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성향은 보수화 개인주의 성격 강해 세계화 준비 적극적신분상승 욕구·교육열 높아… 기러기 아빠 가장 많은 계층중산층 73% "사랑한다면 부모가 반대해도 결혼할 수 있다"

국내 중견그룹 과장인 Y(43세) 씨는 전형적인 도시 중산층에 속한다.

미혼인 그는 지난해 중소형 아파트를 분양 받아 부모로부터 독립했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빠듯하게 유지하면서 여가생활도 즐기려고 노력한다.

퇴근 후에는 회사인근의 휘트니스 센터에서 1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 재태크나 마케팅 관련 책을 읽는다. 때때로 영어공부도 한다. 주말에는 여행을 가거나 친구들과 만나 영화를 보고 외식을 즐긴다. 여윳돈으로 저축도 하고 해외여행 경비나 쇼핑 등에 쓴다. 그는 주변에서 결혼 후 시달리는 친구들을 보며 결혼을 포기하고, 대신 평생자유연애를 선언했다.

작년까지 그의 부모는 더 나이 들기 전에 결혼하라고 성화였으나 이제 두 손을 들었다고 한다.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본인의 생각을 희생하는 것은 어리석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게다가 그는 일반적으로 정해놓은 기준에 맞추기보다는 개인의 특성에 맞게 본인이 원하는 대로 사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보통사람, 즉 사회 중간층이 대체로 중도적 성향을 보인다고 해서 중산층이 평이한 사고나 생활방식을 가진 계층이라고 간주할 수는 없다.

사회문화연구소 전태국 소장(강원대 사회학과 교수)은 "지금의 중간층은 과거와 달리 사회의식이 희박하며, 다양성을 추구하고 개성과 개인주의적 사고가 강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에서 중간층은 부모 때문에 개인을 희생하지 않으려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중상층이나 중하층 이하보다 강하게 나타났다.

지난 3월, 한국갤럽이 한 언론매체의 의뢰를 받아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도 집안 어른들의 체면을 깎는 일이면 하지 말아야 한다"는 질문에 대해 중간층 응답자의 40%가 "그렇지 않다"고 답해 중상류층이상(36%)과 중하층 이하(35%)보다 개인주의적 가치관이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부모가 반대하더라도 결혼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중간층 응답자의 73.1%가 "그렇다"고 답해 중상류층 이상(66.7%)과 중하층 이하(71.5%)에 비해 개인의 생각을 중시하는 성향이 더 강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회문화연구소 전 소장은 "10년 전 중간층은 가족 중심적인 성향이 가장 강한 계층이었으나 현재 중간층의 가족문화는 10년전 그것과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강한 신분상승 욕구와 교육열은 중간층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성향이다. 현재 기러기아빠가 가장 많은 계층이 중간층이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P(52세)씨는 고등학생 아들과 중학생 딸을 모두 영국에서 공부시키고 있다.

그의 아내도 얼마 전부터 영국에 머무르며 아이들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그는 국내파인 자신이 유창한 영어실력과 해외경험을 가진 해외파에 밀려 승진에서 불이익을 당했다는 생각에 기러기아빠를 택했다.

사회학자들은 중간층을 세계화 추세에 따른 비정규직의 증가나 구조조정 등으로 인해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계층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이들은 세계화에 대한 반감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녀의 해외유학이나 영어교육에 열을 올리는 등 세계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도 중간층의 사회적 성취욕구는 비정규직의 증가와 높은 청년실업률 그리고 부동산 가격 거품 등으로 인한 소득양극화 속에서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사회통계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46.7%가 자신의 사회적 지위가 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답했다. 계층이동(신분 변동)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은 27.5%에 불과했다.

이들의 정치적 성향은 다른 계층과 비교해 중도적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3월 실시한 정치성향 평가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 '중도적'이라고 답한 중간층 응답자는 35.2%로, 중상층 이상(30.9%)과 중하층 이하(33.1%)에 비해 많았다.

"가난한 사람들이 있는 것은 정치나 사회제도가 잘못되었기 때문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중간층 57.8%가 "그렇다"고 답해 중상층 이상(46.9%)이나 중하층 이하(60.7%)에 비해 중도적 시각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소득분배와 경제성장 중 어느 쪽에 더 주력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중간층은 전체응답자 중 41.3%가 "소득분배에 더 주력해야 한다"고 답해 중상층 이상(22%), 중하층 이하(37%)에 비해 진보적 성향을 드러냈다.

그러나 과거와 비교하면 중간층의 정치적 성향은 대체로 보수화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학계의 시각이다.

● OECD기준 중간층

OECD 기준에 의하면 '도시근로가구의 중위소득(Median)의 70~150%에 해당하는 계층'이 중산층이다. OECD는 사회의 평균소득을 100%로 놓고, 소득이 150% 이상을 상류층(High Income Class), 70~150%는 중간층(Middle Income Class), 50~70%는 중하층(Modest Income Class) 그리고 50% 이하는 빈곤층으로 구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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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