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투자로 공동번영 기반 다지기… 한강하구언 개발·남-북-러 철도연결이 핵심전력 등 에너지 지원은 비핵화 수준과 긴밀한 연관한강-개성-해주 잇는 신황해권 경제특구 마련도 논의철원 일대 '평화산업단지' 조성 방안도 검토될 듯

2차 남북정상회담의 키워드는 ‘남북경협’이다. 남북경협을 통해 ‘남북경제공동체 건설’을 형성해 나가는 것이다. 때문에 북한 전 분야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고, 경협이 양적ㆍ질적 변화를 통해 한반도 대변화를 추동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공동체를 이뤄낼 대규모 경협, 이른바 한국판 마샬플랜의 실체를 추적해봤다.

■ 에너지 지원

한국의 대규모 북한 투자는 에너지의 원활한 공급이 전제되어야 시너지 효과와 실효를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분야가 우선적인 관심의 대상이다.

북한경제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은 에너지 분야이다. 특히 공장 가동에 필요한 전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발전소 가동율은 지난해 현재 30%를 밑돌고 있다.

그러나 전력을 비롯한 에너지 지원은 북핵 문제와 연계돼 공급 및 투자가 자유롭지 못하다. 현재 가능한 것은 한국전력이 개성공단에 전력을 공급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다행히 북핵 문제가 빠르게 진전되면서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하는 단계에 따라 에너지 지원 양태도 달라질 전망이다. 북한은 6자회담 ‘2ㆍ13합의’에 따라 영변 핵시설 폐쇄 단계를 거쳐 핵시설 불능화 조치가 끝나는 시점까지 중유 100만 톤을 지원받기로 했다.

북한은 추가 에너지가 필요하고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를 원한다. 경수로(KEDO)나 화력ㆍ수력 발전소가 현실적 방안이다.

경수로 사업은 지난 10여 년간 진행하다 중단된 상태로 시설이 남아 있고 노하우도 있어 5년 정도 다시 투자하면 원자력 발전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과거에 실패한 경험과 각국이 북한의 핵 전용을 우려하는 점을 어떻게 불식시키느냐가 관건이다.

따라서 수력과 화력발전소가 대안으로 선호되고 있다. 수력은 일부 활용되고 있지만 북한 지형상 비효율적이어서 화력발전소를 개ㆍ보수해 주거나 신규 발전소를 지어주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기존 화력발전소는 턱없이 부족하고 새로 화력발전소를 지으려면 최소 5년 이상 걸리는 어려움이 있다.

■ 한강하구언 개발, 철원 평화산업단지 조성

북한의 에너지난이 심각한 상태이고 한국정부의 직접적 지원에 한계가 있는 만큼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도 북한경제 현실(단계)에 적합한 경협 모델이 요구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한강하구언 개발이다. 정상회담 의제로 거론되는 이 프로젝트는 올 초 북한을 방문한 이해찬 전 총리, 대통합민주신당 김혁규 의원 등이 방북하면서 앞다퉈 공개해 알려졌다.

1. 개성공단 내 한 공장의 작업현장
2. 현대아산 북측 강원도 고성에 조성한 영농장.
3. 화력발전소의 석탄연기로 뒤덮인 평양시내.
4.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남북정상회담과 관련,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주요 내용은 임진강ㆍ한강 하구를 ‘공동평화구역’으로 설정해 32억 톤의 모래를 채취하고 한강-개성-해주로 연결된 신황해권 경제특구를 만들어 경공업 중심의 제2 개성공단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남북간 교류협력 방안으로 한강 하구에 여의도 10배 면적의 남북경제협력단지인 ‘나들섬’을 건설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남북 접경지대인 강원도 철원 일대를 ‘평화산업단지’로 조성하는 방안도 논의될 것이라는 전언이다. 현재 운영 중인 북한측 개성공단과 같이 강원도 철원지역에 대규모 공단을 만들어 북한 노동력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한강하구 프로젝트나 철원 산업단지 방안은 본래 북한과 15년 가까이 무역을 하고 있는 북한전문가 장석중 ㈜극동개발 대표가 디자인한 것이다.

이 가운데 한강하구 프로젝트는 1990년대 초반 완성돼 김영삼ㆍ김대중 정부는 물론 참여정부 핵심 관계자들도 큰 줄거리를 알고 있는 내용이다. 최근 정상회담 의제로 거론되는 것과 여야 대선주자들이 내세우는 한강 프로젝트의 내용이 대동소이한 것은 그 때문이다.

