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는 '숨통'… 가격은 '보합'

부동산 시장의 밑바닥 정보를 두루 꿰고 있는 부동산 정보업체 전문가들은 대체로 하반기 시장을 보합세로 전망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강보합 국면이 펼쳐질 것으로 보는 견해가 적지 않다. 제자리 걸음을 하는 와중에도 완만한 상승세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전문가 4인의 릴레이 전망을 들어봤다.(이름 가나다 순)

● 건설사들, 비인기지역 아파트 공급 축소

분양가 상한제와 청약 가점제 도입은 청약 양극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먼저 민간택지 원가공개에 따른 사업이익 축소는 건설사들이 비인기지역 아파트 공급을 꺼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수요자들도 청약당첨에 따른 시세차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입지가 좋은 알짜 요지로 대거 몰려들 가능성이 크다.

길진홍 부동산뱅크 팀장

따라서 9월 이후 분양 시장은 청약 가점제 도입으로 무주택 서민들이 대거 아파트 청약에 나서는 가운데 2기 신도시 등 인기지역의 청약 경쟁률이 크게 치솟는 반면 수도권 외곽의 나홀로 단지 등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아울러 정부의 잇따른 금리인상과 담보대출 한도제한 등은 수요자들의 주택 구매력을 떨어뜨려 거래 공백을 장기화하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특히 뛰어난 환금성을 무기로 단기간 내 차익실현을 노린 가수요가 크게 몰려들었던 아파트의 경우 금융규제에 따라 그 인기가 더욱 시들해질 전망이다.

처분조건부 대출 약정에 따른 매물 출현은 주요 변수다. 매수세가 극도로 위축된 상태에서 일시에 매물이 대거 쏟아져 나올 경우 추가 하락을 불러올 것이다. 특히 지난해 처분조건부 대출이 많았던 일산, 분당 등 신도시 중대형 아파트의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부동산 시장은 거래가 부진했던 상반기와 달리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있어 매수세가 소폭 살아날 전망이다. 분양가 상한제 도입에 따른 분양 시장 과열은 일반 아파트 거래시장에 매수세를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하반기에도 정부가 규제 수위를 낮출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큰 폭의 오름세보다는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리는 강보합 국면이 펼쳐질 것이다.

12월 예정된 17대 대선은 규제완화와 개발에 대한 기대심리로 부동산 시장에 단기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지만, 주택의 양도 및 보유세제 강화와 담보대출한도 제한이라는 부동산 정책의 큰 골격은 변함이 없는 가운데 향후 수년간은 완만한 보합 국면이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수요층이 취약한 수도권 외곽의 경우 장기간 거래 공백에 따른 가격 하락이 연출되는 등 입지에 따른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 분양가 상한제 실효성 미흡할 듯

분양가 상한제는 실효성 측면에서 일반인들의 기대보다는 미흡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따라서 분양가 상한제 시행 후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사람들은 입지 여건이 좋으면서도 분양가 인하 효과가 있는 곳, 가령 수도권 2기 신도시나 서울 중심부 분양 물량에 몰릴 가능성이 많다. 당연히 부동산 시장의 이원화 및 차별화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광석 스피드뱅크 실장

대출 규제로 가수요의 시장 진입이 차단됐고 금리 인상에 따라 레버리지 효과로 투자수익을 극대화하는 구조가 힘들어져 표면적으로 주택 시장의 무게 중심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이동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시장 전체의 과잉 유동성에다 부동산에 대한 일반인들의 선호도가 여전히 높아 대출 규제를 피할 수 있는 6억원 미만의 저가 주택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 이후 중장기적 시장 흐름과 관련해서는 주택 수급이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질적 공급확대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에 수도권의 주택부족 현상은 쉽사리 해소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도권의 지역별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발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개발에는 가격 상승이 뒤따른다는 것이 문제다.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안정세 속에서도 자금이 일부 지역 또는 일부 상품으로 몰리는 현상이 계속 나타날 전망이다.

