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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 교수사회] '교수노조 합법화' 운동 잰걸음
교수들 '노동자' 선언, 권익찾기에 적극적… 교육계 '뜨거운 감자'로



2005년 10월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한 교수노조 조합원들.


대학 교수는 노동자일까?

이런 물음에 당신은 어떻게 답변하겠는가. 사회지도층이자 최고 지성인인 교수가 무슨 노동자냐고 반문할까, 아니면 교수도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한 대가로 월급을 받으니까 당연히 노동자라며 고개를 끄덕일까.

사회 통념상 전자의 입장에 공감하겠지만 그렇다고 교수가 노동자라는 사실을 부정할 근거는 마땅히 없다.

지금 교수들도 스스로 노동자임을 선언하고 노동자로서 권익 찾기에 나서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가속도를 내고 있는 교수노동조합의 합법화 추진 작업이 그 증거다.

교수들은 이미 2001년 11월 전국교수노동조합(이하 전국교수노조)을 출범시킨 바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1989년 발족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안에 설치됐던 대학위원회가 그 뿌리다. 현재 1,100여 명의 조합원(비공개 조합원 제외)이 활동 중이며 조합 가입 학교 수도 146개교에 이른다.

하지만 전국교수노조는 아직 법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법외(法外) 노조다. 국립, 공립, 사립대 교수들의 노조 결성은 현행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사립학교법에 의해 금지돼 있다.

또한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과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에서도 교수 직종은 빠져 있다. 초ㆍ중등 교원이나 공무원들이 노조 활동을 할 수 있는 데 비해 유독 교수들만 차별을 받는 셈이다.

교수노조의 합법화는 2001년 노사정위원회에서 주요 의제로 몇 차례 논의된 바 있다. 하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애초 정부가 교수의 직무 특수성이나 국민정서 등을 이유로 노조 허용에 대해 소극적이었던 데다 사학 재단들도 내심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교수노조 창립4주년 기념토론회. (사진=전국교수노동조합 제공)
2005년 국회논의로 새로운 전기 마련

이후 별다른 진전이 없던 교수노조 합법화는 2005년부터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그해 10월 전국교수노조는 노동부에 노조설립 신고서를 제출했다. 물론 노동부는 관련법이 없다는 이유로 신고서를 반려했다.

하지만 지원군이 나서기 시작했다. 정치권에서 열린우리당 이목희 의원이 2005년 11월 ‘교원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한 데 이어 전국교수노조의 진정을 접수한 인권위도 2006년 3월 대학 교수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는 전원회의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의 반전은 교수노조 합법화를 더 이상 막을 뚜렷한 명분이 없다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자리잡은 때문이다.

무엇보다 헌법 제33조는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이른바 노동3권을 모든 근로자의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초ㆍ중등 교원뿐만 아니라 대학 교직원, 시간강사의 노조가 모두 합법화됐음에도 교수노조만 인정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견해는 지난해 6월 인권위가 국회의장에게 표명한 ‘대학교수의 노동기본권 보장 입법에 대한 의견’에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그 골자는 “근로자인 대학교수의 노동3권의 보장은 헌법적 보장인 것이며, 대학교수가 교육자라는 지위를 지니고 있다는 직무의 특수성을 이유로 노동3권을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그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또 “노동기본권의 보장은 법적 가치판단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므로 국민 법감정이나 사회적 분위기, 시의적절성 등 법외(法外)적 가치판단에 의해 이를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사실 교수노조를 불허하는 국내 관행은 그동안 해외에서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특히 국제노동기구(ILO)는 국제노동기준에 위배되는 규제라고 지적하며 지속적으로 시정 권고를 해 왔다. 그 때문에 교수노조는 많은 국가에서 합법적 단체로 인정되고 있다. 전국교수노조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가 가운데 교수노조가 불허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교수노조 합법화에는 국내 헌법과 국제 노동규범과의 합치라는 당위성 외에도 대학 내 급격한 교육 여건 변화로 교수들의 근로환경이 크게 악화된 현실이 결정적 동인으로 작용한다.

이와 관련, 김한성 전국교수노조 위원장은 “일반 국민들은 잘 모르겠지만 봉급 생활자인 교수들의 근로조건이 대단히 열악하다. 임용, 처우, 승진, 해고 등에서 부당하고 불법적인 대우를 받는 사례가 너무 많다”며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교수들의 단결이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그는 또 “대학 교육의 주체는 교수임에도 학내에서 발언할 수 있는 기회와 힘이 없다”는 점도 교수노조 합법화 추진 배경으로 꼽았다. 현재 대학들이 설치 운영 중인 교수협의회는 법적 권능이 부여되지 않은 임의기구인 까닭에 교수들의 의사를 대변하고 권익을 보호하는 수단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게 많은 교수들의 지적이다.

교육부·노동부 난색, 사학재단도 경계의 시선

그렇다면 교수노조 합법화의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는 이목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교원노조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개정안의 내용은 간단하다. 노조 설립 자격이 있는 교원의 범위에 고등교육법 제14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교원, 즉 대학 교원을 추가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사립학교법 등을 개정하는 번거로운 절차도 피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일단 환경노동위 소속 의원들은 대체로 교수노조 합법화에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노동위원회 위원장인 배일도 의원실 관계자는 “일부 의원들이 다소 껄끄럽게 생각하지만 기본권 보장 차원에서 교수노조를 막을 명분이 없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라며 “개정안의 환경노동위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수노조 합법화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이 변수다. 우선 교육부와 노동부 등 정부 관련 부처가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진 데다 사립대학 재단들도 잔뜩 경계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전국교수노조가 합법화라는 종착역에 도달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아직 남은 셈이다. 과연 교수노조의 깃발이 순조롭게 내걸릴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입력시간 : 2007/03/06 14:02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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