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요서·만주 '동?Z3성'을 중국문명권으로 부각

고조선이 안팎으로 시달리고 있다. 국내의 일제 식민사관과 그 아류사학이 고조선의 자리매김에 발목을 잡고 있다면 중국의 패권주의 사관은 고조선을 아예 자국의 역사로 편입시키려 한다. 특히 중국은 지난 5년 동안 치밀하게 작업해온‘동북공정’(東北工程, 중국이 동북 변경지역에서 일어난 모든 역사를 중국 역사로 만들려는 프로젝트)을 최근 매듭지어 고조선을 가장 크게 위협하고 있다.

고구려연구회 소속 서길수 서경대 사학과 교수는 “동북공정은 1981년 시작된 ‘다민족통일국가론’의 10단계 중 8단계 과정에 불과하며 마지막 단계인 2006년 시작된 제2차 ‘중화문명탐원(探源)공정’에서 한국 고대사 침탈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중국역사를 새롭게 만들기 위해 출발한 ‘다민족통일국가론’은 하상주단대공정(夏商周斷代工程)→ 중국고대문명탐원공정(中國古代文明探源工程)→ 동북공정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역사관련 공정들을 거쳐 궁극적으로 ‘랴오허문명론(遼河文明論)’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랴오허문명론’은 중국 랴오둥(遼東)과 랴오시(遼西)를 포함한 만주(중국 동북3성) 지역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권으로 부각해 대중화주의(大中華主義)’를 완료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랴오허문명권 내의 고대 민족은 모두 중화민족이 되고 고구려,발해는 물론 이 지역에서 발원한 고조선까지도 완벽하게 중국사에 편입된다.

중국이 랴오허문명론을 내세운 것은 이제까지 중국 역사의 근원을 베이징 인근의 구석기 시대와 황하 중류의 신석기 시대 앙소문화(仰韶文化)를 포함한 ‘황하문명권’으로 잡고 있었는데 20세기 중반 이후 동북 만주지역에서 중원문화보다 시기적으로 앞서고 더 발달된 신석기문화가 속속 확인된 데 따른 비상조치다. 특히 기원전 3,5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대규모 적석총 제단이 확인된 랴오허 일대의 홍산문화(紅山文化)의 발견은 중국에 충격을 주었다.

랴오허 일대의 각 유적에서는 중원문화권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한반도에서 많이 보이는 빗살무늬토기, 고인돌, 적석총, 비파형동검 등이 대량으로 발굴되었다. 이것은 내몽골-만주-한반도로 이어지는 북방문화 계통이었다. 특히 랴오닝성(僚寧省) 우하량(牛河梁) 지역에서 발굴된 ‘여왕국’ 유물들은 고조선 등 우리 유적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고 연대 또한 단군이 고조선을 세웠다는 기원전 2333년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중국은 황하문명권보다 이르고 발달된 ‘랴오허문명권’을 중화문명의 발상지의 하나로 재정립해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인더스 문명보다 이른 세계 최고(最古)의 문명이라는 논리를 만들어 갔다.

그 선행작업으로 하상주단대 공정을 추진(1996~2000년), 전설상의 나라로 여겨지던 하나라(B.C 2070~B.C 1600)를 실제 국가로 공식화해 중국의 ‘역사시대’를 무려 1229년이나 끌어올렸다. 이어 중국고대문명탐원 공정을 시행(2001~2005년), 신화와 전설의 시대로 알려진 ‘3황 5제’의 시대까지를 중국의 역사에 편입하여 중국의 역사를 1만년 전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은 역사적으로 한민족과 경계를 다투던 만주지역을 중국사로 확실하게 편입해 한반도 통일 이후에도 논란이 일지 않게 하려는 국가전략의 일환이다. 이에 반해 고조선의 실체조차 제대로 정립하지 못한 한국의 현실은 중국의 계획된 공략에 속절없이 당하고 있는 양상이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