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연극 만화계 등에도 거장들 즐비… 학벌은 없어도 빛나는 예술혼

문화예술계가 학력 세탁으로 된서리를 맞고 있는 가운데 학력과는 무관하게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학벌주의 벽을 뛰어넘어 그 이상의 가치를 구현한 ‘진정한 승자’들이다.

한국 영화계의 거장 임권택 감독의 학력은 중학교 중퇴가 전부다. 그는 자신의 학력을 숨기지 않았고 오로지 영화로 승부, 2002년 ‘취화선’으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독학파인 김기덕 감독 역시 초등학교 졸업 학력이 전부이지만 개성이 넘치는 독특한 영화로 국제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다. 2004년 베를린영화제에서 ‘사마리아’로 감독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가장 많은 국제상을 받은 국내 감독이다.

그밖에 류승환(감독)ㆍ류승범(배우) 형제는 각각 고졸과 고교 중퇴 학력이다. 고교 중퇴 사실을 밝힌 정우성은 학력보다는 실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가요계의 경우 한국 록의 대부인 신중현은 고교 중퇴이고 대중음악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서태지 역시 고교 중퇴다.

작가 중에는 시인 고은이 한국전쟁 당시 군산중학교를 중퇴한 것이 최종 학력이지만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고 올해 상반기 서울대에서 ‘우리들의 안과 밖’을 주제로 정식 강좌를 맡은 이 시대의 대표적 지성이다.

소설가 장정일은 성서중학교 졸업이 공식 학력의 전부이지만 실험적인 작품과 산문집, TV 문화 프로그램 진행 등 ‘실력’만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문화게릴라’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연극인 이윤택(서울예술단 대표감독)은 경남고를 나와 대학뱃지를 달아보지도 못했지만 연극계에서의 활약은 눈부시다.

88년 연희단거리패를 이끌고 서울로 올라와 ‘어머니’‘오구’‘느낌’등 새로운 형식의 작품으로 연극계에 이윤택 바람을 일으켰다. 그는 지난달 24일 동국대 예술대학 연극학과 부교수로 정식 임용돼 학력지상주의를 무색하게 했다.

국악에서는 초등학교 중퇴인 안숙선 명창과 고졸 학력인 풍물놀이 김덕수 명인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있다.

국내 대표적 뮤지컬배우 최정원 씨는 고3 재학 중이던 1987년 롯데월드 예술단 최연소 단원으로 입단, 현재 뮤지컬 경력 20년이다.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만화가 허영만ㆍ이두호 화백은 각각 고졸과 대학(홍익대 미대) 중퇴 학력이다. 이 화백은 학력을 뛰어넘는 실력으로 세종대 만화 애니메이션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방식꽃예술원’의 방식 회장은 독일 정부가 인정한 동양인 최초의 플로리스트(꽃 예술가). 방씨는 70년 건국대를 중퇴하고 광부를 자원, 독일로 건너가 7년여에 걸쳐 조경 마이스터 과정을 이수하고 70년대 말 귀국했다.

대학 강의와 플로리스트 시현을 통해 한국에 플로리스트 뿌리를 내린 방 회장은 요즘 후학을 양성하는데 전력하고 있다.

그의 제자들은 국내 최고 호텔과 백화점의 플로리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방식꽃예술원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는 문흥운씨는 최근 독일 쾰른 꽃장식대회에서 1위를 차지해 방씨 문하의 실력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국내보다 일본에 더 알려진 천한봉 도예가는 초등학교 학력이 전부이지만 그의 예술 경지는 학력을 뛰어넘는다. 천씨는 1995년 대한민국 도예명장으로 선정됐고 일본 NHK는 97년 ‘아시아 최고의 문화인물’로 꼽았다. 지난해 12월에는 노동부로부터 ‘기능한국인’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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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차장 jjpark@j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