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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 의료용 로봇] 닥터 로봇이 연 의료혁명
조종기 이용 로봇 움직여 수술, 인체 깊숙한 곳까지 손쉽게 접근
각국 수술 '로봇' 개발에 박차, 인공지능형 로봇 등장 머지않아

신촌 세브란스 병원 수술실에서 수술 로봇 '다빈치'를 이용한 수술을 하고 있다. 임재범 기자






# 한 과학자가 총상으로 심각한 뇌 손상을 입었다. 손상 부위가 매우 깊었다. 일반적인 외과 수술 방법으로는 오히려 환자에게 치명적인 손상을 줄 위험성이 높았다.

고민 끝에 의료진은 외과의사 한 팀을 아주 작게 축소시킨다. 이들은 축소한 잠수함을 타고 환자의 손상된 뇌 부위로 들어가 성공적으로 치료한 후 환자의 눈물을 타고 몸 밖으로 나온다.

미국 SF영화 ‘마이크로결사대’(원제 Fantastic Voyage)의 줄거리다. 1966년 작품이 만들어질 당시에는 그야말로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꿈 같은 얘기였지만 오늘날에는 의료 로봇이 우리 주변 가까이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꿈을 현실화시킬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과연 의료 로봇은 지금 어느 수준까지 와 있으며 어디까지 진화할까. 무병 장수할 환상의 미래는 조만간 다가올 수 있을까.

◆ 다빈치의 혁명

2005년 7월 18일, 대한민국 최초로 ‘의사 로봇’이 환자를 수술했다. 수술 중 복강경 카메라를 고정시키는 등 일부 과정에서 로봇을 활용한 것은 이미 일반화된 지 오래였지만, 절제에서 봉합까지 수술 전 과정을 로봇이 수행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이날 국내 최초로 게임 조종기처럼 생긴 손잡이로 로봇을 움직이며 수술을 시행한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내시경수술ㆍ로봇수술센터 이우정 원장은 “로봇은 사람의 손으로는 들어갈 수 없는 좁은 공간까지 손쉽게 접근하고, 의사의 미세한 손 떨림을 제거해 보다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다”며 “종전의 개복 수술이 복강경을 비롯한 내시경 수술로 바뀌었듯이, 향후에는 내시경 수술이 로봇 수술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앞날을 내다봤다. 바야흐로 수술 로봇의 혁명이 예고된 셈이다.

수술실 간호사 로봇 페넬로페. 사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제공
이 수술 로봇의 이름은 ‘다빈치’. 1997년 미국에서 개발된 이후 전 세계에 400대 이상이 보급되었고, 아시아에도 이미 10여 대가 도입됐다. 한국에는 두 대가 들어왔는 데 모두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에 있다. 서울아산병원에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훌륭한’ 수술 로봇은 몸값이 무려 대당 25억원에 이르는 귀하디 귀한 몸이다.

게다가 탈ㆍ부착하여 사용하는 로봇 손만 해도 한 개에 300만~400만원이나 하는데, 10회까지만 사용하면 전원이 꺼져 더 이상 쓸모 없도록 개발회사에서 자동 프로그래밍을 해놓았다. 병원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10회 사용하고 나면 다른 새것을 구입해 사용할 수밖에 없는 얘기다. 당연히 이는 ‘고가’의 수술비용으로 돌아와 환자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어떤 시장이든 여러 회사에서 가격 및 품질 경쟁을 벌여야 기술 향상 및 가격 인하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데, 현재의 로봇 수술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다빈치를 생산하는 인투이티브사의 독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안타까운 점이 많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현재 전 세계 로봇 수술 시스템 시장은 다빈치 천하(天下)라는 것이다. 2005년 신촌에 이어, 지난해 영동 세브란스병원에 도입된 다빈치 신형 버전의 경우 가격이 불과 1년 새 300만 달러(3억원 정도)나 올랐다.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나군호 교수는 “장차 수술 로봇은 진료실에서의 퍼스널 컴퓨터처럼 필수적인 위치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현재 미국 비뇨기과 수술의 절반을 로봇이 수술하고 있으며, 국내에도 머지 않아 20여 대가 들어올 것이다”고 전망했다.

나 교수는 그 때문에 “국가적 차원의 장기적이고 규모 있는 투자와 로봇ㆍIT분야 등의 기술 융합으로 한국이 수술 로봇 시장의 주도권을 점하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수술 로봇의 미래는

상용화된 ‘의사 로봇’은 지금까지 극히 제한적이지만 머지않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BBC온라인판에 의하면 영국 세인트 메리병원에는 ‘시스터 메리’와 ‘닥터 로비’라는 의사 로봇이 등장했다.

원거리에 있는 의사들과 병실에 있는 환자들을 연결해주는 임무를 맡고 있다. 환자들은 로봇의 머리에 해당하는 모니터를 통해 의사를 만날 수 있고, 의사들은 모니터 위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환자를 진찰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환자의 재활을 돕는 재활 도우미 로봇이 등장했다.

