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폰 이후 무주공산" 삼성·LG·팬택 등 혈투광고전문가 등 영입 디자인·패션·브랜드에 올인

얼마 전까지는 대박을 터뜨린 모토로라의 레이저. 다음 차례 빅 히트를 칠 휴대폰은 뭘까. 삼성전자의 ‘울트라 에디션’? 아니면 LG전자의 ‘샤인’?

당대의 휴대폰 중 가장 많이 팔리고 인기를 한몸에 받는 것이 바로 ‘히트폰’.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차세대 히트폰 ‘왕좌’ 자리를 놓고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가장 최근 히트폰 반열에 올랐다고 할 수 있는 모토로라의 레이저폰 이후 히트폰의 황제 자리가 아직 비어있기 때문이다.

현재 무주공산(無主空山)인 히트폰 자리는 LG전자 싸이언의 ‘샤인’과 삼성전자의 ‘울트라 이디션’이 양강 구도로 격전을 치르고 있는 양상. 여기에 레이저에 이은 후속 모델 크레이저를 내놓은 모토로라와 구조조정 속에서 전력을 재정비한 팬택의 ‘스카이 IM-S130’ 등이 참전하고 있다.

이들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지금의 대결 상황이 올 연말 특수에 이은 2007년 시장을 주도하고 나아가 시장 판도까지 좌우할 수 있다고 보며 ‘사활을 건’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 히트폰 자리를 놓고 전개되고 있는 휴대폰 전쟁의 양상은 향후 경쟁 구도, 즉 경쟁 패러다임의 변화도 예고하고 있다. 한마디로 휴대폰 시장에서 이제 ‘기술 경쟁’은 끝나고 ‘디자인과 패션 스타일의 전쟁’이 새로운 시장 코드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또 디자인과 패션 스타일의 중시 경향은 단순한 모양이나 색상 차원이라기보다는 나아가 브랜드 마케팅, 혹은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역량 강화로까지 이어진다. 휴대폰을 그저 ‘예쁘고 멋있게’ 만든 데서 끝난다기보다는 이를 어떻게 표현해 광고를 하고 이미지를 구축해 나가는 능력까지도 제품의 성공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때문에 LG전자가 최근 광고 담당 전문 임원을 스카우트해 광고 프로그램을 혁신하고 삼성전자가 전지현, 이효리 두 톱스타의 이니셜을 앞세운 브랜드 ‘슬림&’ 시리즈를 선보인 것 등은 모두 이런 추세를 반영한 시도들로 받아들여진다.

휴대폰 시장에서 패션과 디자인,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이 확대되는 추세는 최근의 히트폰 계보를 살펴봐도 여실히 증명된다. 가장 최근의 히트폰이라면 LG전자의 ‘초콜릿폰’, 그리고 모토로라의 ‘레이저폰’, 그 직전은 삼성전자의 ‘블루블랙폰’ 등.

지난 1, 2년 새 히트폰 자리에 올랐던 이들 휴대폰은 한결같이 패션과 디자인, 브랜드, 광고의 복합적 이미지 구축이 시장에서의 성공에 큰 기여를 담당했던 제품들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들 제품의 성능이나 기술 수준, 사양(스펙)이 히트폰 자리에 오르게 만든 성공 요인만은 아니었다는 논리다. 실제로 이들 히트폰 구매자들 중에 이들 제품의 성능 수준이나 사양을 따져 보거나 높은 기술 수준에 매료돼 선뜻 비싼 돈을 주고 사지는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이들 히트폰 이전에 시장에 나와 주목을 끌었던 히트폰들은 그런 흐름과는 달랐다. 역시 큰 인기를 끌었던 뮤직폰은 휴대폰에 MP3플레이어 기능을 탑재한 기능으로, 디카폰 또한 디지털 카메라를 추가한 기능을 앞세운 주력상품으로 시장을 리드했다. DMB폰 또한 휴대폰에 TV시청을 가능케 한 기능적 어필이 강하다.

