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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높고 배후 거대 시장의 교두보로 최근 각광
[커버 · TVT] 떠오르는 신흥시장 TVT(Turkey, Vietnam, Thailand)
일본 등 생산기지로 눈독… 한국도 진출 서둘러야



한국전쟁 참전 이후 우리와 형제국가 인연을 이어온 터키. 베트남전쟁 때 서로 총부리를 겨눠 오랫동안 불편한 사이였던 베트남. 그리고 불교와 쌀, 관광의 나라로 우리와 친숙한 태국.

우리에게는 이처럼 서로 다른 이미지로 다가오는 세 나라가 요즘 무궁무진한 시장 잠재력이라는 한 가지 공통점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래서 이들을 하나로 묶어 TVT(Turkey, Vietnam, Thailand)라는 신조어로 부르기도 한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인구 및 자원을 바탕으로 최대 신흥시장으로 떠오른 브릭스(BRICs) 이후를 떠맡을 유망시장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11월 말 ‘2007년 세계 9대 트렌드 예측’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TVT가 ‘포스트 브릭스’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중국, 인도, 유럽연합(EU) 등 거대 소비시장을 배후에 둔 뛰어난 입지 조건과 높은 경제성장률을 주목하라고 제안했다.

TVT는 당초 일본의 세계적인 경제평론가 오마에 겐이치(大前硏一)가 차세대 신흥시장으로 지목한 국가들이다. 실제 오랜 해외진출의 역사와 노하우를 지닌 일본 기업들은 벌써부터 TVT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서구의 다국적 기업들도 TVT를 생산기지로 적극 활용하고 나섰다.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뚜벅뚜벅 걸어오는 TVT 3개국의 잠재력을 살펴본다.

유럽과 아시아의 징검다리 터키

터키는 유럽과 아시아, 중동의 사이에 자리잡은 지정학적 여건으로 사통팔달의 허브(Hub)라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특히 중동의 아랍 국가들과 우호 관계가 돈독해 중동시장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인종적, 역사적 유대가 깊은 중앙아시아 시장 진출에도 징검다리가 돼 준다. 아울러 아프리카 시장의 교두보로서도 큰 몫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까지는 유럽 기업들이 더 매력을 느끼는 시장이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데다 값싼 노동력이 풍부해 유럽의 생산기지 구실을 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터키에서 만들어진 생산품의 50% 이상이 유럽시장으로 수출되고 있다.

주요 수출품은 자동차, 전자제품, 의류 등이다. 특히 터키의 섬유산업은 정부의 집중 육성으로 전체 경제에서 3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할 만큼 핵심 산업이다.

터키는 2000~2001년 금융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2002년부터 IMF 지원프로그램과 각종 정책수단이 먹혀 들면서 물가안정, 수출확대 등 획기적인 경제안정 기조를 이뤄냈다.

2004년에는 물가상승률을 30년 만에 한자릿수로 묶는 데 성공했고 경제성장률 역시 10%에 달하는 고성장을 구가했다. 2005년에도 물가상승률은 7.7%, 경제성장률은 7.4%로 안정 속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이철원 전문연구원은 “터키는 지정학적 중요성, 최근의 높은 경제성장률, 그리고 유럽연합 가입 협상 재개라는 여러 호재를 가진 나라”라며 “다만 아직 경제력과 소비수준이 높지 않기 때문에 내수시장을 노리기에는 좀 이른 감이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터키는 한국 기업들에게 처녀지나 다름없다. 현대자동차, 한국타이어, 삼성물산, LG화학, CJ 등 일부 대기업이 진출해 있기는 하지만 그 숫자는 수십여 개에 불과하다. 다만 최근 양국의 교역규모가 커지면서 섬유, 위성통신 수신기 등을 생산하는 업체들의 현지 진출 관련 문의가 늘고 있다는 게 산업자원부 구미협력팀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한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을 인정한 터키인들이 합작투자를 희망하는 사례도 부쩍 늘었다고 한다.

'제2의 중국'으로 각광받는 베트남

베트남은 유망 신흥시장을 꼽을 때 거의 빠지는 법이 없을 만큼 잠재력을 인정 받는 나라다. 공교로운 것은 세계의 공장 구실을 했던 중국이 최근 콧대가 높아지면서 대체 시장으로서 진가가 더욱 높아졌다는 점이다. ‘제2의 중국’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과거와 달리 높아진 임금, 규제 강화 등으로 경영상의 이점을 잃어버린 중국 진출 기업들이 베트남으로 공장을 옮기는 ‘탈(脫) 중국’ 현상이 점차 두드러지고 있다.

