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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이상한 엔터테인먼트 사업] 비뚤어진 연예기획사
몇몇 메이저급 기획사의 방송 프로그램 독식으로 출연진 편중현상 심화
우회상장·M&A 통한 덩치키우기 등 과외수업에 의존, 적자운영으로 부작용 속출





강호동, 유재석, 신동엽, 김용만, 정준하, 박명수, 하하 등….

TV 오락 프로그램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이 문득문득 갖는 궁금증 하나. “왜 맨날(혹은 자주) 보는 사람들만 자꾸 TV에 나오는 거지?” “재능 있는 다른 신인들은 정말로 없는 건가?”

스타로 인정받으며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들을 비롯, 상당수 방송 연예인들의 TV 프로그램 겹치기 출연에 대해 시청자들은 뜨악해할 만도 하다. 물론 너무 자주 TV에 나온다고 지적 받는 연예인들의 능력이 떨어진다거나 인기가 모자라다는 이유 때문은 결코 아니다.

‘그 얼굴에 그 사람들’이라는 지적을 살 만한 오락 프로그램 출연진의 쏠림(편중) 현상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연예 매니지먼트 비즈니스의 환경과 전혀 무관치 않다.

연예기획사들이 주식 시장에 뛰어들어 자금을 유치하고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덩치를 키우면서 새롭게 나타난 거대 공룡 연예기획사 시대의 부산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소속사와 계약 만료된 월드스타 비, 200억원에 신규 계약설’, ‘한류스타 ○○○, △△기획사와 20여 억원에 전속 계약’, ‘기획사 A, B엔터테인먼트와 주식 교환, 합병 마무리’. ‘△△지분 30% 취득’, ‘○○엔테테인먼트 C계열사로 편입’ 등.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연예 매니지먼트 업계의 소식들은 국내 연예 산업이 마치 장밋빛 청사진에 물들어 있는 듯한 인상을 던져 준다.

연예기획사들을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고 모든 수레 바퀴가 외견상 잘 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만 한다. 과연 그럴까?

하지만 연예기획사들을 비롯한 국내 방송 연예 매니지먼트 산업이 치명적인 결함들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 최근 솔솔 제기되고 있다.

연예기획사들의 우후죽순식 우회 상장과 덩치 키우기로 이어져 온 그간의 궤적이 이제는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다는 염려에서다. 실제 방송 연예계에서는 전에 없던 여러 폐해와 부작용들이 빈발하고 있고 또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볼륨을 키워가고 있다.

지난달 초에 대형 연예기획사 팬텀엔터테인먼트그룹 대주주가 구속된 사건은 현재 국내 연예 매니지먼트 비즈니스 모델의 폐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불법적인 거래 방식으로 거액의 주식 양도차익을 챙긴 혐의 (증권거래법 위반, 특가법의 조세, 특경가법의 횡령·배임, 조세범처벌법 위반) 등으로 이 회사 이도형 회장이 구속 기소된 데 이어 이 회장과 공모한 이 회사 관련 전직 경영진, 대주주 6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것.

이 회장 등은 2005년 4월 팬텀사 주식을 10여 개 차명계좌에 분산시켜 놓고 미공개 정보를 흘려 주가를 끌어올린 뒤 매도해 총 240억여 원의 시세차익을 부당하게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18억여 원의 양도세를 포탈하고 회삿돈 60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도 추가로 받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이 2005년 4월 골프용품업체인 팬텀의 주식을 인수한 뒤 자신이 운영하던 이가엔터테인먼트와 포괄적 주식교환방법으로 우회 상장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히고 있다.

팬텀 사건은 물론 연예산업계 일각에서 일어난 불법적인 경우에 해당되지만 시사해 주는 바가 적지 않다. 많은 연예기획사들이 코스닥 등록이나 우회 상장을 추진하면서 본업인 연예 비즈니스 자체 활동에 의한 수익을 거두려 하기보다는 금융기법에 의한 펀딩과 차익 실현에 더 열중하고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2005년부터 붐을 이루기 시작한 연예 기획사들의 우회상장(백도어)으로 현재 코스닥에 등록된 관련 회사만 무려 50여 곳에 이른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이들 회사가 적절한 사업 실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 실제 코스닥에 등록된 대다수 대형 연예기획사들의 지난 해 영업 성적은 초라하기만 하다.

신고된 통계만으로도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 중 하나인 IHQ 경우 지난해 매출 480억원의 실적을 올렸지만 영업 손실이 22억, 당기 순 손실도 47억원에 달한다.

연예 매니저먼트 비즈니스에서 비교적 가장 건실하다고 평가받는 회사인 데도 적자 규모가 결코 적은 편이 아니다. 하물며 여타 회사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SM엔터테인먼트 등 몇몇 군데가 소폭의 흑자를 올린 실적이 있긴 하지만 자랑스런 성적표라고 내세울 만한 수준은 결코 아니다.

