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인상· 대기성 매물 등도 영향수도권 전세 시장은 불안 요인 많아대선 영향은 전문가 견해 엇갈려… 급변하는 환경 속 하락세 전망도

올 하반기 부동산 시장은 과연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가을 이사철이 다가오면서 부동산 시장의 향방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가을은 이사 수요가 많아 부동산 시장도 덩달아 활발해지는 계절이지만 올해는 섣불리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시장 상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 변수들이 이중삼중으로 둘러싸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특히 9월부터는 분양가 상한제와 청약 가점제 등 기존 주택시장의 근간을 뒤흔들 만한 새로운 제도가 본격 시행된다. 게다가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정책과 금융시장의 금리 인상 추세 역시 부동산 시장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울러 12월에는 대통령 선거 일정까지 잡혀 있어 ‘대선 바람’도 적지 않은 변수가 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시장 전망 자체가 여러 변수들을 대입해 봐야 하는 ‘고차 방정식’인 셈이다. 하지만 아무리 어려운 방정식이라도 각 변수들을 차근차근 뜯어보면 해답은 나오는 법. 올 하반기 부동산 시장의 향배를 좌우할 5대 변수를 살펴본다.

■ 분양가 상한제

7년 여 만에 부활하는 분양가 상한제는 주택건설업계에는 된서리지만 주택 수요자들에게는 단비와도 같다.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 실시에 따라 신규 아파트 분양가가 20% 이상 떨어지는 등 집값 안정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는 9월부터 시행되지만 8월까지 사업승인 신청을 접수하고 11월까지 분양승인을 얻어 분양하는 단지에 대해서는 한시적으로 예외를 적용한다. 때문에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피하기 위한 주택업체들의 분양 러시가 하반기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에는 신규 분양 물량이 크게 늘어나는 가운데 기존 미분양 물량까지 더해져 아파트 공급이 비교적 넉넉할 전망이다.

당연히 주택 가격의 하락 내지는 안정 효과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아울러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기대감으로 청약을 미뤄 왔던 수요자들의 입질도 크게 늘어나 분양 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은 분양가 상한제가 제대로 정착하게 되면 신규 분양 아파트 가격이 전체 아파트 시세를 함께 끌어올리는 부동산 시장의 ‘프라이스 리딩’(price leading) 구조가 와해될 것으로 내다보기도 한다. 반면 분양가 상한제가 장기적으로는 주택업체들의 수익성을 악화시켜 공급 부족 사태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판적 견해도 엄존하고 있다.

■ 청약 가점제

30년 동안 유지돼 온 추첨제 방식의 아파트 청약 제도가 가점제 방식으로 바뀌는 것도 주택 시장에 미묘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일각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청약 가점제는 무주택 기간과 부양가족, 청약통장가입 기간에 따라 차등적으로 점수를 부여하는 제도다. 전용 면적 85㎡(25.7평) 이하 민영주택의 경우 75%를 가점제로 뽑고 나머지 25%만 현행 추첨방식으로 뽑는다. 85㎡ 초과 주택은 채권입찰제가 동시에 적용되는데, 입찰 금액을 높게 써낸 사람에게 우선권을 주되 입찰 금액이 같은 경우에는 가점제와 추첨제로 각각 50%씩 뽑는다.

청약 가점제가 시행되면 이미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의 경우 당첨이 사실상 어려워진다. 때문에 투기성 부동자금이 주택 시장으로 유입되는 흐름을 적잖이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청약 가점제가 전세 시장에는 엉뚱한 불똥을 튀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무주택 기간을 늘려 가점제 점수를 높게 받으려는 무주택자들이 기존 전세계약 기간이 만료돼도 연장 계약하려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전셋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수도권 전세 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동탄지역의 부동산 상가

■ 대출금리 인상 및 대출규제 정책

시중 금리 인상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동반 상승도 부동산 시장이 고개를 드는 것을 억누르고 있다. 지난 8월초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사상 처음으로 2개월 연속 콜금리 인상을 결정, 시중에 넘치는 유동성의 고삐를 죄겠다는 의지를 다시금 천명했다.

