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롱 테일 시대… 설 자리 좁아지는 TV·방송미디어 환경 대 변혁, 양질의 콘텐츠 생산이 성패열쇠

래리 게브란트
“신문사나 방송사 등 언론사들은 이제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적극적으로 미디어 기술 발전이 야기시킨 문제를 껴안아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유튜브와 같은 작은 플레이어들, 즉 신생 회사들에게 주도권을 빼앗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터넷 등 뉴미디어로 인해 전통적인 신문·방송 등 올드미디어의 설 자리는 앞으로도 좁아지기만 할까? SBS주최로 지난 5월 29, 30일 열린 서울디지털포럼(SDF)에서는 미디어와 IT 분야의 세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현재의 미디어 상황을 진단하고 미래의 비전을 제시했다.

특히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롱 테일>의 저자 크리스 앤더슨의 롱 테일 이론과 닐슨 애널리틱스 수석 부사장, 디즈니-ABC TV그룹 앤 스위니 사장 등은 디지털 환경에 따른 미디어의 대처 방안과 분석을 내놓아 주목을 끌었다.

“오늘날과 같은 새로운 시대는 매스 컬처에서 틈새 컬처(niche market)로 넘어가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크리스 앤더슨은 “오늘날 문화가 분할되고 있고, 세분화되고 있다”고 먼저 진단한다.

그에 따르면 20세기는 매스 컬처, 커먼 컬처(common culture)의 시대라는 것. 모두가 비슷한 취향을 공유했고 이는 방송의 영향이 컸다. 라디오와 TV가 공통의 취향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이때는 소수의 제품을 많은 사람이 공유하는 시기였다.

반면 21세기는 마이크로 캐스트의 시대, 즉 틈새 문화(niche culture)의 시대라고 그는 정의한다. 시청자들의 관심이 재배분되는 것, 즉 ‘롱 테일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기존 TV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자신만의 협소한(narrow) 취향을 인터넷에서 충족한 경험이 증거라고 그는 제시한다.

이런 마이크로 미디어는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며 인터넷으로 인해 새로운 룸이 생겨났으며, 진열 공간도 무한대로 늘어나게 된 덕분이다.

예전에는 적은 수의 상품이 아주 인기 많았고, 이것이 시장을 좌지우지했는데, 오늘날에는 많은 수의 마이너 상품의 총합이 전체 매출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방송 등 미디어 기기의 다양화로 인한 환경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각종 디지털 기기가 많이 등장하면서 옛날 프로그램을 쉽게 받아볼 수 있게 되거나 방송사나 신문사 등이 시청률·구독률이 떨어지는 것에 고심하게 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디즈니-ABC TV그룹 앤 스위니 사장은 “ABC TV는 디지털 환경에 가장 빨리 대처하고 있는 미국 공중파 방송사라 해도 무방할 것”이라며 애플과 함께 제공하고 있는 아이튠을 대표적인 도전과 해법의 예로 설명했다.

“더 많은 채널, 더 넓은 범위의 프로그램들이 나옴으로써 개개인은 더 많이 채널을 돌리고, 더 많은 프로그램을 봅니다. 또 시청률 1위의 히트 프로그램과 2위, 3위 히트프로그램 간의 (시청률)격차도 줄고 있습니다.” 게브란트 닐슨 애널리틱스 수석 부사장도 이에 공감한다.

특히 음악과 동영상 분야에서의 인터넷 미디어의 공세는 기존 미디어에 매우 위협적이다. “유튜브에서 화제가 된 한 소녀는 남자친구에게 독백하는 형식의 동영상으로 TV개념으로 치면 톱텐이라 할 정도의 히트 수를 기록했으며 상업적 모델도 이런 관심을 불러일으키진 못했을 것입니다.”

앤더슨은 “유튜브엔 아마추어와 전문가의 콘텐츠가 섞여 있는데 앞으로 독자적인 방송사로도 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유튜브가 동영상 쪽이라면 음악 부문에서도 기존의 탈(脫) 매스미디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앤더슨에 따르면 전통 음악산업은 일종의 ‘필터링 시장’이었다는 것.

