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착륙·연착륙·극심한 人플레이션 3가지 시나리오 가능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의 한 아파트 상가내 부동산업체들이 일제히 휴업을 한 모습.
만약 부동산 거품이 꺼진다면 어떻게 될까? 부동산 가격 거품 논란이 일면서 궁금한 부분이다.

현재의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끼어 있다, 혹은 끼어있지 않다는 것은 지금 결론이 나 있지 않다. 아직까지 두 주장이 서로 맞서 있는 상황. 그럼에도 거품론이 연거푸 제기되고 있는 것은 부동산 실물의 기본 가치와 가격이 서로 괴리돼 있다는 시각이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예일대의 로버트 쉴러 교수 등 거품 경제에 정통한 경제학자들은 실물의 기본가치 즉, 펀더멘털 이외의 부분을 거품으로 본다. 따라서 거품이 발생하기 전까지의 가격은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자연스레 결정된다. 여기까지는 정상 범위다.

하지만 거품이 일단 생기기 시작하면 가격은 기대 심리에 의해 움직이게 된다. 수요와 공급의 시장 원리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경고하는 이들은 지금의 가격이 펀더멘털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고 한다. 일단 펀더멘털에서 벗어나게 되면 거품은 통제력을 잃는다. 사람들이 더 오를 거라 생각하면 오르고, 반대로 내릴 거라 생각하면 내리게 된다. 기대 심리에 의해 가격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어쨌든 ‘일단 형성된 거품은 언젠가는 제거된다’는 것이 거품을 지적하는 학자들의 일관된 견해다. 해마다 폭등을 거듭하고 있는 한국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끼어 있다면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내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꺼진다고 가정한다면 3가지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우선 생각될 수 있는 것은 ‘대폭락’, 즉 경착륙설이다. 날로 치솟기만 하는 부동산 가격이 어느 한순간에 급격하게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비록 공황까지는 아니지만 이런 사례는 일본에서 이미 확인됐다. 19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까지 부동산 가격이 최고조로 급등한 일본은 이후 부동산 가격이 속락하며 10년의 장기불황에 허덕여야만 했다.

부동산 가격이 점진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연착륙설도 함께 제기된다. 폭락하거나 급락하지는 않지만 서서히 시간을 두고 거품이 제거될 수 있다는 것.

두 가지 시나리오 중 어느 것이 우세하느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거품이 크면 클수록 폭발 가능성은 높아진다는 것이다. 풍선이 커질수록 서서히 바람을 빼기보다는 터져 버릴 확률이 높아지는 원리와 마찬가지다.

물론 부동산 시장이 경착륙할 경우 연착륙보다 후유증은 엄청나게 크다는 데 이견이 없다. 미국의 주식시장 폭락에서 비롯된 대공황과 같은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지적도 이 때문이다. 비록 연착륙을 하더라도 무리하게 대출 받아 집사기에 나선 이들의 가계 부채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경제가 휘청거릴 것만은 분명하다.

이밖에 부동산 거품을 해소하기 위해 인플레이션을 부를 수 있다. 정부가 새로 화폐를 마구 찍어내고 시중에 공급하면 기존 화폐 가치가 떨어져 자연스레 빚 부담은 줄거나 쉽게 해소될 수 있다.

제3의 시나리오가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이용한 거품 해소에 나설 경우 물가 상승과 임금 상승, 경제 비용 급상승 등 여러 부작용을 또 감당해야만 한다. 이런 경우는 중남미 국가들이 극심한 인플레와 물가 상승의 악순환을 거치며 경제불안에 휩싸였던 전의 상황에 흡사하다. 최근 10만원권, 5만원권 발행 얘기가 정부에서 흘러 나오고 있는 것도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맥락으로 여겨질 수 있다.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