전쟁터의 위생병들이 자리를 감출 수도 있다. 부상자 치료를 위한 원격 로봇 개발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 국방첨단연구계획청(DARPA)이 발표한 미래의 원격 로봇수술 시스템 트라우마 포드(Trauma Pod)의 개념도는 이렇다.

한 병사가 동료병사의 부상을 무선 신호로 알린다→ 무인 후송 차량이 부상당한 병사를 들것에 옮겨 차량 내부의 수술실로 옮긴다→ 상처부위를 찾기 위해 부상 병사의 신체가 스캐닝되고, 진단이 내려지면 바로 원격 수술이 시작된다→ 수술이 완료되면 무인 비행기가 나타나 병사를 후송한다.

이러한 트라우마 포드의 첫 단계로 미국 국방부는 미국 컬럼비아대학 외과의사 마이클 트리트가 개발하는 로봇 간호사 ‘페넬로페’ 사업에 연구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 간호사 로봇은 의과 의사들이 필요로 하는 수술 도구들을 구비하고 관리한다. 그동안 3년간의 간호사 수업을 거치면서 사람의 음성에 반응하고, 14개의 수술도구를 다룰 수 있게 됐다. 2005년에는 최초로 인간에 대한 수술도 보조했다. 이와 함께 전쟁터에서 사용되기 위해 가능한 작고, 가볍고, 적은 동력을 소모하는 초소형 로봇 개발에 대한 연구도 이미 시작됐다.

국내에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간친화 복지 로봇시스템 연구센터’ 및 과학기술원(KIST)가 주축이 된 로봇 연구가 활발하다. 소형로봇을 이용한 내시경 기구와 음성인식 및 자동추적 장치를 이용한 로봇 복강경 등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한의원연구원은 2005년 한의사처럼 환자의 맥을 진료하는 ‘지능형 맥진로봇’을 개발했다. 지능형 로봇을 이용한 자동 스캔 기능 구현으로 최대 맥동위치를 찾을 수 있으며, 스스로 강약을 조절하며 누르기를 반복해 직접적이며 정밀한 맥파 측정과 진단 정보를 추출한다.

현재까지의 의사 로봇은 엄밀한 의미에서는 완전한 인공 지능의 로봇은 아니다. 그러나 불과 몇 십년 전만 해도 칼과 실로 꿰매는 수술이 전부인 줄 알았던 것을 감안한다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똑똑한 의사 로봇’을 만날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 92년 최초의 수술로봇 '로보닥'에서 최첨단 '다빈치'까지

로봇이란 용어가 처음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21년 체코의 극작가 카렐 카펙이 쓴 희곡 ‘루썸 씨의 만능로봇’에서 비롯됐다. ‘반복적인 일을 하는 단순한 기계’를 의미했다.

로봇이 외과적 기계로써 임상적으로 처음 적용된 것은 92년 인공고관절 수술에 이용된 미국의 ‘로보닥’이라는 로봇이다. 컴퓨터에 입력된 환자의 뼈와 인공 관절의 해부학적 상태에 대한 자료를 분석하여 인공관절을 삽입할 부위를 로봇으로 가공하여 수작업에 비해 시간을 단축하고 정확성을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로보닥은 수술의 과정 중 일부를 자동화한 수준에 그쳤다.

수술에 직접 사용되는 도구를 사용하는 데 로봇의 개념이 도입된 것은 복강경 수술 분야이다. 미국 컴퓨터 모션사에서 개발한 ‘이솝’, ‘제우스’, ‘헤르메스’ 등이 있다.

94년 개발된 이솝은 복강경 수술에 있어 복강경 카메라를 고정해주고 상하좌우 및 원근을 발판이나 손잡이를 눌러 자유로이 조절할 수 있으며, 최근에는 수술자의 목소리를 인식하여 동작이 되는 장치로까지 개발됐다. 이것은 후에 개발된 ‘제우스’ 로봇수술 시스템의 기초가 된다.

비슷한 시기 인투이티브사는 ‘다빈치 시스템’을 개발, 발표했다. 97년 벨기에서 처음으로 환자 수술이 이뤄졌다. 이듬해 컴퓨터 모션사가 ‘제우스’ 시스템을 만들기 시작했다.

‘다빈치’와 ‘제우스’는 서로 비슷하지만, 두 가지 큰 차이점이 있었다. 제우스는 복강경 수술과 같이 모니터를 보면서 수술하는 반면 다빈치는 입체영상으로 수술이 이뤄진다. 또 제우스가 복강경 수술 기구와 같은 기구를 사용하여 수술하는 반면, 다빈치는 기구가 손목처럼 구부러지는 동작을 구현했다.

이러한 제우스와 다빈치는 한동안 로봇 수술의 대명사로 꼽혔으나, 최근 제우스를 생산하는 회사가 다빈치의 회사에게 합병돼 현재는 다빈치의 독주하고 있다.

<참고자료: 이우정, 외과영역에서의 로봇수술, 대한의사협회지 제49권 제5호 별책 중 발췌>



입력시간 : 2007/03/20 13:44




배현정 기자 hj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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