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통한 작품 발굴과 투명한 공개 경쟁 유도양대 메이저 화랑이 주도, 유명작가·작품 쏠림현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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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의 열기가 뜨겁다. 지난 1998년 한국미술시장은 국가가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급속도로 얼어붙었고 회생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서 마치 임종선고를 받은 중환자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러던 미술시장은 이 설립되고 가격의 공개와 사는 사람이 가격을 정하는 경매제도의 특징을 이용해서 미술품 경매시장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함으로써 회생의 불길을 당겼다. 그리고 불황의 늪을 계속해서 뚝심 있게 버텨오면서 환란의 시련을 이겨냈다.

이후 다시 회복기로 접어든 경제사정은 미술시장의 열기로 이어졌고 그 결과 한국미술시장을 회생시키는 동력이 되었으며 경매제도와 함께 현재 미술시장을 끌어가는 견인차가 되고 있다.

이렇게 경매제도는 미술시장에서 가격과 거래의 투명화를 통해 세수 증대를 이루면서 공신력을 확보했다. 또한 미술시장을 양성화시키는 순기능을 통해 새로운 미술시장의 하나의 제도로 자리를 잡아 이제 시장을 이끄는 힘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미술품 경매제도는 한국미술시장을 활황으로 이끌어낸 중요한 동인이 되었지만 아직도 한국적인 현실에서 경매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함께 제도개선이 요구된다.

우리나라의 경매제도는 조선시대 후기부터 그 기록을 찾아볼 수 있지만 현대적 의미의 경매는 79년 신세계 미술관이 실시한 근대미술품 경매가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부침을 거듭하던 경매는 98년을 기점으로 이 경매제도의 가능성과 성과를 보여준 이래, 현대화랑을 주축으로 한 K 옥션이 설립되어 시장을 양분했다. 결과적으로 미술시장의 주도권은 경매회사가 쥐게 되었다.

이렇게 경매회사가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매력은 공개된 장소에서 작품을 소장하려는 사람이 가격을 결정하는 구조라는 투명성 때문이었다.

종래의 화랑들은 미술품 거래 관행상 소장가는 자신이 드러나는 것을 기피했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일체 비밀에 붙여지는 것이 통례였다. 이는 정부 특히 조세당국의 사시적인 시각 때문이기도 했지만 아무튼 미술품을 소장한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경제적인 능력과 함께 커다란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경매제도가 시행되고 어느 정도 일반에게 익숙해지는 데는 약 7~8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제 경매제도는 한국미술시장의 중요한 축이 되었다. 경매제도가 시행되면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미술시장과 미술품 소장에 대한 편견을 극복한 점이다.

‘가진 자들의 리그’처럼 비춰지던 미술시장이 투명한 공개경쟁제도를 통해 미술품 가격을 결정하면서 새롭게 경제력을 지닌 중산층 컬렉터들이 가세하는 동기를 제공했다.

이들은 대개 고학력 전문직의 30, 40대 가장들로서 미술품 소장이 더 이상 사치나 부의 축재수단이 아닌 기호품으로, 부유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상류층의 필수품으로 인식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들이 미술품에 관심을 갖는 중요한 계기는 ‘소장하고 즐기다 보니 작품가격도 올라 있는’ 두 가지 목적을 모두 충족시켜주는 것이 미술품이라는 것을 알고나서부터다.

경매제도가 정착되면서 세수가 확대되고 미술품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었다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다. 경매제도를 통해 다양하고 폭 넓은 가격대의 작품들이 나와서 고객들의 눈높이와 지갑의 두께에 맞게 자리를 찾아 간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게다가 경매를 통해 많은 작품들이 발굴되면서 미술사의 영역을 넓혀주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순기능 중 하나이다. 장롱이나 벽장 속에서 비장되어오던 미술품들이 다시금 세상에 나오면서 그 작가와 작품을 재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공개적인 거래를 통해 미술품의 위작 거래의 가능성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 물론 그간 경매를 통해 미술품 위작문제가 대두되기도 했으나 이는 종래의 거래 관행으로 보면 세상에 묻히고 말 일이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렇게 미술시장의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경매제도의 순기능은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의 경매시장을 한국의 화랑업을 대표하는 양대 메이저 화랑들이 주도하고 있어 역기능도 없지 않다.

미술품의 1차 시장인 화랑과 2차 시장인 경매를 독점함으로써 미술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강화된 윤리의식과 시스템의 보강이 필요하다. 물론 이런 지적은 경매가 활황을 보이면서 누차 지적돼 온 것이다.

한국미술시장의 특성상 작품의 수급 때문에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메이저 화랑의 경매사 운영은 나름의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경매의 속성상 낙찰되는 작품위주로 경매에 상장하다보니 일부 작가의 작품들만으로 시장이 형성되는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우려할 만하다. 따라서 중견작가와 실험적인 작가들의 작품 그리고 ‘예쁜 그림’이 아닌 작품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방안도 아울러 모색해야 할 것이다.

또한 경매사를 소유한 화랑 소유의 미술품을 경매하거나 특정 작품을 구입 또는 소속작가의 전시를 앞두고 이들 작품을 경매에 붙이는 사례도 있어 경매의 도덕성을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모처럼 활기를 찾은 미술시장이 장기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가려면 보다 주도면밀한 계획과 실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부 오해를 불식시키고, 경매사들을 감독할 기구를 만들고, 사외이사 제도 등을 두어 경매회사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아무튼 작금의 미술시장의 활황에는 경매제도라는 시스템의 안착이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행정도시, 혁신도시, 신도시 개발 등으로 풀려나간 토지 보상비 등이 지속적으로 미술시장에 유입되고 있는 것과 동시에 미술품이 갖는 문화적 재화와 경제적 재화라는 동시적인 가치로 인해 미술품 소장을 단순하게 투기나 투자의 대상이 아닌 문화적 가치 향유로 인식을 전환한 것이 큰몫을 했다.

사실 그간 미술품이 투자나 투기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정치와 사회적 불안정에 기인한 것이었다. 그러나 참여정부를 겪으면서 국민들은 정부나 위정자의 정치적 미숙을 넘어 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으며 국민의 업그레이드된 문화시민의식과 교양인으로서의 자세가 일부 부유층의 경제적 여유와 결합하면서 미술품에 관심을 고조시켰다.

이런 미술시장의 열기는 외국에 비하면 아직도 한참 부족하다. 최근 해외 미술시장은 연일 기록을 갱신하는 호황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미술시장에 대한 열기에 대해 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전 관장인 토마스 호빙(Thomas Hoving)은 “예술은 사랑스럽다! 예술은 돈이며 사랑스럽다! 예술은 돈이자 사랑스러우며 사회적이며 신분을 상승시키는 동시에 환상적이다.(Art is sexy! Art is money-sexy! Art is money-sexy- social-climbing - fantastic!)”라는 한 마디로 정의하면서 미술시장의 활황을 즐길 것을 권유하고 있다.

정준모(미술비평가,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ㆍ덕수궁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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