● 분양시장 쏠림현상 심화될 것

이영호 닥터아파트 센터장

분양가 상한제, 청약 가점제 시행에 따른 분양 시장의 쏠림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유망한 아파트 단지의 경우 수요자들의 청약 경쟁률이 높아지면서 주변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상대적으로 인기가 낮은 단지의 경우 분양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지방은 미분양 사례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잇따른 금리 인상에 이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신규 주택 수요를 크게 억제해 가격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등 부동산 세제 강화는 이미 시장에 많이 반영됐기 때문에 추가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선도 부동산 시장에 상당한 변수가 될 것이다.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심리로 큰 폭의 가격하락은 없을 것으로 보이며 오히려 공약 남발로 지역에 따라서는 국지적 상승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선 이후에는 인기 지역과 비인기 지역의 구별이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 대선 이후 부동산 제도 변화 예상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대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민간택지에서 분양되는 아파트의 분양가는 현재보다 20% 이상은 떨어질 것이다. 여기에 청약 가점제로 당첨자를 선정하기 때문에 분양 시장은 어느 때보다 청약자들로 북적일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 상한제로 분양가가 낮아진다고 좋아들 하지만 함께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전매금지 기간도 동시에 강화된다는 점이다. 즉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아파트를 분양받게 되면 적어도 5년 이상은 마음대로 처분이 불가능하다.

청약 가점제 시행으로 이제 유주택자들의 당첨 확률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따라서 큰 평형으로 갈아타려는 유주택자들이 처분이 자유로운 기존 아파트 매입 전략으로 옮겨가게 되면 기존 아파트 가격이 불안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올 1월 전국 청약 예ㆍ부금 가입자 480만 명 가운데 유주택자가 212만 명에 달했다.

아울러 12월 대선은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낳고 있다. 현재 아파트값이 예상 밖으로 떨어지지 않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때문에 아파트값은 적어도 대선 전까지는 강보합세를 보일 전망이다.

대선 이후에는 현 부동산 제도의 변화가 예상된다. 대표적인 것이 재건축 규제와 양도세, 대출 규제 등이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이미 착공에 들어간 세종특별시(행정중심복합도시)다. 지금은 현 대통령의 관심 아래 밀고 나가고 있지만 차기 정권에서는 정책 우선순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 일반인들이 보는 부동산 시장 "올 아파트 값 소폭 상승"
하락 전망보다 우세… 이유는 대선공약 1위

부동산 시장의 에너지는 근본적으로 수요자들에게서 나온다. 참여정부가 숱한 집값 안정 대책을 내놓았어도 쉽사리 상승세가 꺾이지 않았던 것은 그 같은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부동산 시장의 수요자인 일반인들은 향후 시장 전망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이와 관련, 한 부동산 정보업체가 7~8월 사이 전국 성인 남녀 1,6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향후 6개월 동안 주택 가격이 약간 상승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44%로 나타났다. 아울러 큰 폭의 상승을 예상한 답변도 4.9%로 나타나 전체적으로 상승 전망이 50%에 육박했다.

현대건설이 분양한 파주힐스테이트 모델하우스 모습.

반면 현재와 비슷할 것이라는 답변도 42.4%에 달했다. 하락을 전망한 답변은 10%가 채 안됐다. 이 같은 결과를 감안하면 부동산 시장의 수요자들은 ‘보합 속의 상승’ 가능성에 향후 시장 전망의 무게를 두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부동산 정보업체가 7월초 일반인과 중개업소 관계자 등 1,300여 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도 눈길을 끈다. 전체 응답자의 무려 67.6%가 올 하반기 아파트 가격 상승을 예상했다. 상승률 전망치를 살펴 보면 ‘1~2%’가 25.5%로 가장 많았고 ‘1% 미만’은 21.3%, ‘3~4%’는 13%의 비중을 나타냈다.

아파트 가격 상승의 요인으로는 대선에 따른 부동산 공약(44%), 신도시 등 토지보상금에 따른 유동자금 유입(26%), 바닥심리로 인한 급매물 거래(17%) 등의 순으로 답변했다.

반면 아파트 가격 하락을 전망한 응답자들은 그 요인으로 대출규제 및 금리인상 등의 자금압박(32%), 보유세 등 세제강화에 따른 거래 위축(30%), 분양가 상한제에 따른 신규 분양가 인하(30%) 등을 골고루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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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