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성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일부 상업적 과잉 홍보·소문에 현혹돼선 안돼… 수술은 신중해야

“감기는 약을 먹으면 일주일, 약을 안 먹으면 7일이라는 농담이 있죠. 허리디스크의 자연 치유도 이와 흡사합니다. 가만히 놔둬도 한두 달이면 좋아질 환자가 약 75%입니다. 공연히 수술을 받고, 불필요한 탕제를 복용했을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말이죠.”

척추질환의 명의(名醫) 이춘성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이미 1990년대부터 척추질환의 과잉 진료 위험을 경고해온 의사다. 2003년에는 대학병원의 척추 전문 교수 11명과 함께 올바른 척추 진료 문화를 만들기 위해 ‘척추 포럼’을 발족, ‘과잉 진료와의 전쟁’을 본격 선포했다.

이 교수는 “척추 수술 및 각종 치료법이 범람하는 현실이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에 뜻을 같이 하는 의사들과 함께 자정운동에 나섰다”고 말했다.

“10여 년 전부터 레이저 수술 등 일부 상업적 경향을 띤 수술이 과잉 홍보돼왔어요. 안 되겠다 싶었죠. 일반 환자들이 어떻게 알겠어요. 의료진들의 학회가 학문적 연구만 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국민들에겐 반드시 검증된 치료법이 제공돼야 한다는 게 이 교수의 지론. 그 검증은 효과적인 동료 검토 방법(peer-review)을 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과거 관절염의 혁신적 치료제로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던 바이옥스(Vioxx)가 2004년 심장 발작 등의 부작용으로 회수되는 소동을 겪었다”며 “약제 한 가지의 검증이 그토록 어려운데 일부 의료진이 ‘내가 탕제를 만들었다’, ‘신기술을 개발했다’ 하는 것을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이겠는가” 라고 일부 병원들의 잘못된 치료 행태를 꼬집었다.

이 교수는 이어 “환자는 물론 의료진들도 범하기 쉬운 실수가 ‘누가 이런 치료법으로 효과를 봤다더라’ 등의 구먹구구식 평가”라고 설명했다.

“어떤 특정인이 효과를 봤다고 훌륭한 치료법이라는 홍보는 엉터리입니다. 일부 병원에서 우리 환자 100명에게 A라는 방법을 썼는데 90명이 효과를 봤다 이것도 안 됩니다. A라는 수술 방법이 효과를 인정 받기 위해서는 A수술을 받지 않은 디스크 환자와 비교해 신뢰할 만한 결과를 얻어야 하는 것이죠.”

이 교수는 “요즘 많이 선전하는 신종 시술로 증상이 좋아진 환자는 약물 등의 간단한 보존적 치료로도 증상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았던 환자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칫 우선적으로 보존적 치료를 하려다가 수술 시기를 놓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서둘러 수술하는 것이 더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서둘러 수술하면 자연 치유의 기회를 포기하는 것. “수술은 최후의 방법으로, 보존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좋아지지 않아서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3~6개월 이내에 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수술 치료법 선택과 관련 “의사마다 견해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한 명의 의료진이 아닌 또 다른 전문의에게 세컨드 오피니언(second opinion)을 듣고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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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정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