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사회연대은행 이종수 상임이사은행과 대출 수혜자는 공동운명체… 사후 지원·관리 서비스에 힘써마이크로 크레딧 확대 위해 전문 인력·사회적 네트워크 확보 시급

국내 마이크로 크레딧 운동의 선구자 중 한 명인 사회연대은행 이종수 상임이사(운영위원장)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민청학련 세대인 그는 학창시절 꽤나 학생운동을 열심히 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그런 이력 때문에 받아주는 국내 기업이 없어 외국계 은행을 직장으로 선택했다. 한 눈 팔지 않고 열심히 일한 그는 은행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지점 개설, 합작은행 설립 등의 중요한 업무를 맡아 수행했다. 일은 즐거웠고 월급도 많이 받았다. 행복한 나날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은행 설립 임무를 띠고 캄보디아에 갔을 때였다. 하루 끼니조차 이어가기 버거운 가난한 사람들 속에서 문득 학생운동 하던 시절의 푸른 뜻을 상기하게 됐다. 또 한 번 인생 항로가 급반전을 이루게 된 계기였다. 그는 이후 인도네시아에 가서 빈민 금융을 연구한 뒤, 1999년 귀국해 마이크로 크레딧 운동에 뛰어들었다.

“마이크로 크레딧은 복지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금융과 컨설팅이라는 두 개의 축이 맞물려 굴러가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상임이사는 마이크로 크레딧은 금융 지원뿐 아니라 수혜자가 자립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해준다는 점에서 여느 복지 프로그램과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돈만 대출해주는 데 그치지 않고 꼼꼼하고 세심한 사전ㆍ사후관리를 통해 수혜자가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는 것이다.

사회연대은행에서는 신청자에게 대출을 해줄 때 “우리는 한 배를 탔습니다”라고 말을 건넨다고 한다. 그 순간을 통해 양측은 운명공동체가 된다. 돈을 빌려간 수혜자는 자활 의지를 더욱 다지게 되고, 사회연대은행 측은 최선의 지원을 스스로 약속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마이크로 크레딧이라는 제도는 돈보다는 사람을 중심에 두고 있는 셈이다. 사회연대은행에서는 대출자들의 자립을 돕는 전문가들을 관계 매니저(RMㆍRelation Manager)라고 부른다. 이들은 대출자들에게 밀착 지원 및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그만큼 서로의 신뢰관계 유지를 중시하는 것이다.

물론 마이크로 크레딧을 제도화하기 위해서는 대출 재원 마련이 1차적 과제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성공적인 정착 여부는 제도를 운영해가는 전문가 그룹의 역량에 달렸다는 게 이 상임이사의 지적이다.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에서는 매니저를 양성할 때 1년에 걸쳐 교육을 합니다. 우리나라도 마냥 마이크로 크레딧 확대만 주장할 게 아니라 그에 맞춰 전문 인력을 빨리 키워야 합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제도를 확대하면 운영이 엉망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 상임이사는 최근 마이크로 크레딧 제도가 국내에서 확대되는 조짐을 반기면서도 철저한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청자와 수혜자들이 급증하게 되면 심사, 면접, 교육, 대출, 사후관리 등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마이크로 크레딧 운영기관을 측면에서 지원하는 사회적 네트워크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운영기관만의 인력으로는 전체 수요를 감당하기 힘든 만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동참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구조조정, 양극화, 세계화 등의 폐해를 보면 오늘날 개인의 빈곤은 사회의 책임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마이크로 크레딧 제도의 정착에는 보다 많은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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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