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불투명으로 달러화 가치 하락 불가피" 전망 대세한국은 금리상승 예고에 증시 전망 밝아 원화 가치는 올라가

새해가 밝았다.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살펴볼 때, 올해 국제금융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무엇이 될까? 이런 질문에 대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환율과 금리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은 옳다. 환율과 금리가 경제활동, 특히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실로 막강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환율은 아마 올해의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소지가 충분하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성장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 환율에 대한 관심사는 지대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각 증권회사들은 앞다투어 2007년 증권시장 전망을 발표하였다. 그런데, 나중에 발표한 증권사일수록 더욱 낙관적이 되는 통에, 늦게 발표한 기관의 주가 전망치가 그 이전에 발표한 증권사의 전망치보다 점점 더 경쟁적으로 높아지는 양상이었다, 급기야 처음으로 증시전망을 발표한 기관이 졸지에 가장 보수적인 전망이 되어버리는 등 낙관론 일색이었다. 반면, 외환시장의 경우는 정반대이다.

은행이나 연구기관 등에서 내놓은 환율 전망을 살펴보면 한결같이 달러-원 환율은 하락할 것이라는 쪽으로만 의견이 쏠리는 현상을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최근 환율의 하락세가 강해지는 모습을 나타내었기에 아무래도 그런 영향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웠을 터이다. 아울러 국제금융시장의 분위기도 달러-원 환율이 하락하는 쪽으로 치우치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 금리는 오를 가능성 적어

이처럼 달러-원 환율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글로벌 외환 시장에서 달러화의 가치가 예전 같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는 달러화의 금리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까지 달러는 그럭저럭 국제 금융시장에서 강세기조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 이유는 달러의 금리가 꾸준하게 상승세를 이어갔기 때문.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전임 총재인 그린스펀, 그리고 현 총재인 버냉키가 연이어 달러 기준금리를 연속적으로 인상해왔고, 그로 말미암아 수익률의 상승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달러 매수세로 몰리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달러화의 기준금리는 2004년 6월 이전만 하더라도 1.0% 수준이었으나 이후 무려 17차례에 걸쳐 꾸준하게 인상되어 현재 5.25% 수준까지 치솟았다.

해외 금융자본의 입장으로서야 달러를 사두면 수익률이 꾸준하게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었으니 달러화 매수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고, 그 결과 달러는 강세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현 상태에서 더 이상 달러 금리가 인상될 여력이 남지 않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한 나라의 적정금리는 성장 잠재력에다 인플레이션율을 더한 것이라는 피셔 방정식을 이용한다면 미국의 적정금리 (혹은 중립금리)는 5.5%를 넘지 못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따라서 현 5.25% 수준인 미국 달러 금리가 여기서 더 인상될 여력은 거의 없다. 달러 강세 기조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추세는 즉각적으로 일본의 엔, 중국 위안, 그리고 우리나라 원화에 대한 평가절상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다.

미국의 경기도 안심할 상황은 되지 못한다. 벌써부터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의 경기가 시장의 기대보다도 더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만일 그렇게 될 경우, 미국의 중앙은행은 경기의 경착륙을 막기 위하여 이제까지의 정책과는 반대로 오히려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달러가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이제까지 강세를 유지하였다면, 거꾸로 미국의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할 경우, 즉각적으로 달러는 약세로 돌변할 개연성도 충분한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금리는 올해에도 그리 낮아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2006년10월,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부산대학교에서의 강의에서 "성장 4~5%, 물가 2~3%라면 균형금리가 아무리 낮아도 6~8%는 돼야 하며 콜금리가 4~5%에 불과한 것은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물론 한국은행은 즉각 이를 ‘원론적인 발언’이었다고 해명하였고, 그 이후 원화 금리가 인상되지도 않아 그의 발언이 금융시장에 미친 파장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물가와 성장률을 토대로 적정금리 수준을 따지는 피셔 방정식을 원용하여 본다면 우리나라의 금리는 인상될 가능성이 높으나, 인하될 가능성은 현저하게 낮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2006년 12월 중순,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주요 은행의 통화전략가 11명을 대상으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그리고 그 결과, 이들 전문가들 역시 달러 약세 현상이 계속되리라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2007년 말까지 달러화의 가치가 일본 엔화에 대하여서는 8.6%, 그리고 중국 위안화에 대해선 4.4% 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의 전망을 평균할 때, 2007년 말까지 엔-달러 환율은 108엔대를 기록할 것이고, 위안-달러 환율은 연말까지 7.48위안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만일 이들의 전망대로 엔화와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고 달러화가 약세를 면치 못한다면 고스란히 달러-원 환율에 대한 절상압력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물론 이들 전문가들의 의견에는 달러-원화 환율에 대한 구체적인 전망은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원-엔 환율이 현 수준보다 높은 100엔당 800원을 유지한다고 가정할지라도 달러-엔화가 108엔대로 하락한다면 달러-원화 환율은 단순하게 계산하여도 864원이 되어야 한다. 이는 국내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수준보다 훨씬 더 낮은 수준이다.

900원 선 무너지면 경제에 충격 커

국내 외환전문가들은 달러-원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기는 하겠지만 900원선을 쉽사리 무너뜨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900원’이라는 숫자에 심리적인 의미가 크다는 데 기인한다. 한국은행이나 정부 당국도 심리적인 효과를 의식하여 900원 선을 방어할 것이고, 시장에서도 당국의 개입을 고려하여 공격적으로 900원 선을 무너뜨리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심리적인 이유일 뿐 구체적으로 우리나라의 국제수지, 물가, 금리 등과 900원이 직접 연관성이 높다는 뜻은 아니다. 따라서 외환 시장의 성향으로 미루어볼 때, 나름대로 심리적 지지선으로 간주되는 900원이 시장의 예상대로 ‘쉽사리’ 무너지지는 않겠으나, 만일 900원 선이 뚫리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그 때는 심각해진다. 믿었던 지지선이 무너진다면 그 파장으로 인하여 추가적인 하락폭은 자칫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도 있음에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거기에다 주식시장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도 달러-원 환율에 하락 요인이 될 전망이다. 2006년, 외국인 투자자들은 서울증시에서 모두 120억 달러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하여 빠져나갔다. 따라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도한 원화자금으로 달러를 매수한 덕택에 환율은 그나마 하락폭이 다소 진정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각 증권회사들이 입을 모아 전망하듯이 서울증시 전망이 밝다면 양상은 달라진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2006년처럼 내내 매도하지는 않을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외국인 투자자금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정반대일 터. 이들 외국인 투자자들이 2006년과는 달리 달러를 싸 짊어지고 서울 증시로 모여든다면 이는 곧장 달러 매도 압력, 즉 달러-원화 환율의 직접적인 하락 요인이 될 것이다. 아무리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달러-원 환율이 하락하지 않으리라 기대하기는 무리일 듯하다.

주가가 모처럼 오른 11일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들이 시세판을 올려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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