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훈 한옥문화원 원장

"한옥은 21세기에도 가장 이상적이며, 자연친화적인 주거형태가 될 것이다. 이미 유럽의 건축가들도 우리의 가변성 벽과 전자파를 막는 천연자재 등을 활용한 건축법을 도입하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우리 것의 장점을 외면하고 서구적인 것만을 지향해오고 있다."

한국건축사의 산증인이기도 한 신영훈(71) 한국문화원 원장은 한옥에 대한 긍지와 함께 우리 한옥을 소홀히 하는 현실을 냉엄하게 꾸짖었다.

신 원장은 1955년 고등학교 3학년 때 고 최순우 선생(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의 강의를 듣고 한국 건축에 빠져 57년 국립박물관의 학예관으로 일한 이래 50년간 한옥 장인의 외길을 걸어왔다.

신 원장은 60년대부터 남대문과 동대문 복원을 비롯해 우리 전통가옥을 복원하고 새로 짓는 일을 도맡아 감독하는 한편 한옥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데도 전력했다. 프랑스와 영국을 중심으로 구들과 유사한 바닥배관형 난방방식이 고급 건축물에 속속 채용되고 창호지를 이용한 은은한 채광방식이 유행하고 있는 것도 그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신 원장은 "한옥은 인체의 기와 흐름을 같이하는 독보적인 건축법"이라며 "대학 건축학과 어디에도 한옥 건축을 온전하게 가르치는 곳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게다가 문화재로 지정받은 서울의 북촌마을이나 일부 지방의 한옥마을은 집장수가 지은 싸구려 유사 한옥으로 원래 한옥의 모습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원장은 왜곡되고 있는 한옥 건축을 바로잡기 위해 99년부터 한옥문화원(www.hanok.org)을 열어 한옥 건축법과 문화를 후학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앞으로 한옥 전문가를 양성하는 한편 한옥을 외국에 알리기 위해 우리 것의 논리와 체계를 세우고 외국어로 번역하는 작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신 원장은 "한옥을 19세기 목조건축물에 국한시켜선 곤란하다. 기와집만이 한옥이라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21세기의 한옥은 21세기다워야 한다"고 말한다. 즉 19세기식 전통 한옥은 물론 잘 보존해야 하지만 동시에 21세기에 걸맞는 한옥의 현대화 작업도 게을리 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신 원장은"문제는 집의 형태가 아니라 내부 공간의 쾌적함이 제일 중요하다"며 "내 몸에 가장 잘맞는 편안한 집, 따뜻한 마음과 배려가 깃든 집이 바로 한옥이다"고 강조했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