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90% 이상이 일본계 업체담보대출도 미국·영국 자본이 지배율 높여가

“구한말 서구 열강과 일본의 힘겨루기를 보는 것 같다.” 국내 대부업 시장에 진출한 일본계 대부업체와 영ㆍ미계 금융자본의 싸움을 두고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국내 은행을 비롯한 제도권 금융회사들이 대부업을 고리사채업 정도로 여겨 시장 진출을 머뭇거리는 동안에 일본과 영ㆍ미계 자본이 국내 저신용자 대출을 장악하고 담보대출 시장도 잠식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국내 (등록ㆍ미등록)대부업체를 기준으로 할 때 사금융 시장은 18조원 규모로 이 가운데 신용대출 시장이 50%, 나머지 절반은 담보대출 시장으로 추정된다.

현재 신용대출 시장은 아프로금융과 산와머니 등 일본계 대부업체들이 90% 가까이 독식하고 있다. 담보대출 시장은 영ㆍ미계 금융자본이 지배율을 높여가고 있다.

일본계는 국내에 7개 대부업체를 두고 여러 명의 재일동포들이 출자해 만든 아프로금융이 선두주자로 지난해 연체되지 않는 정상 대출액만 5,000억원을 넘었다. 러시앤케시라는 브랜드로 잘 알려진 이 회사의 지난해 순익은 992억원이다.

일본 대부업체인 산와머니도 지난해 852억원의 순익을 기록해 전년도보다 140억원 늘었다. 이 외에 원캐싱과 하트캐싱, 유아이 등의 일본계 대부업체들도 수백억원의 대출액을 기록했다. ,

영ㆍ미계 은행의 경우 담보시장 진출이 눈에 띈다. 영국계 은행으로 SC제일은행의 모그룹인 스탠다드차타드뱅크(SCB)가 지난해 5월 ‘한국PF금융’이라는 상호로 대부업 등록을 한 데 이어 한 달 뒤에는 세계적 금융회사인 메릴린치 인터내셔널 홀딩스가 페닌슐라캐피탈을 세우며 한국 대부업 시장에 뛰어들었다.

메릴린치는 그해 7월 초부터 영업을 시작해 한 달도 안 돼 강남과 분당 지역 등을 중심으로 1,000억원 이상의 신규 대출을 취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6~13%의 비교적 낮은 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해준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시장상황 고려한 금리정책·양성화 필요"

이처럼 국내 사금융 시장이 외국계 대부업체 및 거대 은행들에 의해 잠식되는 원인은 사금융 구조가 취약한 데다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예컨대 국내 대부업체인 웰컴크레디라인이나 코스닥 시장에 우회 상장한 리드코프의 대출 규모가 500억원 정도이고 나머지는 10억원 남짓할 정도로 영세해 일본계 업체에 비해 높은 이자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대부소비자금융협회(한대협) 이재선 사무총장은 “등록 대부업체 평균 비용만 해도 조달금리가 21%, 손실처리 비율이 20%, 여기에 인건비와 광고, 임대료 등을 더하면 이미 전체 비용이 66%에 육박한다”며 “열악한 영세업체들의 조달자금 마련 부담은 이보다 훨씬 높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단기적으로 시장 상황을 고려한 금리정책을 써야 하고 장기적으로 대부업의 양성화, 활성화가 필요하다”며 그 방안으로 ▲대부업체 대형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 ▲조달금리 인하 ▲대부업체 주식시장 상장 및 회사채 발행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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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