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호텔 이부진 상무 vs 웨스틴조선 정유경 상무고 이병철 회장 손녀들… 외견상 실적에선 희비 엇갈려신라는 최근 승승장구… 웨스틴조선은 상대적으로 주춤

“왜 웨스틴조선 호텔의 매출 수치가 보다 한참 적다고 (신문에) 나왔지? 거기는 면세점 사업 실적이 포함된 거잖아.” 호텔의 매출 실적을 평가하는 기사가 나올 때 마다 경영진이 을 겨냥해 털어 놓는 푸념이다.

호텔 경영진이 이처럼 조그만 수치 하나에도 신경 쓸 만큼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그만큼 신라와 조선 두 집안의 오너 3세들 의식 속에 숨어 있는 경쟁의식을 반영한다.

이부진 상무와 정유경 상무.

에 입점한 세계적 명품 브랜드 '폴라 프라이크'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의 친손녀이자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38)씨는 호텔신라 경영전략 담당 상무다. 그리고 이병철 회장의 다섯째 딸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장녀인 정유경(36)씨 역시 조선호텔 상무로 재직하고 있다.

이병철 회장의 외손녀인 와 두 사람은 한 마디로 ‘4촌 지간’. 어릴 적부터 가까이 지내 온 친척이자 호텔 경영자로서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두 사람은 사석에서도 자주 볼 만큼 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 호텔경영성적이라는 대목에서 만큼은 때로는 두 사람 사이에서도 자존심을 건 치열한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고 호텔가에서는 바라본다.

두 사람 중 호텔 경영에 먼저 발을 디딘 사람은 . 정 상무는 이화여대(비쥬얼 디자인 전공)와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학교(그래픽 디자인 전공)를 졸업하고 1996년 4월 일찌감치 조선호텔에 입사했다.

반면 이부진 호텔신라 상무는 2001년 8월 호텔신라 기획팀 부장으로 호텔업무를 시작, 2004년 경영전략담당 상무보로 승진했으며 2005년에는 핵심경쟁력 개선과 프로세스 혁신 부문에서 우수한 성과를 인정받아 1년만에 상무로 파격적인 승진을 했다.

이부진 상무

연세대 아동학과를 졸업한 이 상무는 이에 앞서 1995년 삼성복지재단에 입사한 후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등을 거치며 실무 경험을 쌓았다.

나이로는 가 두 살 터울로 언니. 하지만 호텔 경영에 입문한 경력 기간 만으로 따지자면 가 늦깎이인 셈이다.

경영진의 일원으로서 외견상 두 사람의 성적표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가 이끄는 이 최근 승승장구하며 확장일로를 달리고 있는 반면 은 상대적으로 가라앉아 있는 것처럼 비쳐지기 때문.

의 호텔신라가 거두고 있는 경영 실적은 매출면에서 수치로도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 2005년 호텔 사상 최고의 실적을 거뒀던 은 올 해 또 한 번의 사상 최대 실적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 해 매출 4,500억원에서 10% 이상 증가한 5,000억원 달성이 올 해 예상 목표.

영업의 실수익이랄 수 있는 세전 이익 또한 2002년 99억원에서 지난 해 248억원으로 2.5배나 신장했다. 호텔측은 올해 영업 이익이나 세전 이익에서도 사상 최대치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해 일부 시설과 업장에서 문을 닫고 리노베이션 공사를 진행한 것을 감안한다면 지난 해 역시 내실있게 성장 경영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듣는다. 이런 성장세와 기대는 주식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돼 주식은 관심주로 연일 신고가 행진을 계속해 왔다.

반면 의 웨스틴조선 호텔은 매출 면에서 다소 이에 못 미친다.

신라호텔

서울 호텔 하나만 놓고 보면 2002년 이후 하향세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2년 753억여원으로 최고 매출을 기록했지만 2003년 658억여원, 2004년 709억여원, 2005년 703억여원, 지난 해 691억여원으로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것.

은 그나마 외식사업부와 부산 호텔 등을 포함한 ㈜웨스틴조선 전사적인 매출에서 이보다는 나은 실적을 보이고 있다.

2002년 1,364억여원의 매출을 올린 이래 이듬 해는 1,285억여원으로 다소 감소했지만 이후 1,370억여원, 1,411억여원, 1,501억여원 등 그래도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이에 대해 호텔가에서는 “회사 규모나 내용 면 등에서 동등한 비교 대상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대부분 보이고 있다.

이부진, 정유경 두 사람은 경영 스타일 면에서도 차이를 나타낸다. 는 5층에 사무실을 두고 경영 일선과 전반에서 전방위적인 열성을 보이고 있다.

반면 는 주요 현안이 있을 때만 호텔에 나와 업무를 보고 협의를 벌이고 있는 정도. 사무실은 신세계 빌딩에 두고 있다.

일각에서 “가 여전히 신세계 유통 부문에 큰 관심을 함께 갖고 있으며 호텔 직원들과의 일체감은 다소 떨어진다는 평이 뒤따른다”고 말하는 것은 이 때문인 듯.

정유경 상무

이와 관련, 정용진 부회장도 최근 한 마디를 더했다. 기자 간담회에서 “최근 가 백화점 본점 오픈에 도움을 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역할 분담 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역할 분담보다 저(정용진)의 역할을 많이 덜어주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한 것.

정용진 부회장은 “백화점은 감성적이라고 보는데 이미 (호텔 등에서) 많은 검증을 거친 동생이 마케팅, 광고, 인테리어등에서 많은 도움을 주는 차원이다”고 덧붙였다.

가 에서 추진하고 있는 최근의 변신은 호텔 업계에서 커다란 주목을 받고 있다. 체계적인 리노베이션과 구조개편을 통해 호텔 고유 기능을 보완하는 것 외에도 호텔신라를 웰빙, 뷰티, 쇼핑, 문화의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명실상부한 세계 톱클래스 호텔로 도약하도록 호텔 내에 명품숍들이 입주, 쇼핑가를 형성하고 헬스 클리닉과 한방병원, VIP피트니스, 스파 등의 시설을 유치한 것 등도 의 기획력과 추진력에 힘입은 바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가 호텔의 업무 우선 순위에서 오너경영자들이 흔히 범하기 쉬운 인테리어나 시설 등 하드웨어적 개선이 아닌 근본 프로세스 개선부터 착수했다는 사실이 업계에서도 높이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최근 면세점 영업을 강화,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서도 성과를 내고 각종 사업 다각화를 벌이고 있는 것도 의 이런 경영 스타일과 맥을 같이 한다는 분석이다.

한편 는 호텔의 인테리어나 외식사업, 소품 등의 디자인 관련한 부분 업무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호텔 측에서는 설명한다.

웨스틴조선호텔

호텔 경영 전반에 참여하기 보다는 커다란 줄기나 특히 본인의 전공을 살린 분야 업무에 특히 치중한다는 것. 이탈리아 레스토랑 겸 델리인 베끼아 앤 누보 런칭 경우에는 의 기획과 의도가 꽤 많이 반영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부진, 정유경 두 사람의 대결과 경쟁은 특히 웨딩과 플라워 부문에서 눈길을 끈다.

가 에 웨딩 플라워로 유명한 제인 페커 플라워숍을 들여오자 도 이에 질세라 세계적 명품 브랜드인 폴라 플라이크를 유치한 것. 는 여세를 몰아 웨딩사업에서도 을 국내 최고의 예식장소로 자리매김시키고 있다.

호텔가에서는 4촌지간으로서 라이벌 호텔의 경영자로 입장을 달리하고 있는 두 사람의 경쟁과 협력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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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