우리 기업들에게 베트남은 특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중국, 아세안 지역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생산거점뿐만 아니라 자체 내수시장(인구 약 8,600만 명)으로서도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산업자원부 아주협력팀 임승윤 팀장은 “시장도 크고 자원도 많고 손재주가 좋은 인력도 풍부하며 우리와 문화적으로 유사한 측면도 많다”며 베트남의 장점을 간명하게 요약했다.

베트남의 최근 경제성장은 눈부시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1986년 도이모이(개혁,개방) 정책을 처음 채택한 이후 90년대에 성장의 기틀을 닦은 뒤 2000년대 들어서는 연 평균 7.5%의 고속성장을 이어가는 중이다. 특히 2006년에는 무려 8.17%의 고성장을 달성했다. 이런 성장세는 신흥시장 중에서 중국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베트남이 투자 적지(適地)로 떠오르면서 최근 외국인들의 직접투자(FDI)도 급증하는 추세다. 특히 지난해 FDI 규모는 102억 달러 선으로 2005년 41억 달러에 비해 두 배 이상 급신장했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미국으로부터 항구적 정상무역관계(PNTR: Permanent Normal Trade Relation) 지위를 부여 받은 데다 올 초 국제무역기구(WTO) 공식 가입국이 되는 경사까지 겹쳐 외국인 투자 물결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대해 KIEP 정재완 전문연구원은 “과거 사회주의적 관행과 제도적 미비점이 많이 개선된 데다 미국과 무역정상화, WTO 가입 등으로 투자환경은 더욱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한국 기업들의 베트남 진출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 개방 초창기에는 주로 단순조립 공장 위주로 들어갔으나 이후 2000년대 들어서는 IT 및 전자 등 첨단업종이 진출했고 최근에는 부동산, 건설업종 및 금융업종 등 진출 업종이 다양화하고 있다. 현재 진출 기업 숫자는 1,00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베트남 경제의 급성장에 따라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최근 국내의 해외 펀드 투자처로 베트남 증시가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현지 증시 사정에 밝은 증시 전문가들은 이른바 ‘베트남 펀드’에 대해 환상은 금물이라고 충고한다. 증시 규모 자체가 작고 외국인 매매물량에 제약이 많아 조심스레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덩치가 큰 우량 국영기업들이 향후 민영화되면 베트남 증시도 본격적인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세안 시장의 중심국가 태국

지난해 9월 군부 쿠데타로 세계의 시선을 집중시킨 태국은 실제로 쿠데타가 빈발해 정정(政情)이 불안한 나라 중 하나다. 하지만 신기한 것은 잦은 쿠데타가 경제에 대해서 미치는 악영향이 별로 크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국왕이 국가질서의 최종 수호자로서 건재한 데다 국민들이나 외국 투자자들도 쿠데타에 대해 일정한 내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KIEP 김한성 부연구위원은 “태국은 얼마 전 쿠데타가 발생하기는 했지만 경제구조를 살펴보면 다른 동남아 국가에 비해 상당히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다”며 태국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태국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0개국의 중심 국가로서 아세안 시장 진출의 전략적 베이스캠프라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조립생산의 거점으로 한국과도 보완적 교역관계를 갖고 있다. 전자부품, 화학원료, 철강, 직물 등 공산품과 반제품이 태국으로 수출되는 주력 품목들이다.

태국은 아세안의 중심 국가라는 위상에 걸맞게 투자환경과 경제여건 등이 모두 양호한 시장으로 평가된다. 일본 기업들이 오래 전부터 대거 진출해온 터라 산업기반 시설도 잘 갖춰져 있고 경제성장률도 견조한 추세를 보인다.

금융위기를 겪은 1996년부터 2000년까지 마이너스 0.9% 성장하며 경제가 후퇴한 적도 있었지만 이를 슬기롭게 극복해내면서 2000년대 이후에는 평균 5% 안팎의 견실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통적인 우방 관계인 한국과의 교역량도 꾸준히 늘어나는 등 양국 간 경제협력이 증진되고 있어 우리 기업들의 투자 대상국으로도 매력을 더해가고 있다. 다만 후발 아세안 국가에 비해 인건비가 비싼 게 단점이다.