때문에 주식 시장에서 이들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에 대한 평가도 냉혹하기만 하다. “주가 추이나 공시 등 제반 사항에 대해 주시는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스닥에 등록된 50여 개 이들 연예 기획사의 경영이나 전망에 대한 보고서는 전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연예 매니지먼트 산업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국내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이렇게 털어놨다.

실제 코스닥에서 연예 엔터테인먼트 관련 주식 대부분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등록 때 가격이나 전고점에 비해 턱 없이 떨어져 있는 것.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만약 제대로 된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하지 못하고 이런 경영 실적 부진이 계속된다고 가정하면 몇 년 후 코스닥에 몇 개의 연예 엔테테인먼트 기업들이 남아 있을지 알 수 없다”고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연예기획사들의 금융화는 더더욱 연예기획사들을 자사 실적과 이익 실현에 집착하게 만드는 결과도 빚어내고 있다. 일단 코스닥에 등록된 이상 해마다, 혹은 분기마다 실적 보고를 하게 되는데 가시적인 결과물들을 시장과 주주들에게 제시해줘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연예기획사들이 최근 제작사를 설립하는 등 제작 일선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연예인들의 매니지먼트 업무만으로는 크게 이익을 실현할 수 없기 때문에 제작업이나 콘텐츠 유통업에 뛰어들어야 하게 되는데 이는 자사가 보유한 스타 연예인들을 독점적으로 활용해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부 연예인들이 TV 브라운관에 ‘너무 자주’ 얼굴을 비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

또 대형 연예기획사에서 자체 프로그램 제작에 나서고 이들 회사가 만든 자체 제작 프로그램 공급이 늘어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김영덕 연구원은 “이는 결국 일부 공룡 기획사들이 제작을 독점하게 돼 여타 군소 제작사들에게는 손실을 불러일으키고 소속 연예인들이 아예 출연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게 되는 구조를 야기시킬 공산이 크다”고 지적한다.

특히 무리하게 실적을 창출하고 주가 부양을 위해 무분별하게 연예인들을 확보하려 드는 행태도 건전한 연예 매니지먼트 비즈니스 모델에 역행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연예기획사들이 수억원, 수십억원의 전속 계약금을 제시하고 전속으로 스타급 연예인들을 수년간 소속 연예인으로 묶어 두지만 막상 스타 매니지먼트 업무만으로는 커다란 수익이 발생하지 못하고 있는 것.

자사 소속 연예인들만을 주연급으로 묶어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이 역시 수익 극대화를 위한 고육지책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대형 기획사들이 스타 파워를 이용해 높은 출연료를 요구하거나 캐스팅 권한까지 휘두르면서 소위 ‘끼워팔기’ 등을 강요하고 있다는 비난이 최근 일고 있는 것도 역시 같은 이유에서다. 또 연예기획사들 간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는 것도 이런 상황에 한몫하고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연예인을 거액을 들여 영입하는 이유가 주가 부양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는 측면도 없지 않다. 스타급 연예인들을 새로 추가로 확보했다는 소식이 알려지거나 공시가 뜨는 시점을 전후로 관련 엔터테인먼트 주식이 크게 출렁이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이런 주장의 증거.

얼마 전 계약 기간이 만료된 가수 ‘비’가 한 연예기획사와 계약할 것이라는 소문이 난 것만으로도 그 회사 주가가 올랐던 것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결국 국내 연예 매니지먼트 산업의 이런 불합리한 구조는 연예기획사들이 더더욱 주가 부양을 위해 M&A와 스타급 연예인 영입에 집착하게 되는 형국으로 몰아 가고 있다.

연예기획사 입장에서도 회사 자체의 손실이 지속되지만 금융 시장을 통한 과외 수입으로 그나마 버텨 나갈 수 있는 방편이 되고 있다. 하지만 업계의 문제점이 은폐되는 상태가 지속되는 한 투자자들에게 최종적으로 피해가 돌아간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다.

이런 불합리하고 불완전한 국내 연예 매니지먼트 산업 구조의 후유증은 벌써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수입원인 한류 시장에서 혐한류와 반한류, 급등하는 한류 콘텐츠 가격 등으로 한류 약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는 것. 지나치게 한류 스타에 의존하는 제작 시스템과 창의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콘텐츠 등도 마찬가지 부작용으로 꼽힌다.

스타 출연료는 치솟고 덩달아 급등하는 제작비만으로도 허덕이는데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좋은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있겠느냐는 것.

때문에 뜻있는 방송연예 관계자들은 “이참에 한국 연예매니지먼트 산업 전반에 메스가 가해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하윤금 박사는 “보다 구조적이면서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지금 단계에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이는 업계 스스로 자멸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보다 건전하고 투명한 경영 및 사업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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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7/07/03 16:02




박원식 기자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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