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아니면 4자대결 가능성 커… 동서 대결은 영향력 약화대북 관계·사회양극화 문제는 책임 둘러싸고 공방 치열할 듯

기업체 신입사원 면접 장면
2007년 대선 구도는 한나라당 후보 대 범여권 후보, 진보(민노당) 후보의 대결로 전망된다. 양자 대결 구도의 가능성이 크고 다음은 4자 대결 구도다. 즉 홀수 구도는 아니다 (민노당 제외).

이는 한나라당이 후보 단일화가 되지 않을 경우, 범여권도 후보단일화가 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만약 한나라당 후보가 단일화된다면, 범여권 후보는 설사 분열되더라도 후보 단일화나 선두 후보에 대한 쏠림현상으로 인해 사실상 단일후보가 될 것이다. 지금은 전체적으로 한나라당 우위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범여권 후보는 한나라당에 대한 대응 구도로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한나라당 세 결집 쉽지 않아

반면 전통적인 동-서 대결, 한나라당-반(反)한나라당 대결 구도는 쉽지 않을 것이다. 동서 대결이 되려면 한쪽에 영남이 있고, 다른 쪽에서는 호남과 충청이 연대한 후 수도권에서 승부해야 하는데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서울과 경기도에서 탄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어 수도권에서 대항하기 어렵다. 또한 ‘한나라당=기득권세력’이란 이미지가 이 전 시장, 손 전 지사와는 크게 어울리지 않아 반보수연대도 쉽지 않다.

게다가 지난 대선에서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집권하는 데 대한 ‘위기의식’이 있었으나 현재 한나라당 후보들에 대한 위기의식은 상재적으로 적어 진보ㆍ개혁을 이념적 모티브로 한 반한나라당 결집이 어려울 것이다.

2007년 대선의 주요 이슈는 경제성장 동력, 남북문제 및 대미ㆍ대중 외교통상문제, 사회양극화문제, 사회통합 및 갈등해소, 개혁순으로 전망된다.

경제문제는 호경기를 경험한 적이 있는 국민들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이다. 성장을 통한 경제활성화 없이는 분배나 여타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반면 남북문제 및 대미, 대중 외교통상문제는 이념문제와 중첩되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과 체제 경쟁이 사실상 끝난 것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한 김정일에 대한 신뢰 상실, 북한 체제 지속성 등과 관련한 논란이 예상된다. 여기서 진보, 보수 논쟁과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이슈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양극화 논쟁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평등이념을 토대로 경제 성장전략과 상충될 수 있는 개념으로, 양극화 책임 논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여진다. 사회양극화 논쟁은 분배를 전제로 한 것으로 경제 성장동력 이슈보다는 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통합문제는 이슈이기는 하나 많이 약화될 것으로 보여진다. 참여정부 출범 초기에 4대 개혁입법 논쟁 때 가장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었으나, 논쟁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나 제도화에 실패하고 갈등이 증폭되었다. 그 결과 국민들은 사회갈등 문제와 관련하여 체념 상태에 빠져 있다.

개혁은 현 정부가 집권함으로써 기득권을 일정 부분 청산하는 데 역할을 했고 정치분야부터 시작하여 위에서 아래로 개혁이 진행된 결과 개혁이 제도화, 일상화 과정으로 접어들었다. 따라서 사회통합이나 개혁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체념 또는 제도화ㆍ일상화되면서 더 이상 이슈로서의 영향력은 줄었다고 보여진다.

현재 대선 주자 중 ‘빅3’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경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보수적 이념’, 고건 전 총리는 ‘합리적 관리형’으로 이미지 메이킹이 돼 있어 사회통합이 이슈화가 될 경우 박 전 대표나 고 전 총리, 경제성장 문제가 이슈화되면 이 전 시장이 부각될 것이다.

남북문제 및 외교통상문제의 경우 북한 핵실험 이전에는 안보나 이념에서 강점이 있었던 박 전 대표에 유리했으나 핵실험 이후는 위기관리가 부각되면서 이 전 시장에게 유리한 이슈로 전환됐다. 개혁은 3인 중 가장 진보적 인물로 평가되는 이 전 시장이, 양극화문제는 특별히 강점을 갖는 인물이 없다.

지난달 5일 원불교 종법사 대사식에 참석한 대권주도자들. 신상순 기자
2007년 대선의 주요 변수로는 한나라당 후보 단일화, 범여권 후보 단일화 여부, 남북문제 또는 남북 정상회담, 대선 후보 X파일 등을 꼽을 수 있다.

한나라당 후보 단일화는 대선구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인데 조기승부 여부에 따라 결정날 것으로 보여진다. 만약 조기에 승부가 기울고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캐스팅보트 역할 조차도 하지 못할 상황이 될 경우에는 이명박ㆍ박근혜 후보의 공존이 예상된다.

그러나 민심과 당심의 지지도가 다르거나 이명박ㆍ박근혜 후보 간 지지도 차이가 손학규 후보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좁혀질 경우, 그리고 이회창 전 총재가 개입할 경우 변수가 많아지고 양측은 공존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범여권 후보는 열린우리당의 분화 양상, 정계개편론과 맞물려 있으며 우리당의 분화 가능성은 크다. 우리당 통합신당파는 평화ㆍ민주세력 결집이란 명분으로 반한나라당 구도를 위해 범여권 단일화를 꾀하고 있으나 우리당 내 당사수파는 이를 지역주의로 인식해 충돌이 불가피하다. 두 진영은 정치적 명분이나 정세 전망, 정치적 이해관계를 달리해 간극을 극복하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민주당과 고건신당은 호남지역에서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영향력에 점차 떨어지고 고 전 총리는 범민주세력의 정체성을 인정받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여 고건 변수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남북문제와 남북정상회담 성사여부는 여전히 뜨거운 이슈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논쟁을 거치면서 남북 간에 한반도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됐다. 더욱이 북한 핵실험 이후 한반도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이 요구되는 새로운 상황이 펼쳐짐에 따라 대선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대선 후보 X파일과 같은 네거티브 사안은 지난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주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정치지형이 변해 그러한 파장을 불러오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단, 네거티브 내용과 후보에 따라 영향을 달리 미칠 가능성은 있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여론의 흐름을 볼 때 기존의 정동영ㆍ김근태 후보 외에 ‘제3후보’가 나올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범여권 후보로 이미 대선 주자로 이미지 메이킹이 되어 있는 고건 후보가 있고, 인지도와 개혁 정체성 및 지역적 강점을 갖고 있는 정운찬 서울대 전 총장, 그리고 정체성이 뚜렷하고 DJ와 노 대통령에게서 거부감이 없는 한명숙 총리를 들 수 있다. 한 총리는 한길리서치의 11월 조사에서 여권 후보 중 정동영ㆍ김근태 후보에 앞서 1위를 했고 12월 조사에서는 지지율 격차를 더 벌인 것으로 나타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노 대통령의 ‘승부수’도 대선의 변수로 주목된다. 노 대통령은 상상력이 풍부하고 위기에 승부수를 던졌는데 여권에서 반한나라당 전선이 어려울 경우 어떤 상상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홍형식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