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서 유기농 콩 한국 유입… 美와 경쟁 채비

풀무원 중국 유기농 콩 농장
두부의 재료는 콩이다. 1960년대 초만 해도 콩을 이용한 가공품의 종류가 적어 콩의 자급률은 100%였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 농지가 크게 줄어 국내 콩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콩의 자급률은 2005년 기준으로 약 7%에 불과하다.

두부 제조용 콩 역시 국내 생산량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콩 생산은 18만3,000여 톤. 농산물유통공사가 식품가공용으로 수입한 대두(콩)는 모두 23만3,000톤이다.

수입콩 가운데 연식품(두부) 가공용으로 공급한 물량은 12만5,000톤. 나머지는 장류용(4만5,000톤), 두유용(2만6,000톤), 메주영(4,000톤) 등으로 공급됐다.

그런데 최근 두부 제조용 콩 수입과 관련, 주목할 만한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89년 이래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콩 수입을 관장한 이후 두부용 콩은 전량 미국에서 들여왔다.

그러나 지난해 수입한 대두 중 미국산이 22만3,000톤, 중국산이 1만 톤이었다. 처음으로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의 콩이 수입된 것이다. 게다가 두부 업체들이 개별적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하면서 수입콩 시장에서 미국의 철옹성이 흔들리고 있다.

편의점에서 한 주부가 수입콩으로 제조한 두부가 GMO(유전자재조합식품)인지 여부를 살피고 있다. 최흥수 기자
국내 최대 두부업체인 풀무원이 2004년부터 중국에서 직접 콩을 들여오는가 하면 발해농원, 소이아트 등 중소업체들이 러시아에서 재배한 콩을 두부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의 두부 시장을 놓고 미국ㆍ중국ㆍ러시아 간 3파전이 벌어지고 있는 셈. 하지만 아직은 미국이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 전체 콩 수입량의 95% 가량이 미국산이기 때문이다.

풀무원의 경우도 2005년 기준으로 국산콩 약 7,000톤, 중국 유기농콩 약 1,500톤, 미국산 콩은 4,000톤 가량을 사용해 미국산이 전체 콩 사용량의 30%를 넘고 있다.

반면 미국산 콩은 유전자재조합식품(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논란과 관련해 도전을 받고 있다. 수년 전부터 GMO의 유해성 여부가 도마 위에 오른 데다 지난 10월 12일 국정감사에서는 보건복지위원회의 김선미 열린우리당 의원이 식약청이 제출한 자료를 인용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유전자재조합식품 모니터링 조사결과 두부 제조용 원료 콩 39개 가운데 전부에서 GMO가 검출됐다”고 밝혀 적잖은 파장이 일었다.

식약청은 “검출된 두부 제조용 원료 콩 39건은 모두 (미국)수입콩으로서 구분유통증명서를 구비하고 있었으며 추가 정량검사에서 0.04~1.78%로 나와 농산물품질관리법이 허용한 3% 이하임이 확인됐다”고 밝혔으나 파장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류인택 풀무원 홍보팀장은 “풀무원은 수입콩의 경우 정부가 구분관리증명서로 N-GMO 대두임을 확인한 것만을 사용하고 있으며 생산한 제품에 대해서도 정부에서 인증하는 ‘다카라코리아바이오메디칼(옛 한국유전자검사센터)’에 완제품의 분석을 실시하여 N-GMO임을 재차 확인하는 단계를 걸쳐 고객에게 판매된다”면서 “제품에 GMO 콩을 사용했다면 ‘범죄행위’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풀무원은 또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중국 현지에서 유기농콩을 계약 재배하고 있다. 중국 지린(吉林)성 둔화(敦化)시 대산(大山) 유기농콩 농장에서 재배하는 콩은 미국, 유럽 등 세계 25개국에 수출할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발해농원의 러시아 연해주 농장에서 재배하는 콩
산농장 내 풀무원 계약 재배 규모는 690만 평으로 전체 농장 면적의 절반에 가깝다. 유기농콩 수입량을 지난해 1,500톤에서 올해는 3,500 톤으로 배 이상 늘렸다

최근에는 두부업체들 사이에 러시아콩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수입된 양은 200톤에 불과하지만 품질이 우수해 대기업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식품연구소가 6월 7일 실시한 GMO 정성검사에서도 GMO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

발해농원이 운영하는 러시아 연해주 일대 농장의 면적은 5월 현재 9만6,343ha(2억8,900여 평)로 성장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현재는 가루분말로 들여와 두부의 영양이 그대로 살아있는 ‘전(全)두부’를 생산하고 있다.

발해농원 황교익 대표는 “러시아콩의 품종은 중국에서 재배하는 것과 유사하고 미국산 콩과 달리 GMO 걱정이 없다”면서 “러시아콩의 수입이 늘게 되면 미국산 콩을 대체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또“콩은 북방으로 올라갈수록 품질이 좋으며, 식용유를 얻기 위해 품종을 개량한 미국산 콩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맛이 좋다”면서 “최근에는 러시아콩으로 메주, 간장을 담가 국내로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야흐로 한국 두부 시장의 안방을 차지하기 위한 수입콩들의 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