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보 전문 출판업체 '가승미디어' 이병창 사장90여 개 성씨 DB로 만들어… '한민족 네트워크' 구축이 최대 목표

“임진왜란 때 원군으로 온 이여송의 아버지가 조선인 이성량입니다. 그는 청 태조 누르하치를 종으로 삼았지만 아들처럼 대해주었어요.”“족보를 보면 문중마다 체질ㆍ체형이 다르고 질병에 따른 사인(死因)도 다른 것 같아요. 예방의학이 가능한 거지요.”

족보 전문출판사 가승미디어 이병창(53) 사장의 족보 예찬론은 끝이 없다. 분야도 역사에서 문화, 의학까지 광범위하다. 이 사장은 “10년 넘게 족보 출판업을 해오면서 족보에 우리의 얼이 배어 있고 다양한 정보가 내재돼 한국의 미래를 설정하거나 산업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족보의 무궁무진한 가치를 알고 이를 젊은 세대까지 확산시키기 위해 오래 전부터 족보의 디지털화에 앞장섰다. 1995년 족보 관리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각 문중의 족보를 컴퓨터에 입력해 데이터베이스(DB)화한 것. 족보에 새겨져 있는 개개인의 정보를 해독해 한글 병기(倂記)를 하고, 없는 한자는 폰트를 만들어 컴퓨터 화면에 재생해냈다.

그렇게 풀이된 족보의 정보는 이름, 자(字)와 호(號), 세대, 부모 이름, 배우자 이름과 배우자 부모 이름, 탄생·사망 연월일, 업적·관직, 비문(碑文), 묘의 위치 등의 항목으로 분류돼 그가 만든 족보 관리 프로그램을 입력하면 족보의 내용을 한자와 한글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손쉽게 검색할 수 있다.

이 사장은 우리나라 260여 성(姓), 2,600여 개의 본관(本貫), 1만8,000여 파(派) 시조(始祖)부터 평균 30세(世)까지의 정보를 입력해놓았다. 입력된 사람의 수도 2,400만 명에 이른다. 이 중 80여 개 본관은 시조부터 생존해 있는 현 시대 인물까지 전체 족보가 입력돼 있다. 그는 “10년간 작업을 했지만 손을 댄 2,600여 개 본관 중 90개 정도밖에 입력을 못했다”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가승미디어는 2001년 언양 김씨 족보(대동보)를 디지털화해 국내 처음으로 선보였다. 이듬해는 나주 김씨 대동보를 CD와 함께 출간했고 청주 한씨 문중은 2004년 3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전자족보 시연회를 갖기도 했다.

가승미디어의 족보 검색 프로그램에 의하면 몇 대부터 몇 대까지를 지정한 부분 족보는 물론, 방계(傍系)는 생략한 채 직계(直系) 선조만을 뽑아 이른바 가승(家乘)을 만들 수 있고, 특정 선조에 대한 인물정보만 모아서 편집할 수도 있다. DB화된 족보에서는 수시로 현존 인물에 관한 정보를 수정ㆍ입력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이 사장은 90여 개 문중의 전자족보를 제작했거나 이행 중에 있다.

그의 최대 목표이자 바람은 전 세계 혈연망을 통한 ‘한민족 네트워크’구축이다. 누구든 인터넷상에서 자신의 뿌리와 가계도, 선조들의 면면을 쉽게 찾아보고 새로 태어나는 세대는 족보 DB에 자신의 신상 명세를 입력해 거대한 한민족의 네트워크를 구현하겠다는 야심이다.

“자기 문화를 이해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알아야 타 문화를 받아들이고 세계인도 될 수 있지요.” 이 사장은 최근 조승희 씨 총격사건을 접하고 더욱 ‘한민족 네트워크’ 사업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했다고 한다.

“족보는 한민족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역사 그 자체이며 오늘에 반드시 되살려야 할 보고(寶庫)입니다.”그의 족보 예찬론은 끝이 없었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