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매매 통한 단기 차익 실현 어려워… 옥석 골라 선별 투자를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인 안정세를 보이는 지금, 주택 구입에는 보다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덜컥 사놓았다가 가격이 오르지도 않고 집이 팔리지도 않는 난처한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이후 주택 구입에 나설 때는 선별적인 접근을 하라고 조언한다. 옥석을 가려 투자하라는 것이다.

길진홍 부동산뱅크 팀장은 “양도세, 보유세 부담 증가와 금융규제 등으로 더 이상 주택 매매를 통한 단기 차익 실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따라서 실수요자들의 경우 중장기적으로 주변 개발에 따른 가치 상승이 예상되는 곳을 노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입지가 좋은 곳은 수요가 몰려들기 마련. 따라서 신도시, 도로개통 등 대형 개발호재가 있는 지역을 미리 선점하면 실거주와 차익 실현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대표 역시 “실수요자들은 한 발 물러나서 전체적인 시장 흐름을 판단할 때지만 유망 단지, 즉 개발 호재가 많은 곳은 시기와 관계없이 중대형 아파트 위주로 구입을 하는 게 좋다”고 비슷한 조언을 했다.

실제 올 초부터 집값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 와중에도 경기 용인과 서울 용산, 인천 송도 주변지역은 가격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차별화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광석 스피드뱅크 실장은 “내 집 마련을 하려면 수도권 우량지역의 신규 분양 아파트를 선택하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특히 택지개발 지구나 현재 해당지역 아파트 시세가 제곱미터(평)당 1,500만원이 넘는 곳의 신규 분양 물량을 노리라는 것.

그는 또 “싼값의 매물을 잡으려면 처분조건부 대출 매물의 만기가 돌아오는 9~11월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공택지에서 분양되는 소형 아파트는 웬만하면 피하라고 조언했다. 최대 10년까지 전매제한을 받기 때문에 기회비용 등을 따지면 매우 불리하다는 것.

미분양 아파트 구입을 고려 중인 수요자들은 타이밍을 잘 잡아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 이영호 닥터아파트 센터장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현재 미분양 아파트의 분양가 경쟁력은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지금 관심이 가는 미분양이 있다 해도 구입 시기는 9월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전매 제한의 강화에 따라 등기 후 전매가 가능한 분양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센터장은 “이들 전매 가능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며 “대개 올 12월 전에 민간택지에서 분양되는 아파트들이 등기 후 매매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하반기 신규 분양 어떤 곳이 유망할까

▲ 길진홍 팀장

2기 신도시로 꼽히는 판교신도시와 운정신도시를 비롯해 은평뉴타운, 인천 청라지구를 추천한다. 판교신도시의 장점은 뛰어난 강남 접근성. 운정신도시는 주변 녹지가 풍부한 데다 일산신도시와 인접해 편의시설 등 주변 인프라도 좋다. 서울, 수도권 거주자도 1순위로 청약할 수 있는 청라지구는 분양가 상한제 도입에 따른 수혜 지역. 주변 시세에 비해 분양가가 싸고 인천국제공항철도 개통으로 서울 접근성도 높아져 청약당첨과 동시에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을 전망.

▲ 김광석 실장

좋은 것의 가치가 더 높아지는 시대. 무조건 희소성이 높은 곳을 골라야 한다. 예전 분양 사례나 열기로 봤을 때 은평뉴타운, 용인 흥덕지구, 인천(송도, 청라, 영종지구), 남양주 진접지구 순으로 추천.

▲ 김영진 대표

특히 용인 동천동, 성복동, 상현동 등이 추천할 만하다. 이 지역은 주거환경이 괜찮은 데다 교통여건도 많이 개선됐다. 광교신도시 개발의 영향도 긍정적이다.

▲ 이영호 센터장

용인 흥덕지구에서 분양되는 아파트를 강력 추천. 분양가 경쟁력이 광교신도시보다 낫다. 용인에서도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경부고속도로 동쪽 지역도 유망. 서울에서는 개발 바람이 부는 성수동(신분당선), 상암동(경의선 복선전철), 노량진(지하철9호선), 당산동(지하철9호선) 등이 대표적인 투자처. 모두 신역세권 지역으로 편입될 곳이다.

● 집값 상승의 견인차, 버블세븐은 어떻게 될까

강남, 서초, 송파, 목동, 분당, 평촌, 용인 등 이른바 ‘버블세븐’의 향후 집값 동향도 관심사다. 그 동안 부동산 광풍의 진원지로 유동자금을 쉴 새 없이 빨아들였던 블랙홀인 만큼 이곳의 흐름은 서울, 수도권 및 나아가 전국 부동산 시장의 풍향계 구실을 한다.

버블세븐에 대한 향후 예측은 전문가들마다 적잖이 엇갈린다. 길진홍 팀장은 정부의 금융규제로 6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 거래 부진이 꽤 이어지면서 매매가 약세장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광석 실장은 버블세븐이 현 부동산 정책의 집중규제를 받는 데다 지난해 말 단기간에 10% 이상 상승했던 게 부담으로 작용해 당분간 안정세를 보일 가능성이 많다는 판단이다.

반면 김영진 대표는 주택 소유자들이 다주택에서 하나의 주택만을 보유하려는 쪽으로 경향이 바뀌면서 중대형 아파트의 경우 내년 상반기부터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영호 센터장은 강남, 서초, 송파 등의 재건축 아파트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했다. 다만 정부가 제시한 기본형 건축비로는 민간택지에서 지금과 같은 주상복합을 공급할 수 없어 고가 주상복합은 반사이익이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는 목동, 분당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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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