아울러 진출 역사가 오래된 일본 기업들의 장악력이 절대적인 것도 태국 진출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일례로 태국 제조산업의 중핵이라고 할 자동차산업은 도요타, 닛산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좌지우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굴지의 기업인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태국을 동남아 시장 진출의 전략 거점으로 삼아 근래 대규모 투자를 함에 따라 향후 한국 기업들과 일본 기업들의 경쟁도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한성 KIEP 부연구위원은 “양국 간 경제협력 관계가 여러 분야에서 돈독해지고 또한 긴밀해지고 있지만 80년대 이전부터 진출해 시장을 선점한 일본 기업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비단 태국뿐만 아니라 베트남 등 여타 신흥시장을 공략하는 데도 최근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영원한 숙적 일본과의 싸움은 신흥시장에서도 피할 수 없게 됐다. 더욱이 투자 대상국에서 투자국으로 탈바꿈해 가고 있는 중국과도 조만간 신흥시장에서 빈번하게 맞닥뜨릴 가능성이 크다.

이래저래 경쟁자들보다 앞서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일이 우리 기업의 숙제로 떠올랐다.

TVT 진출 국내 기업

TVT 지역에는 일찌감치 코리아 브랜드를 앞세워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적지 않다. 특히 신흥시장의 전략적 활용 가치를 간파한 일부 대기업들은 벌써부터 이곳에 나아가 성가를 드높이고 있다.

지리적으로 먼 데다 교역이 활발하지 못했던 터키에서는 현대자동차가 돋보인다. 터키는 19개의 메이커가 자동차를 생산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전쟁터다. 대부분 회사는 외국 자동차 업체들과 합작 형태이며 터키 내수시장 판매뿐만 아니라 유럽시장 수출을 병행하고 있다.

현대차 터키법인(HAOS)은 1990년대 중반 진출 초기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시장 공략에 나섰다가 벽에 부닥친 후 마케팅 초점을 품질에 맞추고 현지화 경영에 공을 들이면서 도약을 이뤄냈다.

올해 터키 시장에서 판매순위 3위를 목표로 세운 현대차는 터키가 EU에 가입할 경우 유럽시장의 전초기지로서 활용도 또한 높아질 것으로 보고 생산 역량 강화에 몰두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터키공장은 자동차 메이커의 집결장이자 단일시장으로는 최대 규모인 유럽시장에서 현지화 전략의 교두보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고의 유망시장으로 위상이 높아진 베트남에서는 LG전자의 활약이 눈에 띈다. 이 회사는 1999년 에어컨 현지 생산을 시작한지 3년 만인 2002년 파나소닉, 도시바 등 일본 업체들을 제치고 베트남 에어컨 시장 1위에 올랐으며 지난해에도 점유율 30%를 기록하며 시장을 석권했다.

점유율 25%의 디지털TV도 베트남 시장을 선도하는 주력 제품이다. LG전자는 경제성장의 과실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디지털TV 시장점유율을 내년에는 35%까지 늘려 주도권을 확실히 틀어쥔다는 계획이다.

LG전자의 도약에는 품질력과 함께 사회공헌 활동 등 현지화 노력과 한류스타를 앞세운 한류 마케팅도 한몫 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관련, 이재성 베트남법인장은 “베트남은 지난 수 년간 이어진 경제성장에 힘입어 프리미엄 가전시장의 잠재력이 매우 크다”며 “고급 제품과 프리미엄 한류 마케팅으로 승부를 걸어 베트남 소비자들이 선망하는 브랜드로 확고히 자리잡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거 ‘대우’ 브랜드의 선봉장 역할을 했던 대우인터내셔널은 76년 태국 방콕지사, 86년 터키 이스탄불지사, 90년 베트남 호치민지사, 91년 베트남 하노이지사를 차례대로 설립하는 등 일찌감치 TVT 시장 선점에 앞장서 왔다. 이 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현재 대우는 TVT 시장에 대한 철강 및 비철금속, 기계류, 섬유, 전기전자, 화학제품 등의 수출 실적에서 선두권 종합상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우 관계자는 TVT 시장에 대해 “베트남과 태국은 중국과 인도 등 거대시장을 연결하는 교두보와 생산기지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고, 터키는 최근 주요 자원보유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아제르바이잔과의 연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며 “또한 세 나라는 모두 6천만 명 이상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어 소비시장으로서도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베트남은 현재 대우가 가장 활발하게 진출한 TVT 국가다. 하노이, 호치민지사를 통해 2006년에는 5억5,000만 달러의 수출 및 삼국간 거래 실적을 올렸다. 대우는 또한 봉제법인, 철근법인, 항생제법인, 농약법인, 자동차시트 봉제법인 등 5개 현지 투자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2006년 11월부터 생산을 시작한 베트남 11-2광구 가스전 사업에도 한국 컨소시엄의 일원으로 참여 중이다.




입력시간 : 2007/01/18 14:38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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