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시장의 조건은 뭔가중국 대체할 만한 내수시장 지녀… 파트너 관계를 바탕으로 진출을

저임(低賃)의 풍부한 노동력, 일정한 크기의 내수시장, 지역적 허브(Hub) 역할의 가능성 등은 유망 신흥시장의 필수조건으로 꼽히는 요소들이다. 문제는 이런 요소들을 모두 갖춘 매력 만점의 신흥시장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그런 까닭에 신흥시장을 개척할 때는 그 시장의 어떤 장점을 활용할 것인지 전략적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이순철 부연구위원으로부터 ‘신흥시장 진출의 조건’을 들어봤다.

-신흥시장이 갖춰야 하는 일반적 요건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신흥시장은 경제성장의 잠재력 즉 소비시장의 형성 가능성 또는 시장성, 제조업의 발달과 더불어 교역이 활성화될 수 있는 지역적 허브의 가능성, 풍부한 자원과 값싼 인건비를 바탕으로 한 생산요소 조건을 갖춘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소비시장의 잠재성이 크다는 것은 ‘내수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며, 인적자원과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지역적 허브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생산 요소’가 풍부하다는 뜻이다. 기업 진출 전략 면에서 보면 ‘내수시장’과 ‘생산 요소’ 두 가지 모두 중요한 신흥시장의 요건이다.”

-그렇다면 TVT(태국, 베트남, 터키) 지역이 신흥시장으로서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중국이 지속적인 구조 개혁을 추진할 경우 중국 시장의 대안 시장으로 주목 받을 수 있는 국가라는 점이다. 이들 국가는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에다 지역적으로도 허브 가능성이 높아 무역 활성화 등에 의해 나름대로 높은 경제성장이 가능한 국가들이다. 따라서 중국 시장의 대안 시장 또는 보완시장으로서 잠재력이 높다.”

-신흥시장 진출에 앞서 해당 국가의 특성을 고려한 전략이 필요할 듯한데.

“새롭게 부각되는 시장들은 나름대로 특징이 있다. 어떤 국가는 내수시장, 어떤 국가는 값싸고 풍부한 인력자원, 어떤 국가는 허브 역할이 강하다는 등의 특징이다. 가령 브라질, 러시아, 나이지리아 등의 국가에 진출할 때에는 역내 시장의 중요성과 함께 풍부한 자원을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이런 시장에는 적극적인 자원개발 진출 전략이 요구된다. 또 TVT의 경우에는 허브적 기능을 충분히 살리면서 동시에 주요 제품을 앞세워 역내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값싸고 풍부한 인력의 활용도 고려해야 한다. 요약하면 TVT 국가 진출은 무역 등 교역 활성화로 허브 기능을 최대화할 수 있는 전략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 기업들의 신흥시장 진출 전략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신흥시장을 매우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들은 최근 중국 시장의 구조조정 등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대(對) 중국 진출에서 벗어나 신흥시장을 적극적으로 노크하고 있지만 대부분 정보 부족으로 진출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들은 보다 철저한 사전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진출 전략을 짜야 할 것이다. 가령 진출 목적이 ‘내수시장’과 ‘생산 요소’ 중 어느 쪽인지, 혹은 두 요소 모두를 추구할지 사전에 방향을 결정하고 이에 부합하는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경제의 특징과 기업들의 역량을 감안했을 때 특히 유망한 신흥시장은.

“생산 요소와 내수시장을 동시에 추구할 나라를 찾는다면 베트남과 터키가 매우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은 중국을 대체해 아시아 지역의 허브 기능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국가이며, 터키는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허브 국가다. 두 국가는 매우 공통된 신흥시장의 요소를 가지고 있어 우리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공략할 만하다.”

-종합적으로, 우리 정부나 기업 차원에서 신흥시장을 선택할 때 필히 고려해야 할 조건들은.

“내수시장과 생산 요소 및 자원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시장은 거의 없다. 하지만 유망한 신흥시장은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과 내수시장, 아울러 허브적 역할도 충분히 가능한 시장조건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시장의 잠재력, 생산 요소, 자원, 허브 가능성 등 다양한 측면을 비교 분석해 진출 시장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신흥시장은 나름대로 특유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 관계보다는 상호협력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전략이 요구된다. 우리 정부도 중소기업들이 보다 쉽게 신흥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새로이 떠오르는 신흥시장에 대한 정보를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수집, 제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