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대통령선거전이 막올랐다. 이에 따라 여야 각 당과 대선주자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이번 대선은 그 속성과 구도에 비춰 유례없이 정치권의 유동성이 큰 상태에서 치러질 것으로 보여 갖가지 변수와 반전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대선을 좌우할 주요 키워드(keyword)를 짚어봤다.

■ 이명박ㆍ박근혜 단일화

2007년 대선의 향배는 한나라당 후보의 단일화, 구체적으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손을 잡느냐(공조) 여부에 달려 있다.

현재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을 합하면 60% 안팎에 이른다. 게다가 두 후보는 지난 1년 넘게 고건 전 총리와 함께 지지율‘빅3’의 축을 이뤄왔고 지금은 지지율 1ㆍ2위를 다투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명박ㆍ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은 고정된 지지층과 대선의 아젠다(경제, 안보 등)를 선점해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추세라면 한나라당은 이미 대권고지에 올라선 것이나 다름없다.

여당에서 논의되고 있는 정계개편론이 그다지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는 데 반해 이명박ㆍ박근혜의 결별로 상징되는 한나라당발(發) 정계개편이 대선지형을 일거에 바꿔놓을 것이라는 전망은 그래서 나온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당내 후보 경선 결과에 승복하고 단일화를 이뤄낼 것인가. 이ㆍ박, 두 사람은 “경선 결과 승복이 당연하다”고 말하고 있고 뉴라이트전국연합 김진홍 의장은 두 사람을 만날 때마다 “경선에 불복하면 다리를 분지르겠다”고 말한다고 하지만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당장 대선후보 경선 방식만 해도 분화의 불씨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전 시장이 민심(民心)에서 앞서고 박 전 대표가 당심(黨心)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전 시장이 과연 불리한 당내 경선에 참여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

더욱이 MBC-코리아리서치가 12월 13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후보 관련 여론조사 결과 ‘빅3’가 동시에 출마했을 경우 이 전 시장(42.1%), 고 전 총리(22.8%), 박 전 대표(21.5%) 순으로 나왔고, 이 전 시장이 다른 당 후보로 나온 경우에도 1위를 한 결과는 이ㆍ박의 분열 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다.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은 “현재 한나라당의 가장 큰 문제는 누가 나와도 이길 것 같은 ‘한나라당 대세론’이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즉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전반적 힘의 우위가 만들어져 있어 결국 이러한 상황이 내부 분열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야당이 분열하는 경우 개별 탈당은 일어나기 어렵고 야당 내부의 주요 후보 간 연대, 외부세력과의 연대 등이 동반된 새로운 형태의 ‘보수신당’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정치컨

설팅회사 ‘민(MIN)’의 박성민 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와 한나라당이 보수성을 지나치게 강화할 경우 이명박 전 시장이 보수신당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ㆍ박 두 사람이 갈라설 경우 이는 곧 여당 및 제 세력에도 영향을 미쳐 정치권 전반에 빅뱅(대분화)을 불러올 수 있고 대선 지형도 새롭게 짜여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 범여권 정계개편

열린우리당의 정계개편 논란도 2007년 대선의 주요 변수다. 정계개편이 어떻게 자리매김하느냐에 따라 대선 지형, 나아가 대선 승부의 윤곽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당은 그동안 이중고에 시달려 왔다. 10%대의 당 지지율로는 대선 승리를 기약할 수 없고 우리당 간판으로는 이듬해 4월 총선을 낙관할 수 없다. 그래서 돌파구로 제기된 것이 정계개편론이다. 그런데 당의 진로를 놓고 제 세력 간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여당발 정계개편론은 내홍으로 치닫고 동력마저 떨어지는 양상이다.

정계개편과 관련 초기에는 ‘제3지대 통합론’, ‘재창당론’, ‘영호남 통합론’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왔지만 최근에는 통합신당파와 친노세력이 중심이 된 당 사수파가 정면 충돌하면서 변형된 형태의 통합론과 재창당론이 현실성 있는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통합신당파는 일단 당을 해체, 또는 당을 떠나 신당을 창당하는 핵분열 통합방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우선 신당파가 당을 발전적

으로 해체하는 수순을 밟으면서 범여권 통합을 주도해가는 경우다. 이 방식은 2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신당파가 주도권을 잡느냐가 관건이다. 신당파가 대세몰이에 성공해 당의 해산과 신당 창당을 선언하게 되면 여당 주도의 `반(反) 노무현, 비(非) 한나라당'의 통합신당이 안착할 수 있다.

또 다른 형태는 신당파가 당 밖의 `제3지대'로 이탈, 외부세력과 손을 잡고 신당창당을 하는 경우다. 친노 진영과의 파워게임에서 밀려 신당파가 탈당을 결행하는 것으로 당 사수파와 중도파의 협공 속에서 일부 강경파들을 주축으로 한 ‘선도탈당론’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신당파 일부에서는 ‘분열없는 통합’도 거론한다. 현 단계에선 승산이 없다고 판단, 일단 당에 남아 상황을 지켜보면서 2월 전대에서 신당파와 사수파가 모두 지지하는 ‘중립형 지도부’가 들어선 뒤 질서 있는 통합론을 추진해 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관건은 여당의 간판으로 정계개편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여부다.

한편 한화갑 민주당 대표가 12월 22일 대법원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가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함으로써 범여권의 정계개편론이 탄력을 받게 됐다.

당내 신중식, 이낙연, 최인기 의원 등 고건 전 총리에 무게를 둔 통합신당파의 입지가 넓어질 전망이어서 고 전 총리를 중심으로 중도개혁실용노선 신당을 만든다는 `고건발(發) 정계개편'이 힘을 얻을 전망이다.