장씨는 “당사자들이 현장, 특히 북한의 해당 지역을 가보지 못한데다 2000년 이후 러시아까지 고려한 ‘동북아 프로젝트’의 세밀한 내용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장씨에 따르면 ‘한강 프로젝트’는 크게 한강하구 개발과 남북접경지대 개발로 나뉜다. 전자의 경우 한강, 임진강 하구의 교동도(인천) 일대 청주벌에 남북경제협력 지대인 800만 평 규모의 인공섬(민족공단, 공동평화구역)을 건설해 5개 구역으로 나눠 자동차조립 공단, 액세서리 임가공 공단, 자전거조립 공단 등을 입주시키며 예성강 모래수입도 추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러시아 연해주 개발 재원을 마련, 남ㆍ북ㆍ러 3국이 경협을 통해 발전하는 방안이다.이 프로젝트는 극동러시아 연해주를 물류기지화하고 남북철도를 복원하는 TKR(남북종단철도)-TSR(시베리아횡단철도) 연결사업이 핵심이다.

나아가 극동러시아 자원을 북한 및 남한에 공급하고 남북한 공동 생산품을 러시아ㆍ유럽 등에 수출하거나 한국의 생활용품을 북한이 수입해 극동러시아 전역에 판매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남북접경지대 개발은 강원도 양구군 펀치볼지역을 남북 내륙운송로로 활용하고 평화의 댐을 이용해 북한에 전력을 공급하며, 철원지역엔 남북 공동공원(평화공원), 평화산업단지 등을 조성하는 내용이다.

아울러 한강 수운사업, 북한 수산물사업을 추진토록 한다는 것. 철원지역에 비중을 두는 것은 남-북-러 3국으로 이어지는 경원선이 이 지역을 지나가기 때문이다.

■ 철도 연결, KR-TSR 복원

한국판 마샬플랜에서 중점적으로 투자될 분야는 철도, 항만, 도로 등 북한의 사회기반시설이 될 전망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북쪽에 가면 토지공사, 도로공사 일거리를 많이 만들어 오겠다”고 말해 북한 내 도로와 철도,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공단 개발 등을 통해 경제협력사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SOC 투자의 경우 특히 철도시설 개ㆍ보수 및 신축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도 경원선이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언이다. 경원선은 서울에서 출발해 의정부-철원-원산-함흥-청진-나진-하산(러시아)-모스크바(TSR)로 이어지는 노선으로 현재 답보상태에 있는 경의선 복구사업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다.

경원선 복원에는 남ㆍ북ㆍ러 3국이 참여해 한국은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침목과 레일을 들여오는데 필요한 비용을 대납해 연해주 개발에 활용하고, 북한은 노동력을 제공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남측이 연해주 일대에 투자하고 러시아가 개발한 에너지를 북한에 공급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밖에 경의선ㆍ동해선 도로와 철도를 본격적으로 이용하게 되면 물류비 절감, 수송시간 단축 등이 가능하게 돼 남북경협을 보다 확대ㆍ발전시켜나갈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투자도 우선순위로 꼽히고 있다.

수송 수단으로 항만은 북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종래 북한의 동서 항만을 각각 대표하는 원산항과 남포항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두 항구를 현대화하고 새로 해주항을 개발한다는 프로젝트가 거론되고 있다. .

■ 경공업 및 농업, 수산업

2차 정상회담의 목표인 ‘남북경제공동체 건설’이 성과를 거두려면 우리가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희망하고 요청하는 프로젝트여야 한다. 또한 북한이 수용 가능한 것이어야 남북 경협이 진전을 이룰 수 있다. 대표적인 분야는 경공업과 농업, 수산업 등이다.

경공업은 지난해 6월 채택한 ‘남북 경공업 및 지하자원개발협력에 관한 합의서’에 따라 남한이 경공업 원자재를 유상으로 제공하고 북한은 그 대가를 지하자원으로 상환하고 있다.

경공업 및 지하자원개발 협력은 기술협력을 통해 우리 중소기업의 활로를 개척하고 북한의 경공업 발전에도 기여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특히 중국에 진출했다가 실패한 중소기업들에게 정상회담을 통한 경협이 활성화할 경우 대북 투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농업에 대한 투자는 북한 농업의 근본적 구조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인적ㆍ물적 교류를 활성화하고 2005년부터 통일농수산사업단이 추진하고 있는 대북공동영농사업에 대한 지원이 확충될 것이 점쳐진다..

북한측 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수산 분야의 경우 2차 정상회담을 계기로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2005년 7월 남북수산협력실무협의회를 통해 공동발전을 모색하던 남북 수산업은 그동안 NLL(서해 북방한계선) 문제로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NLL문제가 해결될 경우 남북 수산업 협력수준이 몇 단계 도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우선 기술교류 등을 통해 낙후된 북한 수산업을 지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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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