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금리 인상·다주택자 대출 제한 등 고강도 처방 잇달아

은행권의 11월 대출 증가액이 4년 8개월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해 은행의 상담 창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리 인상 여부로 초미의 관심을 모은 지난 11월 초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결과는 콜금리 동결이었다. 부동산 가격 폭등의 폐해를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세간의 여론을 의식한 결론인 셈이다.

부동산 폭등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저금리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금리를 올려야 했지만 결국 동결로 결정된 데는 정부 당국이 안고 있는 고민을 대변해준다.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할 입장이지만 또 한편으론 금리 인상이 부동산 시장에 끼칠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며칠 후 콜금리 인상 대신 '은행의 지급준비율 인상'이라는 깜짝카드를 꺼냈다. 지난 90년 이후 16년 만이다. 결과적으로 은행들은 추가로 한국은행에 돈을 예치해야 되게 됐는데 이는 은행들의 무분별한 주택담보대출 확대를 막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요즘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드는 시중의 자금 흐름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한마디로 부동산 투기 혹은 투자를 위한 대출 시장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는 것.

벌써 은행들은 발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근 신한은행을 시작으로 시중은행 대부분은 주택담보대출을 사실상 중단하거나 축소했다. 또 대출 금리도 소폭이긴 하지만 연일 최고치를 바꿔 나가고 있다. 신규로 대출 받기도 어렵지만 이미 대출 받은 사람들도 이자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시중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98%가 변동금리인 점을 감안하면 금융권은 이미 주택담보대출 옥죄기에 들어갔다고 보여진다. 기준금리 상승에 따른 가산금리 인상, 금리우대한도 축소 및 폐지 등은 ‘이자 폭탄’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결국 돈 빌려 부동산을 사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한은이 최근 내년도 총액한도대출을 1조6,000억원 축소키로 한 것 역시 대출재원이 되는 유동성을 흡수하겠다는 취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금감원이 은행들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조사에 나선 것도 대출 시장을 위축시키는 변수다. 최근에는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쌓으라는 공문까지 보냈다. 대손충당금은 은행이 돈을 떼일 것에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것. 시중은행들은 지난 12월 말까지 2조5,000억원을 추가로 쌓아야 하는데 그만큼 쓸 돈이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박대동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장도 이와 관련, "부동산 거품 붕괴로 우리도 일본처럼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금융당국이 담보 위주 대출에서 상환능력 위주로 전환할 것을 금융권에 지시한 것도 주택금융시장을 급속히 얼어붙게 하고 있다. 신규 대출 취급분부터 10일마다 차주의 소득, 부채비율, DTI 등 채무상환능력 평가 자료를 제출토록 지시한 것. 이 방안이 도입되면 무소득 배우자 명의로 주택대출을 받았던 세대들이 신규 대출이나 대출 연장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세대별로 채무상환능력을 따져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투기지역 내 2~3건 이상 주택대출에 대해 강제상환 여부를 점검하고 나선 것도 또한 이런 추세의 연장선상에 있다.

일련의 이들 조치는 당초 정부가 제시했던 '미시적인 위험관리' 수준을 넘어선 고강도 규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는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드라이브가 파죽지세인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이 앞으로의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 거품 확대를 막는다는 것을 담보해준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무리한 금리 인상과 대출금 회수 또한 부동산 거품 못지않게 자칫 예상하지 못한 후유증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시장에 부동산 속등에 대한 불안 심리가 워낙 깊게 잠재해 있고 정부 정책과 금융권의 대출 축소 조치들이 다시 완화할 기미가 보이면 또 한번 부동산 시장은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