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다공증 분야 개척자 한인권 박사골절 유발 노인건강 가장 위험… 40대 이후엔 골밀도 측정을

사람이 나이를 먹거나 뼈에 병이 들면, 마치 바람 든 무처럼 뼈에 구멍이 숭숭 생기고 조직이 엉성해져 쉽게 부러진다. 골다공증이다. 방치할 경우 골절, 장애, 사망을 부르는 무서운 병이다. 실제로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은 노인들의 건강을 가장 위협한다. 볼기뼈(고관절) 골절을 당한 노인의 15~20%가 사고 후 6개월 안에 사망한다는 보고까지 있다.

흔히 골다공증은 폐경 이후 여성들의 문제일 뿐이라고 간과하기 쉽지만, 남성이나 어린이에게도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국내 골다공증 유병률 통계치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 5명 중 1명이 ‘위험군’이며, 고령화 추세에 따라 위험군 비율은 2010년 27%, 2020년 35%로 높아질 전망이다. 중년 이후 여성의 발병률은 50대 26.9%, 60대 55.4%, 70대 77.2%에 이른다.

그렇다면 골다공증에 안 걸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골다공증의 위험성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한 HL클리닉 한인권 박사에게 이 병의 예방과 치료법에 대해 들어봤다. 한 박사는 1980년대 말 미국 메이오클리닉에서 내분비학을 연구하고 돌아온 뒤 삼성제일병원과 강북삼성병원에서 교수를 역임한 골다공증 분야 개척자다.

- 골다공증의 발병 원인은 뭔가.

“유전적 요인에 따라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은 남녀 모두 같지만, 발병 원인은 남녀 간에 차이가 있다. 남자에게는 흡연, 음주, 운동 부족, 약물 중독 등이 주 원인이고, 여성의 경우는 폐경과 여성호르몬 부족 때문이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 소아형 당뇨병, 부갑상선기능항진증, 스테로이드 장기 복용 등이 원인인 경우도 있고 최근에는 심한 다이어트로 발병하기도 한다.”

- 방치하면 어떻게 되나.

“고혈압을 치료하는 목적은 만일 이것을 고치지 않으면 혈관에 동맥경화가 일어나 뇌출혈이나 심근경색증으로 사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골다공증도 마찬가지다. 치료하지 않으면 쉽게 골절을 입어 생명을 위협받는 등 치명적이다. 골절은 손목, 척추, 고관절 부위에 잘 발생하는데, 고관절에 골절이 오면 생명이 위험하다. 고관절 골절 환자 중 20%가 사망에 이르고, 40%는 다시 일어서지 못하고 평생 누워 살아야 한다. 척추에 골절이 오는 경우 생명이 위험하지는 않지만 2차적인 골절이 뒤따라 폐기능이나 소화기능의 장애, 심장압박 등을 동반하며 꼽추가 될 수도 있다.”

- 진단은 어떻게 하나.

“골밀도 측정기로 진단한다. 이 기계는 초음파 방식, QCT 방식, 이중에너지방사선 방식 등 여러 가지이다. 유형에 따라 정상 범위도 각각 다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진단법은 이중에너지방사선 방식에 의한 골밀도 측정기를 사용하였을 때의 골밀도다. 30대 중반 여성의 평균 골밀도를 기준으로 이보다 –1표준편차 높으면 정상, -1표준편차~-2.5표준편차면 골감소증, -2.5표준편차 이상이면 골다공증, 골다공증의 범위에서 골절을 동반하면 심한 골다공증이라는 진단을 내린다. 골다공증이나 골감소증 모두 골절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치료받아야 한다.”

- 치료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약물요법, 운동요법, 식이요법으로 나눌 수 있다. 약물요법이 가장 중요하고, 약물투여 없이 운동이나 식이 요법만으로는 치료가 어렵다. 약물요법에는 뼈가 녹아드는 골흡수의 진행을 억제함으로써 치료하는 것이 있고, 골형성을 자극함으로써 치료가 되게 하는 방법이 있다. 폐경 이후 오는 골다공증 치료법으로는 여성호르몬제제가 가장 좋다.”

▲ HL클리닉 한인권 박사가 컴퓨터 화면을 가리키며 환자와 상담을 하고 있다.
▲ 골 단면도

- 여성호르몬을 투여하는 이른바 호르몬 대체요법에 대해 말이 많은데….

“2002년 미국에서 WHI(Women's Health Initiative) 연구 중간결과 발표 이후 부작용을 우려해 호르몬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잦았다. 그러나 이 연구 결과가 이전과 다른 점은 심근경색증을 예방한다고 알려졌던 호르몬 작용이 오히려 심근경색증을 더욱 유발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를 반박하는 논문도 이후에 많이 나왔고, 폐경이 시작된 지 10년이 넘지 않은 조사 대상자들에게서는 이러한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 등 혼란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여성호르몬 투여는 전문적인 의학적 지식을 가진 전문가와 상의하며 치료를 해야 하며, 약을 중단하는 것도 위험요소들을 점검해가면서 상담을 통해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 골다공증 치료는 여성에게만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남성이 많다. 남성은 안심해야 되나.

“골다공증 발생 빈도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6배가 많다. 반면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로 사망하는 비율은 남성이 더 높다는 보고가 있다. 남성들도 골다공증을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다행히 남성의 골다공증 치료 약물은 비스포스포내이트, PTH, 성장호르몬, 남성호르몬 등 효과적인 치료제가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약물치료와 함께 금연, 절주, 운동을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 조기 발견과 골절 예방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바람직한 예방법은 뭔가.

“골다공증은 증상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골밀도 측정기를 통해야만 비로소 진단된다. 따라서 가족력이 있는 남녀라면 40대 초반부터, 가족력이 없어도 골절이 다른 사람보다 잦은 가족 구성원이 있다면 40대 초반에 골밀도 측정을 하여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 사람들도 40대 중반부터 측정을 해보는 것이 좋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 부갑상선 기능 항진증, 스테로이드 장기 복용자, 과도하게 다이어트를 시행하여 월경이 없어진 여성, 흡연자 등은 항상 자신의 골밀도 상태를 점검해야 하고 발병 가능성이 있다면 적절하게 치료를 받아야 한다. 정확한 의학적 지식이 없는 사람들의 말을 믿지 말고, 전문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송강섭 차장 speci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