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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북한이 변한다] 한반도 대변혁 '신호탄'
남북정상회담→한국판 마샬플랜→평화협정 체결

“우는 아이 뺨을 때리면서까지 신호를 보냈는데 남조선은 몰라도 너무 몰라요. 우리(북한)가 그렇게까지 했으면 눈치라도 채야 할 것 아닙니까. (남한에) 사람이 없어요. 우리 진짜 속마음을 알아줄 수 있는 사람이….”

지난 2005년 8ㆍ15행사 북측 대표단의 일원으로 한국을 방문해 국립현충원을 참배하고 돌아간 핵심 인사의 울분(?)이다.

최근 이 말을 전한 베이징의 북한 소식통은 “북한이 자존심을 훼손하면서까지 6ㆍ25 전쟁의 순국선열이 대거 안장된 국립현충원을 찾은 것은 남북관계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면서 “당시 북한이 전한 메시지는 그들만큼 남한도 크게 변해 민족 대 민족으로 경제협력, 나아가 남북공존의 길을 모색하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1994년 김일성 사후 김정일시대(1994~2005년)를 거쳐오면서 북한의 파트너는 결국 남한뿐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래서 해외파를 요직에 전진 배치하고 ‘해방 60년사 정리’작업에 나서는 등 북한이 먼저 변화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특히 해방 60년사 정리는 ‘민족’을 기준으로 해방 이후 60년사를 재평가하고 향후 남북이 공생공존한다는 전제 아래 사람ㆍ법ㆍ체제를 바꾸는 것이 핵심으로, 대규모 경협을 남북관계 발전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는 설명이다.





2003년 9월 박봉주 총리체제의 등장과 2005년 7월 제정ㆍ공포된 ‘북남경제협력법 은 상징적인 예다. 경제관료로는 처음으로 박 총리가 김정일 위원장의 측근에 기용됐다는 점, 그리고 대남 경협을 총괄하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 산하의 조선민족경제연합회(민경련)가 총리 휘하의 ‘고려민족경제위원회’로 대체됐다는 점은 주목할 사실이다.

2004년 7월 출범한 ‘고려민족경제위원회’는 산하에 ‘임가공복무총국’을 두고 있는데 이 기관이 실질적인 대남경협을 맡고 있다.

‘북남경제협력법’은 남북경협 확대를 위한 획기적인 조처다. 모두 27조로 구성된 법은 남북 경제협력의 원칙으로 △전 민족적 이익 △균형적 민족경제발전 △상호 존중 및 신뢰 △유무상통(有無相通·서로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융통한다) 등을 명시하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이 국가계획위원장 출신의 박남기에게 당 계획재정부장 직함을 가지고 남북경협 분야를 총괄하도록 한 것도 남북경협을 경제의 재건과 인민생활 회복의 계기로 삼으려는 의중을 반영한 것이다.

이처럼 남북경협이 중요시되면서 장성택 당 수도건설부 제1부부장이 주목 받고 있다. 장 부부장이 남북경협의 큰 틀을 짜는데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배경에서다.

김 위원장이 각별히 아꼈던 연형묵 전 국방위 부위원장이 사망(2005년 10월)하지 않았다면 장 부부장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배후에서 북한 경제의 틀을 짤 것으로 알려졌었다.



장 부부장은 김정일 위원장의 매제인 최측근으로 김 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과도 친하다. 그는 북한의 경제위기를 돌파하는데 남한이 유일한 대안이자 파트너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 4월에는 박봉주 전 총리, 박남기 당 계획재정부장 등과 함께 북한경제시찰단의 일원으로 서울을 방문한 적이 있다.

장 부부장은 2004년 초 친(親) 김정철파의 리더로 분류되는 이제강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에 밀리면서 좌천, 또는 가택연금됐다는 설이 파다했다.

그러나 소문과 달리, 그는 2004년 10월 경부터 평양시내 모처에 칩거하면서 특수팀과 함께 북한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에 몰두했다는 전언이다. 북남경제협력법 제정은 그러한 노역의 한 산물이라는 것.

지난해 초 김정일 위원장과 함께 2년 만에 연회에 처음 모습을 나타낸 장 부부장은 현재 당 수도건설부 제1부부장의 직함을 갖고 있다.

이전 직책에 비해 무게가 떨어지고 권력 중심에서 멀어졌다는 분석도 있지만 여전히 북한 경제 전반에 관여하고 있다는 게 베이징 북한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최근에는 김정남의 평양 복귀설이 흘러나오면서 장 부부장의 역할이 더 커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오는 10월 제2차 남북정상회담은 북한의 변화, 나아가 한반도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상회담의 요체가 될 남북경협이 규모나 내용 면에서 이전의 경협수준을 크게 뛰어넘는 차원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정상회담의 남북경협 의제가 ‘한국판 마샬플랜’으로 불릴만한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정상회담의 실질적인 파트너가 북한의 경제팀이 될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장성택팀이 주목 받고 있다. 장성택팀에는 중국과 같은 개혁ㆍ개방을 따르되 ‘민족’이란 측면을 강조하는 해외파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3월 이해찬ㆍ이화영 의원, 5월에 김혁규ㆍ이광재 의원 등이 잇따라 방북한 실질적인 이유도 대규모 경협을 통해 정상회담을 이끌어내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예상을 깨고(?) 정상회담에 나선 데는 한국이 제시한 ‘큰 선물’이 주요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지만 북한 체제의 변화도 한 몫 했다는 전언이다.

북한 인민과 군에게 김 위원장의 유훈통치나 위엄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 국내외 정보망을 통해 확인된 정상회담용 카드는 남북경협을 훨씬 넘어서는 수준으로 전해진다. 북ㆍ미관계까지 연계돼 ‘평화협정’체결이라는 한반도 대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의 북한 소식통은 최근 김정일 정권은 대내외적으로 공개되는 사진과 군중대회 열기 측면에서도 김일성시대와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김일성의 사진에 고위장교가 대부분인 반면 김정일 위원장의 사진에는 하전사나 일반병들이 자주 등장한다는 것. 군중대회에서도 김일성시대와 같은 열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는 김정일체제가 변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위협받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제2차 남북정상회담은 북한 변화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반도가 대변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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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7/09/11 13:57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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