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100만명 넘어도 적자… 마케팅비용 줄이고 지출 투명성 높여야

과도하게 치솟은 한국 영화 제작비에 대해 이젠 메스가 필요하다.

한국 영화의 경쟁력, 즉 수익성을 갖추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투자자를 비롯한 영화인 대부분은 제작비 합리화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 영화 한 편당 평균 제작비는 50여 억원. 투자자들은 “이런 수준의 제작비로는 편당 100만 관객을 넘겨도 손해가 날 정도”라며 수지타산을 맞추기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제작비를 낮추려면 우선 제작비 거품 상승의 장본인인 주연 배우들의 몸값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영화의 흥행 성공 여부에 관계없이 (주연 배우들은) 스타인 만큼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달라며 ‘5억’을 얘기하기 일쑤입니다.” 한 영화 투자자는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획과 시나리오이며 그 다음이 감독, 배우의 순”이라고 주장한다.

일례로 스타가 출연해 성공한 영화라 하더라도 관객이 몰린 이유는 스타의 연기력과 인기도 작용했겠지만 좋은 시나리오와 관객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배역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영화 흥행 여부에 관계없이 고액의 출연료만을 청구하는 스타 대접 관행에도 제동이 걸어야 된다고 주장한다. 투자자인 한 창투사 대표는 “스타라는 타이틀로 출연해 흥행에 실패한 영화들도 적지 않은 만큼 이들이 출연한 영화의 평균 관객 수를 계산해 출연료를 산출하는 것도 새롭게 시도할 만한 방안”이라고 제시한다.

최근 각 배급사들이 무분별한 마케팅 비용을 써가며 과잉 지출을 하는 것도 문제다. 투자자들은 말 많고 탈 많은 P&A(프린트 및 홍보 마케팅) 비용에 불만이 많다. 일례로 평균제작비 50억원짜리 영화에 순 제작비 30억~35억을 쓰고 나머지 17억~18억원은 P&A 비용으로 충당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과연 이만한 금액이 필요한지 확신이 안 선다는 것.

이들은 프린트 한 벌 비용이 평균 200만 원이고 스크린이 200개라도 4억원이 드는데 나머지 광고 마케팅비로 영화당 평균 10억원 이상이 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무분별하게 프린트를 많이 뜨거나 경쟁 입찰을 거치지 않고 홍보대행, 포스터 제작, 예고편 업체 등을 선정할 때 매번 거래하던 곳에만 물량을 줘 단가를 낮추지 못하는 것도 제작비 거품의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제작비 지출에 대한 철저한 감사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창투사들은 투자 시 회계감사 보고서 제출 의무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증빙서류만 제시하면 인정해주는 차원에 머물고 있다. 실제 그 돈이 영화제작을 위해 어떻게 쓰였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것.

이에 대해 영화 제작사 측도 공감을 하고 있다. 하지만 특정 분야에만 치중한 다운사이징보다는 모두가 함께 나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는 데 더 무게를 싣고 있다. 한 영화인은 “한국 영화 제작비의 회계 불투명성을 개선해야 현재 영화 투자로 이익을 내기 힘든 구조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영화계가 성장 동력을 갖춘 산업으로 재탄생하기 위해서는 각 부분의 몸집과 거품, 숟가락 줄이기가 필요하다”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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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