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그마 운동서 지금은 고객 마음 읽기 강조 … 관건은 혁신 마인드

TPS 혁신기법을 통해 글로벌화에 성공한 도요타의 일본 타하라공장내부.
혁신 기법도 세상의 유행을 탄다. 어느 시대에는 말 그대로 혁신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다가도 어느 순간 낡은 것이 돼 관심 밖으로 밀려나기도 한다. 새로워지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법이 전혀 새롭지 않게 되는 것은 그 안에 내재한 진부성 탓도 있겠지만 요즘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는 탓이 더 클 것이다.

혁신 활동이 기업들에게 필수적인 개념으로 정립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대략 1980년대부터 혁신이라는 화두가 앞서가는 기업들에게부터 전파되기 시작했다. 80년대 모토롤라가 품질 개선과 불량률 감소를 목표로 추진한 ‘6시그마 운동’은 지금까지도 널리 활용되는 대표적인 혁신 활동이다.

모토롤라는 일찍 혁신 활동에 눈을 떴지만 6시그마 운동으로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오히려 이를 받아들인 GE가 경영 실적에 많은 도움을 얻었다. 눈길을 끈 것은 비(非)제조업종인 GE캐피탈에서 상당한 수익 개선을 이뤄냈다는 점이다.

제조 분야에서 비롯된 혁신 활동은 이때부터 비(非)제조 분야로도 확산돼 나갔다. 밑바탕에는 현장에서 아무리 혁신 활동을 해도 조직의 다른 부문에 비효율이 남아 있으면 기업 전체로는 결국 목표한 성과를 얻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

이와 관련, 혁신사관학교 손환진 상무는 “90년대 이전까지 제조 라인에서 이뤄진 혁신은 2000년 이후부터 회사의 전 부서가 참여하는 전사적 최적화 운동으로 나아가는 추세”라며 “문제 도출, 과제 선정, 과제 해결 등 과정에서 모든 부서 구성원이 유기적으로 조직화되는 게 최근 혁신 활동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실제 외국의 유수 기업들은 물론이고 국내의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에서도 90년대 이후 혁신팀을 꾸려 전사적인 혁신 활동을 지원, 조정해 오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혁신은 기본적으로 변화를 바탕에 두고 있다. 점진적인 개선이라는 점에서는 또 다른 말로 진화라고 할 수도 있다. 특정 기법에 얽매이지 않고 시장 환경에 맞춰 끊임없이 변하는 혁신이야말로 살아 남는 것이다.

최근 혁신 활동은 조직 내부 혁신에서 외부 환경에 대한 적응력과 주도력의 혁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장과 고객 니즈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마케팅을 강화해 나가는 활동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한동안 추락을 면치 못하다가 예전의 명성을 회복한 모토롤라의 혁신 활동은 그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모토롤라는 80년대부터 추진한 혁신 활동 덕택에 품질은 세계 최고 자리를 유지했지만 어쩐 일인지 매출과 수익은 계속 떨어져 갔다. 원인은 감성과 디자인을 중시하는 휴대폰 소비자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품질 혁신’만을 추구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모토롤라의 시장 전략은 고객 지향적으로 바뀌었고 이를 바탕으로 주도권을 회복할 수 있었다.

도요타의 혁신 활동도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하면서 계속 진화하고 있다. 핵심은 물론 고객 만족이다. 시장 변화를 읽고 대처하지 못하면 언제든 1등 자리를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도 도요타 혁신 활동의 특징이다. 세계의 자동차 소비자들이 왜 도요타를 1등으로 여기는가에 대한 정답은 제품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일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혁신 마인드인 것이다.

손환진 상무는 “사실 많은 혁신 기법들은 방법론상 별 단점이 없으며 다만 현실에 어떻게 적용하느냐가 성패를 가를 뿐”이라며 “TPS의 경우에도 성공의 궁극적 원인은 그 안에 내재한 ‘모랄’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혁신 활동은 시장 변화에 재빨리 대처할 수 있는 마인드가 핵심인 셈이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