음악을 하는 사람 중 일부만 키웠던 것이 과거 미디어에 의존했던 구조인 데 반해, 마이 스페이스 같은 지금의 인터넷 미디어에선 누구나 활동할 수 있고 이들은 스스로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

실제 미국 온라인상에서 모든 음반 매출의 40%가 일반 음반가게서 살 수 없는 제품에서 발생된다고 한다. 음반시장 수익의 절반 정도가 음반업계서 취급하지 않는 앨범에서 비롯된다는 것. 바로 마이크로 미디어의 공헌 덕분이다.

“문제는 한 가지로의 집중, 쏠림(concentration)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어떤 쇼가 인기가 있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것을 보았지만 오늘날에는 예전과 같은 그런 마켓 쉐어를 취하기 어렵게 되고 있다.

전에는 신문의 어떤 이슈에 대해 누가 말하면 무엇을 말하는지 다들 알았으나 지금은 서로 다른 것을 제각각 다른 시간에 읽고 있다. 더 많은 경쟁에 직면해 있는 것은 할리우드도 마찬가지다.”

이런 변화에 대해 미디어의 광고 역시 변신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티보’ 라는 브랜드로 가장 잘 알려진 디지털비디오레코더(DDR)로 인해 시청자 패턴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더 이상 시청자들이 방송국의 프로그램 편성표에 따라 TV를 보지 않고 자신의 스케줄에 따라 TV를 시청하게 된 것이죠.”

게브란트 부사장은 이어 “아이팟 등 수많은 미디어플레이어들이 등장하면서 프로그램을 이동기기에 다운받아 거실이든 어디서든 언제든 돌아다니며 시청할 수 있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유튜브, 매드카페 등의 사이트에서 스트리밍 브로드밴드를 이동기기나 핸드셋 등에 접목할 수 있게 됨으로써 시청자들의 기대치도 달라졌다. 사람들이 어디서든 언제든 보게 될 수 있게 됐다는 것인데 이건 텔레비전에 있어 ‘새로운 시대’라고 그는 정의한다.

때문에 “시청자들이 더 이상 기존 TV 편성표에 따른 스케줄에 얽매이지 않게 됨에 따라 방송국 또한 광고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한마디로 기존의 전형적인 30초짜리 광고들은 효과적인 마케팅 도구로서 설 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

그는 해법으로 ‘product in placement’, 즉 광고 메시지를 프로그램 안에 내재하는 기술이 생길 필요가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브로드밴드(광대역) 환경으로 전통적인 매체의 광고가 위축될 것이라는 일반적인 전망과는 달리 새로운 환경에서 무수한 광고 기회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 광고주들이 예전엔 개개인 고객을 타깃하지 못했는데 이젠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도 전에 없던 장점이 될 수 있다. 광고의 비즈니스 모델이 변화해야 되는데 광고의 수는 줄게 되지만 보다 더 정확한 타깃팅을 바탕으로 한 광고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그는 “시청자들이 광고를 싫어하는 건 아니고, 자신과 무관한 광고를 싫어한다”며 “적절히 타깃팅된 광고가 나온다면 오히려 더 나은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역설했다.

TV 프로그램의 유형도 달라질 것으로 그는 예상한다. 미국에서 더 많은 리얼리티 프로그램들, 서바이벌이나 아메리칸 아이돌 같은 시청자들이 참여하고 투표하는 프로들이 앞으로 시청자들이 생방송으로 보기를 원하는 것들이라는 것.

반면 스크립티트(SCRIPTED) 프로그램, 즉 드라마나 시트콤과 같은 프로그램은 지금보다 더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그는 바라봤다.

“인터넷 미디어로 인해 전통적인 신문·방송의 설 자리가 좁아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전통적인 미디어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게브란트 부사장은 “젊고 융통성 있고, 교육을 많이 받은 브로드밴드 시대 소비자들로 인해 새롭고 더 수익성이 높은 다양한 광고 기회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했다.

“우리는 아마추어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기존 미디어의 메인 스트림(주류)이 끝이라는 건 아니고 메인 스트림이 독점하던 상황이 끝나는 것이라는 얘기죠.” 앤더슨은 “구글 등에서 일어난 변화를 앞으로 미디어들이 겪게 되면 미디어 전체 산업계에서 빅뱅의 힘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롱 테일 저자 크리스 앤더슨
앤 스위니 abc사장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