게다가 고 전 총리가 범여권 주자 중 가장 지지도가 높고 전국적 조직망을 갖춘 데다 우리당 김성곤 의원의 중도포럼이 고 전 총리를 매개로 한 구상이어서 ‘고건 신당’의 출현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고건 신당은 일정 부분 우리당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어서 우리당의 정계개편에 변화가 예상된다.

■ 노무현 승부수

노무현 대

통령의 인기는 현재 바닥권이지만 2007년 대선에서 여전한 ‘상수’다. 그만큼 대선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정가에서는 노 대통령이 위기에 몰릴 경우 특유의 ‘승부수’를 꺼낼 것이라고 전망한다. 노 대통령의 측근들은 노 대통령이 정권 재창출에 대단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 자신의 집권과정을 주목해 왔다고 말한다. 그래서 거론되는 노 대통령의 정권 재창출 공식은 자신과 같은 영남 후보를 내세워 야당의 텃밭인 영남 민심을 분리하고 호남과의 연대, 충청 민심 회복, 수도권은 극적인 이벤트를 연출해 표심을 얻는다는 시나리오다.

노 대통령의 정권 재창출 공식대로라면 그 출발은 영남 후보인 셈이다. 그래서 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외부 선장론'을 언급했을 때 그 대상이 영남 인사라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11월 30일 “신당은 지역당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규정하며, 통합신당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피력한 것은 정권 재창출의 순서를 잘못 이해한 것에 대한 지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노 대통령이 12월 21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 ‘고건 전 총리 인사 실패’ 발언을 하고 대북송금 문제를 다시 거론해 김대중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 역시 노심을 드러낸 것이고 당내 통합신당파와 고 전 총리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덧붙여진다.

같은 맥락에서 노 대통령이 여당의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때 특정 후보를 지원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의 승부수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지난해 11월 28일 국무회의에서 거론한 임기 단축 발언이다. 청와대는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임기 말 정국 기상도에 따라서는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있다. 정권 재창출이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때 대선 지형을 뒤엎는 극적인 카드로 활용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 40대의 선택

2007년 대선에서 40대의 선택이 주목된다. 40대는 1987년에서 2002년 대선에 이르는 네 번의 선거에서 승부를 갈랐다.

87년, 92년 선거에서 40대는 압도적으로 영남의 노태우, 김영삼 후보를 밀었다. 97년 대선에서는 40대는 김대중 후보와 이회창 후보에게 골고루 표를 주었다. 40대가 반이라도 지지를 했기 때문에 김대중 후보가 승리했다는 분석이다. 2002년 대선에서는 40대는 노무현 후보와 이회창 후보에게 반반의 지지를 보냈다. 이회창 후보는 기대한 만큼의 40대 표를 얻지 못해 패했다.

40대는 이번 대선에서 가장 많은 유권자층을 이루고 있다. 그들은 20대, 30대, 50대 이상의 유권자처럼 쏠림 현상이 드문 민심의 바로미터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그들의 성향이다. 386세대 또는 486세대로 불리는 40대는 87년 6월 민주항쟁과 90년대 경제호황기, 외환 위기 등을 거쳐왔다. 그들은 20, 30대에 민주화에 대한 열정으로 서부정권(호남에 기반한 정권)을 지지, 두 차례(97년, 2002년)의 정권창출을 이뤄냈다.

그러나 40대에 들어선 그들의 요즘 주된 관심은 민주화나 관념이 아닌 내 가족, 직장, 현실로 바뀌었다. 그들은 여권의 민주ㆍ평화ㆍ개혁이라는 구호에 고개를 돌린 지 오래다. 더구나 보수화된 40대는 노 대통령의 실정을 심판하려고 벼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경제’를 앞세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40대 지지율에서 다른 후보들보다 2배 이상 높게 나오는 것은 주목할 사항이다.

■ 네거티브 전략

네거티브(상대 후보에 대한 폭로ㆍ비방) 전략은 대선 때마다 등장, 상당한 효과를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 97년, 2002년 대선에서 당선이 유력했던 이회창 후보는 아들의 병역, 호화 빌라, 원정출산 등으로 꽤많은 표를 잃어 패배의 빌미가 됐다.

2007년 대선에서도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가 거셀 전망이다. 열린우리당은 지난해 12월부터 ‘대선후보 검증시리즈’를 기획, 한나라당 후보들에 대한 네거티브 캠페인의 포문을 열고 있다. 민병두 홍보기획위원장은 12월 13일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전 서울시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흉내내고 있다며 집중적으로 공격해 한나라당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 전 시장은 지난해 이른바 ‘황제테니스’ 사건으로 여당의 공격을 받았고 지지율이 무려 9.8%나 급락하는 등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여권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이명박 비리 추적, 수집 비밀팀(X파일 전담팀)’이 가동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은 “대선에서 여론의 흐름 못지않은 큰 변수가 ‘돌발이슈’인데 후보 개개인의 직무수행, 병역, 재산, 사생활 등과 관련된 과거 행적도 돌발 이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연구소 소장은 “대선에서 후보의 X파일은 여야의 후보 단일화, 남북문제 등과 함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나라당은 당내 윤리검증기구를 만들어 후보에 대한 검증과 함께 여권의 공격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인명진 윤리위원장은 “열린우리당에서 후보들에 대한 공세가 시작됐고 곧 언론도 검증을 할 텐데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것 아니냐” 며 당과 협의해 윤리검증기구를 설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