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주수도 회장 정·관계 로비 혐의로 수사 확대JU리스트에 40여 명 거론… 정계개편에 영향 미칠듯

정계개편 논란과 대선 레이스로 한껏 달아오른 정치권에 제이유(JU)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제이유그룹 비리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의 칼끝이 검찰과 경찰측 인사에 이어 정치권을 향하는 까닭이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김진모)는 지난달 29일 제이유그룹의 정ㆍ관계 로비 혐의와 관련, “복수의 정치인이 연루된 정황을 잡고 조사 중”이라고 밝힌 데 이어 다음날 이춘성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가 “압수수색과 계좌 추적으로 제이유그룹과의 돈거래 내용을 확인해야 할 정치인이 있다”고 해 검찰 수사가 정치권을 정조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검찰은 지난달 28일부터 대검 계좌추적반을 투입해 정치권에 대한 수사 강도를 높인 데 이어 30일에는 제이유그룹 주수도(50) 회장의 측근 한의상(45) 씨를 소환해 로비 내역을 추궁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냈다.

현재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른 정치인은 제이유그룹 선물 명단과 로비 대상자 명단에 있는 것으로 전해진 전ㆍ현직 장관 및 국회의원 등 10여 명에 이른다. 그러나 2004년 말부터 지난해까지 3차례 정도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에 보고된 이른바 ‘JU리스트’에는 여야 의원 40여 명의 이름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져 이것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정치권에 미치는 후폭풍은 상당할 전망이다.

지난 5월 국회 정보위 소속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이 공개한 ‘국정원 보고서’에는 주수도 회장이 정치권 인사들이 정치 자금 헌금을 요구할 경우 보험을 든다는 차원에서 과감하게 자금을 지원했으며 다단계 업계에 대한 검ㆍ경의 내ㆍ수사나 공정위 등의 조사에 대비해 무마비 등 명목으로 금품을 전달했다고 돼있다. (주수도 회장 및 제이유측은 국정원 보고서 내용을 부인)

특히 지난 2004년 5월 서울 모 지검 한 검사가 기업 인수 및 매입 자금 출처와 관련해 내사에 착수한 사실을 알고 측근이자 로비스트인 한의상 씨 등을 통해 여당 당직자를 대상으로 100억원대의 비자금을 살포, 내사를 중단시키는 압력을 행사했다는 내용도 있다. 이 과정에서 열린우리당 모 의원과 함께 변호사, 검사가 모 지검장 등을 통해 전방위 로비를 전개, 내사를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혀 이 부분에 대한 검찰 수사에 따라 정치권이 한차례 요동칠 가능성도 있다.

또 국정원 보고서는 청와대 비서관 등 사회 지도층 인사 가족을 회원으로 가입시켜 일반 회원과 수당 기간 차등 등 특혜를 베풀어 방패막이로 활용했다고 했는데 최근 청와대 이재순 사정비서관의 가족이 수당을 과도하게 지급받았다는 연루 의혹 때문에 신빙성을 얻게 됐다.

최근 이른바 ‘한의상 리스트’에 등장하는 정승호 전 동해경찰서장이 제이유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고 박영진 경찰청 정보국장도 한 씨와 5,000만원 돈거래한 부분이 수사대상에 오른 데다 서울중앙지검 K모 차장검사 및 그의 누나가 제이유측과 접촉하거나 거래한 사실이 드러난 것도 국정원 보고서의 신뢰도를 높였다.

한의상 리스트에는 열린우리당 현직 P의원과 민주당 전직 K의원의 이름이 올라 있고 서경석 목사는 제이유로부터 자선NGO '나눔과 기쁨' 후원 명목으로 4억3,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열린우리당 L의원은 제이유로부터 광고협찬을 받은 게 구설수에 올라 있고, 같은 당 중진인 L 전 의원은 공연 지원금 3억원의 사용처를 놓고 논란에 휩싸여 있다. 그외 검찰과 청와대 주변에서는 여권의 대선주자가 관련됐다는 설이 끊이지 않고 친노(親盧) 386 의원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민주당은 김강자 전 의원이 지난달 28일 검찰에 자진출두해 조사를 받았고 중진인 K 전 장관, K 전 의원 등이 수사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게다가 일부 중진들의 이름까지 들먹여지고 있고 민주당 출신인 박용호 전 의원이 최근까지 제이유그룹 부회장을 지낸 데다 서한샘 전 의원은 자문위원장을 맡아 검찰의 수사 방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민주당은 5ㆍ31 지방선거와 몇 차례 재·보선을 통해 호남 맹주 자리를 회복한 상황에서 자칫 제이유 쓰나미에 휩쓸릴 경우 재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제이유 후폭풍으로부터 안전지대로 여겨져 왔으나 최근 불길한 조짐들이 제기되고 있다. 먼저 국정원 보고서에 등장하는 40여 명의 의원 중에 한나라당 의원이 포함됐다는 얘기다.

처음 국정원 보고서를 작성한 국정원 직원 A씨에 따르면 소수이긴 하지만 제이유와 관련된 한나라당 의원이 분명히 있다는 설명이다. 권영세 의원에게 정치인이 빠진 경찰, 법조인, 공정거래위원, 군수 등 62명의 명단을 전한 인사도 같은 설명을 했다.

일부에서는 제이유그룹 주수도 회장의 최측근 인사 중 한 사람인 Y씨가 2002년 대통령선거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캠프에서 일한 경력이 잇는 것으로 알려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을 한다. 다단계업계에 대한 검ㆍ경의 내사ㆍ수사나 공정위 등의 조사에 대비 여야 양쪽에 보험을 들었다는 설명이다.

다른 하나는 내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최대 우군이 될 뉴라이트 단체의 핵심인사 B씨가 제이유와 연루됐다는 소문이다. B씨가 탈북자 지원 운동을 하는 과정에 제이유측이 수억원을 제공했다는 것.

특히 B씨가 주도하는 뉴라이트 단체는 출범 1주년 기념식 때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직접 참석해 축사를 하고 이명박 전 서울 시장은 영상메시지로 축하를 할 정도로 비중 있는 단체다.

한나라당은 11월 28일 당 최고회의와 이튿날 당 전략회의에서도 B씨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회의에 참석한 K 의원은 “제이유와의 관련성이 불투명하고 설령 (B씨가)지원을 받았더라도 탈북자들을 위해 쓰였다면 문제될 게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B씨가 대선주자 3인 중 특정 인사와 가까워 제이유 후폭풍의 영향을 받을 경우 그 대선주자가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현재 검찰의 정치권에 대한 수사는 아직 초기 단계다. 따라서 수사의 깊이와 그 파장은 가늠하기 어렵다.

정가에서는 주수도 회장이 1987년 김종필 신민주공화당 총재와 인연을 맺고 부총재와 강남지구당위원장을 맡는 등 정계에 발을 들여놓은 경력이 있고 유력 정치인들의 행사를 지원하거나 직접 참석해 인연을 넓혀 온 점에 비춰 제이유 후폭풍이 예상밖으로 커질 수도 있다고 관측한다. 여야에 미치는 후폭풍의 정도에 따라 정계개편과 대선 국면이 흔들릴 수도 있다.

검찰의 칼이 벼리는 범위에 따라 정치권의 한파가 길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