일례로 디카폰은 휴대폰에 탑재된 디지털 카메라의 화소 경쟁을 불러일으켰다. 처음 30만 화소에서 출발한 디카폰은 100만대 화소까지 업그레이드되며 제품들 간에 경쟁이 벌어진 것. 소비자들은 디카폰의 화소가 얼마인지, 즉 ‘디카’의 성능을 살펴보고서야 제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뮤직폰 또한 얼마나 많은 음악들을 저장할 수 있는지, 즉 밀접하게 연관된 저장 용량의 경쟁으로도 연결됐다. 모두 성능과 기능에서의 경쟁 양상인 셈이다.

휴대폰 초기부터 지금까지의 휴대폰 진화 형태를 거슬러 봐도 경쟁의 코드가 바뀌고 있다는 추세는 확연히 드러난다. 처음 음성 통화 중심의 휴대폰에서 다음 문자까지 보낼 수 있는 기능으로 발전하고 다음에는 컬러 액정 화면이 등장하며 기존의 흑백 화면 휴대폰들을 시장에서 몰아냈다. 모두 기능이나 성능이 추가되거나 업그레이드된 것들이다.

그보다 더 이전에는 모양 혁명이 휴대폰의 진화를 이끌었다. 처음 일자 모양인 바(bar)형에서 다음 키패드를 덮는 플립 형태, 이후는 폴더, 그리고 이는 슬라이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는 형태 수준에서의 변화 정도.

그런데 지난해 말 출시돼 올해 히트폰으로 등장한 LG전자 싸이언의 초콜릿폰은 휴대폰 경쟁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까만 색상에 두께가 얇은 슬라이드 형태를 가진 이 휴대폰의 원래 이름은 ‘블랙 슬림 슬라이드폰’. 형태와 색상만으로는 이 이름이 채택돼야겠지만 LG전자는 과감히 ‘초콜릿폰’이란 이름을 달고 시장에 내밀었다. 휴대폰이 이제는 기능이 좋은, 또 모양이 예쁜 수준을 뛰어 넘어 ‘패션 아이콘(Icon)화’를 지향한 것이다.

초콜릿폰은 기존의 기능 위주 경쟁구도에서 과감히 탈피, 감각적이고 고급스런 이미지를 휴대폰에 접목, 새로운 소비자층을 공략했고 결과는 성공으로 나타났다. LG전자 홍보팀 조중권 부장은 “아마 초콜릿폰의 성능을 살펴 보거나 기능에 매료돼 구매한 고객은 전혀 없을 것”이라며 “이런 브랜드 마케팅 전략은 고객에게 휴대폰 선택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고 설명한다.

또 LG전자가 소재를 고급화하고 희소성과 고품격 이미지를 동시에 부여한 고급 의류제품에 사용되는 ‘블랙 라벨’ 컨셉트를 휴대폰에 부여, 초콜릿에 이어 ‘포켓TV폰’, ‘샤인’까지 시리즈로 선보이고 있는 것도 모두 같은 맥락이다.

모토로라의 레이저 또한 휴대폰 게임의 툴을 전환시킨 세계적인 히트작으로 손꼽힌다. 휴대폰에서 슬림한 디자인을 가장 먼저 도입한 모토로라는 단순히 휴대폰을 얇고 가늘게 만들었다는 모양의 변형 수준으로만 평가받지 않는다.

꽉 끼는 청바지를 입는 여성 모델이 휴대폰을 바지 뒷주머니에 자연스럽게 끼워 넣는 장면의 광고는 모토로라 휴대폰 레이저의 브랜드 마케팅의 성공 전략의 일면을 보여준다. 광고에서 확실히 휴대폰의 슬림 컨셉트를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데 성공한 모토로라는 휴대폰 시장에서 슬림화 트렌드를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전자의 최신 모델은 슬림에서 한단계 더 진화한 초슬림 트렌드를 리드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ULTRA) 얇은 휴대폰인 울트라 시리즈를 내놓으며 세계 시장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 진정으로 가장 얇은 휴대폰을 만들 수 있다는 앞선 기술력을 앞세운 덕분이다. 팬택 또한 내년 시장을 겨냥, 초콜릿폰이나 샤인처럼 소비자의 감성으로 접근하는 모델들을 연말부터 집중적으로 선보일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삼성전자 홍보팀 박천호 차장은 “휴대폰이 이제는 마치 개인의 분신처럼 패션 소품화하고 있다”며 “고객들의 휴대폰 선택 기준에서 디자인과 패션, 소비자의 감성이 더욱 중요성을 발하고 있다”고 평했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