문제는 콜금리 인상 효과가 대부분 변동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 금리에도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일부 은행은 최근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를 거의 8%선까지 인상했다. 지난해 말 5%대에 비하면 2% 이상 뛰어오른 셈이다. 지난 5월 현재 전체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변동금리가 적용된 물량의 비중은 무려 93.6%에 달한다.

이처럼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꾸준한 상승은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아울러 이미 주택담보대출로 집을 사들인 주택 보유자에게는 이자 부담을 가중시켜 매물 압박으로도 작용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축소로 대변되는 기존 대출규제 정책도 건재해 주택 수요자들의 투자 심리가 좀체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쌓여 있는 대기성 매물

거래 부진으로 약보합세를 이어온 부동산 시장에 갑작스레 매물이 대거 쏟아진다면 어떻게 될까. 그 무게를 못 이긴 집값이 당연히 하락세로 반전할 것이다.

지금 부동산 시장에는 그런 매물이 복병처럼 꿈틀거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첫손가락에 꼽히는 것이 이른바 처분조건부 대출 매물이다. 처분조건부 대출이란 아파트를 담보로 이미 대출받은 사람이 투기지역의 또 다른 아파트를 추가 구입할 때 1년 안에 기존 아파트를 처분할 것을 조건으로 받은 대출을 말한다.

처분조건부 대출은 집값이 뛰던 지난해 9~11월 중에 크게 늘어났다. 이때 나간 대출은 만기가 올 가을로 코앞에 다가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안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처분조건부 대출 물량은 무려 4만6,000여건에 달한다. 금액 기준으로는 약 5조2,000억원대로 추산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처분조건부 대출로 인한 일시적 매물 급증 사태가 벌어진다면 집값 하락을 압박하는 등 시장에 상당한 충격파를 던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에 곧 풀려나올 대기성 매물은 또 있다. 1998~1999년과 2000~2003년 사이 신축된 아파트 가운데 양도소득세 특례 대상으로 분류됐던 아파트들이 내년부터 혜택이 없어짐에 따라 미리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양도세 특례 대상 아파트는 수도권에만 4만5,000여 가구나 된다.

여기에다 기존 주택을 1년 내에 팔아야 양도세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일시적 1가구 2주택자’들이 하반기에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이래저래 주택 시장이 매물 지뢰밭 앞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 대통령 선거 바람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재산세 등 세제 강화로 주택 보유 부담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고급 주택 소유자들은 12월 대통령 선거를 기다리며 관망하는 경우가 상당수라는 전언이다.

유력 대선 주자들이 표심을 얻기 위해서 부동산 세제 완화 공약을 내걸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탓이다. 아울러 재건축이나 재개발 규제, 대출 규제 등도 달라지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하는 부류도 적지 않다.

과연 이들의 기대대로 올 대선이 부동산 정책의 방향타를 바꿀 분수령이 될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서는 사실 부동산 전문가들의 견해도 다소 엇갈리고 있다.

타워팰리스

일각에서는 대선 주자들이 쏟아내는 선심성 발언들이 규제 완화의 신호로 받아들여져 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차기 정부도 집값 안정이라는 국민적 여망을 감안하면 큰 틀의 정책 변화를 시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더 우세한 편이다.

최근 기은경제연구소도 ‘부동산 동향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서 “입법화된 조세 정책 등을 변화시키는 것은 차기 정부로서도 어려운 일”이라며 “집값 불안에 대한 정치적 부담 등으로 근본적 정책 변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종합적으로 보면 올 하반기 부동산 시장은 어느 때보다 ‘안정적 변수’가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예전 경험에 비춰 부동산 시장은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속성을 가진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 까닭에 당연하지만 속단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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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