서울시 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도 지정돼 새로 건설되는 공공이나 공공택지를 분양받은 민간 아파트도 모두 후분양제를 적용해야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오 시장과 서울시는 후분양제 발표라는 선제 공격으로 고분양가에 들끓었던 민심을 잠재우는 동시에 부동산 정책 결정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며 “후분양제 발표는 궁극적으로 기존 주택공급 체계를 획기적으로 바꾼 셈이 될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