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크레딧으로 재기 성공한 강래형 '강화식당' 대표사회연대은행서 연 2% 이자로 1,000만원 빌려… 부담도 적고 매출도 쑥쑥

경기 고양시 행신동 무원마을 10단지 먹자골목에서 밴댕이와 병어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강화식당’을 운영하는 강래형(42) 대표는 매일 새벽 5시면 인천으로 향한다. 연안부두에 개설되는 어시장에서 싱싱한 생선들을 구입하기 위해서다.

날마다 잠을 설치는 일이 고역일 법도 한데 강 씨는 “손님들의 입맛을 만족시키려면 일찍 가서 좋은 횟감을 고르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미소를 짓는다. 주인의 정성을 손님들이 알아준 덕분일까. 강화식당은 번화가가 아닌 주택가에 자리잡고 있는데도 하루 매출이 50만원은 거뜬하다.

강 씨는 지금 이처럼 번듯한 식당을 운영하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뭇 형편이 달랐다. 16년 동안 여러 종류의 음식점 사업을 해왔지만 번번이 실패만 거듭한 것.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일을 했건만 돈이 모이기는커녕 매번 적자만 쌓이더군요.”

강화식당 강래형 대표 부부

실속 없는 장사에 자꾸 빚까지 지게 되자 강 씨도 의욕이 꺾일 수밖에 없었다. 무력감과 자책감에 한 동안 일손을 놓기도 했다. 하지만 건강이 나빠진 부인과 자녀 셋을 두고 마냥 세월을 보낼 수는 없는 노릇. 그는 무엇이든 다시 해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때마침 주변에서 밴댕이 전문점으로 성공한 이웃이 강 씨의 성실성을 높이 사 밴댕이회를 사업 아이템으로 추천하고 노하우도 가르쳐줬다. 그렇게 해서 지난해 4월 다시 시작한 가게가 강화식당이다.

하지만 아무리 요리가 맛있고 친절하더라도 입지조건이 좋지 않으면 손님이 들지 않는 법. 장사가 기대만큼 안돼 몇 달 동안 애를 태우던 강 씨는 결국 손님들에 대한 홍보활동이 타개책이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돈이 문제였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소상공인지원제도에 노크를 해봤는데 담보도 요구하고 준비서류도 열 가지가 넘는 등 너무 까다로워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은행은 더 말할 것도 없지요.”

사채를 써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그건 겁이 났다. 이처럼 마땅히 돈을 융통할 곳을 찾지 못해 속을 끓이던 어느날, 그는 우연히 ‘마이크로 크레딧’(소액신용대출)이라는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돈을 빌려주는 데다 무담보 무보증이라고 하니 그에게는 한마디로 ‘한줄기 빛’과 같았다.

강 씨는 얼른 마이크로 크레딧 운영기관인 사회연대은행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까다로운 면접과 심사도 거쳤다. 함께 대출을 신청한 사람들 중에는 자신보다 더 딱해 보이는 경우도 많아 과연 될까 하는 의문이 들기는 했지만 면접위원에게 성심을 다해 영업계획과 포부를 설득했다.

그의 진심과 열정은 결국 받아들여졌고, 사회연대은행은 1,000만원을 흔쾌히 빌려주었다. 강 씨는 대출이 결정된 순간을 떠올리더니 “세상을 살아오면서 마음을 다하면 ‘통’한다는 느낌을 처음 받았던 것 같다”며 소회를 밝혔다.

대출 조건은 6개월 거치, 42개월 상환이다. 이자는 연 2% 남짓하다. 지난 1월 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이번 달부터 상환을 시작하게 된다. 강 씨는 요즘 장사가 잘 되고 있어 돈 갚는 일은 전혀 걱정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당장 대출받은 돈의 절반을 갚을 수도 있을 만큼 형편이 나아졌습니다. 옛날과 달리 단골 손님들이 자주 찾아주시는 덕분이겠죠. 사회연대은행 분들도 종종 들러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기 때문에 많은 도움을 받습니다.”

강 씨는 “너무나 어려울 때 마이크로 크레딧은 희망을 주었다”며 “내가 도움을 받은 만큼 이제는 내가 잘해서 다른 사람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식당을 하려는 사람이 찾아온다면 얼마든지 노하우를 전수해주겠다고 한다. 그만큼 맛에는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부인 김은주(40) 씨도 한 마디 거들었다. “처음에는 밴댕이회, 무침을 주로 팔았는데 요즘에는 병어매운탕 인기도 보통이 아니에요. 강화도 돌게로 담근 간장게장도 맛이 끝내주니까 꼭 한 번 들러 주세요.”

얼굴에서 행복한 미소가 떠날 줄 모르는 강 씨 부부는 마지막으로 한 가지 바람을 더 보탰다. “저희처럼 어려운 사람들에게 웃음을 되찾아줄 수 있는 마이크로 크레딧이 사회적으로 보다 널리 확산됐으면 좋겠어요.”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