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연구소에서 기술 및 제품개발 최근 활발

지능형 맥진로봇을 이용. 환자의 맥을 재고 있다.
국내에서 의료용 로봇 관련 기술 개발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벤처기업 및 대기업들이 개발해 상용화시키고 있는 기술이나 제품도 대부분 생활 가전형 로봇에 한정돼 있을 뿐 의료용 로봇 분야는 아직 미개척지로 남아 있다.

하지만 대학이나 연구소 차원에서의 의료용 로봇 연구는 국내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8년 전 설치한 휴먼 웰페어 로보틱 서저리 센터가 대표적 사례. 연구 목적으로 설립된 이 센터에는 변흥남 교수 등 10여 명의 교수들과 20여 명의 대학원생들이 참여해 관련 기술 및 제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연구 분야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위한 휠체어의 자동화 시스템이나 복강경 수술 로봇 등. 로봇 수술용 기구의 국산화에 초점을 맞춰 팀별로 연구가 진행된다. 이 프로젝트는 연구 시작 단계만 해도 산업용 로봇이 주류를 이루던 시절이어서 신개척 분야로 각광을 받았다.

한양대 의대 신경외과 김영수 교수가 주축이 돼 벌이고 있는 ‘복강경 로봇 수술 시스템’도 의료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과 합작으로 개발 중인데 2년여 전 돼지를 대상으로 수술을 성공리에 마쳤다. 현해탄을 건넌 원격 수술이었지만 아직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수술은 아니어서 여전히 개발 단계다.

국립암센터 역시 최근 산업자원부로부터 ‘수술용 로봇 & 영상시스템’을 주제로 한 의료용 로봇 개발자로 선정돼 연구에 들어갔다. 또 해외에서 각광을 받은 캡슐형 내시경 연구 역시 국내에서 벌써 10여 년째 계속 되고 있다.

이밖에 한국한의원연구원은 2005년 한의사처럼 환자의 맥을 진료하는 ‘지능형 맥진로봇’을 개발했다. 지능형 로봇을 이용한 자동 스캔 기능 구현으로 최대 맥동위치를 찾을 수 있으며, 스스로 강약을 조절하며 누르기를 반복해 직접적이며 정밀한 맥파 측정과 진단 정보를 추출한다.

국내 기술은 아니지만 상용화한 케이스로는 수원의 이춘택병원 로봇관절연구소가 꼽힌다. 이 병원에서는 ‘로보닥’이라는 의료용 로봇이 사용되고 있는데 주로 인공관절 수술에 사용된다.

피부 절개는 의사가 하지만 뼈를 깎는 커팅 작업은 로보닥을 활용해 오차를 줄이고 있다. 이장현 기획실 부실장은 “로봇 기술을 활용해 피부 절개 부위를 줄이는 기술도 개발해 수술 후유증을 줄여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의료용 로봇에 대한 관심은 아직까지 연구 단계에 그쳐 있다. 기업들이 개발이나 상품화에 나서거나 연구비 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로봇 관련 기술이 발달한 일본에서는 의료용 로봇 개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에서조차 적극 개발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기술 대국인 미국의 회사들이 관련 기술 대부분에 대해 특허를 걸어놨기 때문.

연세의료원 로봇수술센터 이우정 원장은 “아직 느리고 작지만 국내에서도 의료용 로봇 기술 개발이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며 “하지만 해외에서 개발된 기술이나 상품의 국산화 작업이 우선적으로 활발한 편”이라고 말했다.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