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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우리시대의 신계층 '강남좌파'] 부유한 진보
의식과 물질이 따로 노는 고학력·고소득 소유자들
경제·정치·문화 등 분야에 따라 기득권의 '이중 잣대' 가질 수도
강준만 교수 '사회 양극화 방지' '실천없는 제스처'등 장단점 분석





요즘 ‘강남좌파’라는 신조어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

2005년 일부 학계와 미디어 칼럼 등에 쓰여지기 시작한 ‘강남좌파’는 범여권 386인사들의 특성을 비꼬아 부르는 말이거나 고학력ㆍ고소득자로서 진보이념을 지닌 특정 부류를 지칭하는데 머물렀지만 최근엔 신개념의 전문직 종사자, 지식인, 그리고 고유한 특성을 지닌 집단군을 징표하는 용어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특히 문화영역에서 강남좌파의 독특한 캐릭터는 유행을 낳기도 한다.

‘강남좌파’로 통용되는 신계급은 누구이며, 우리사회의 어떤 면을 보여주고 있는가. 그리고 이들의 존재가 최근 부각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여러 단층들을 살펴봤다.

올 상반기 최고 인기 드라마로 병원 내 권력투쟁을 그린 메디컬드라마 <하얀거탑>이 있다. 극중에서 주인공의 스승(병원외과과장)의 딸은 ‘대대로 의사집안’에서 태어난 그야말로 상류층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운동가로서 저소득층 가정이 겪는 의료사고에 울분을 토하고 변호사도 직접 선임해 재판을 나설 정도로 사회 불의에 맞서는 신선한 이미지를 주었다.

드라마가 방영되는 동안 그녀의 캐릭터를 빗대 ‘강남좌파’라는 말이 유행했다. 몸(출신,신분)은 강남이지만 머리(의식)는 좌파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계급적으로 상류층에 속해 고급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사람이 진보적 가치를 역설하는 게 위선이냐 아니냐는 논쟁도 뜨거웠다.

전북대 강준만 교수는 그의 저서 <한국생활문화사전>에서 강남좌파를 ‘생각은 좌파적인데 생활수준은 강남 사람에 못지 않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정의한다. 강 교수에 따르면 ‘강남좌파’의 정의에서 ‘강남’은 실제 거주 지역이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생활수준을 향유하는 계층’을 상징한다.

실제로 강남의 주거형태를 분석해 보면 52%가 세입자다. 큰 평수의 아파트가 많다는 도곡동, 대치동에서조차 고급아파트나 빌라 단지를 벗어나면 주택지역의 상당수가 전세나 월세형태다.

‘좌파’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강원택 교수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좌-우 구분은 유럽에서 볼 수 있는 계급정치의 의미를 강하게 내포하고 있으므로 한국 정치의 현실을 고려하면 적절치 못한 용어일 수 있다. 진보-보수 개념이 한국 상황을 설명하는 데 보다 적절하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강남좌파의 정의는 ‘고학력ㆍ고소득의 진보적 인물’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이러한 기준에 따르면 참여정부의 진보인사 중 적지 않은 인물이 ‘강남좌파’에 해당한다. 강금실 전 법무장관은 대표적이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판사로 활동하다 변호사로 전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부회장을 맡고 있던 중 2003년 법무부장관에 발탁됐다.

강 전 장관은 민변 활동에서는 물론이고 법무장관 때도 연공서열 파괴, 남녀평등적용, 인권 등을 강조하면서 보수적인 법조사회에 진보 바람을 불어넣으려고 힘을 쏟았다. 그녀는 법무법인 ‘지평’의 대표로 부와 명예를 얻기도 했다.

기득권층의 진보적 세력을 강남좌파라는 용어 대신 ‘신계급(new class)’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중앙대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는 “지식인이나 전문직 종사자 가운데 진보 성향을 보이는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전문 지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기존 사회 기득권 집단의 모순과 폐해를 누구보다 더 잘 인식하고 있으며 그것을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1960년대 후반 유럽에 등장한 진보세력은 노동자들이 아니라 이런 ‘신계급’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들을 단순히 ‘사이비 좌파’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 몸 따로 머리 따로

강남좌파의 이념과 인식이 모든 면에 고정적(진보)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5월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와 한겨레신문이 공동으로 진행한 <2007 국민 이념성향 조사>는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주었다.

본인의 이념성향에 대해서 상위계층의 46.6%가 자신이 진보라고 답해 중위계층(34.5%), 하위계층(29.0%)을 크게 앞질렀다. 대학재학 이상의 응답자는 41.6%가 자신이 ‘진보’라고 대답한 반면 고졸 응답자는 31.7%, 중졸이하 학력의 응답자는 20.9%만이 진보라고 대답해 학력이 높을수록 진보성향이 강함을 보여주었다. 직업별 분석에서도 같은 결과를 나타냈다.

그러나 개별 질문에 대해서는 고소득 고학력일수록 보수적으로 대답하는 경향을 보였다. ‘학부모의 경제능력이나 자녀의 학업능력에 따라 학교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질문에 상위계층의 73.9%가 ‘찬성한다’고 밝혀 중위계층(65.7%), 하위계층(68.0%)보다 보수적인 인식을 보여주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 ‘정부는 기업활동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는 질문에 대해서도 역시 소득이 많고 고학력일수록 보수 성향을 나타냈다. (표 참조)

조사결과를 정리해보면 고소득, 고학력 계층은 자신의 정치이념이 ‘진보’라고 대답하면서도 교육, 기업규제, 정규직 문제 등 자신의 이익과 관련된 개별 질문에 대해서는 ‘보수’인 이율배반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강남좌파는 몸 따로 머리 따로”라는 비판은 단순한 심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에 대해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윤종빈 교수는 “한국사회가 의식적으로 다양화되는 과정”이라고 풀이했다. 강남좌파는 정치와 경제, 사회영역을 분리해서 이념을 택한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정치, 사회적인 면에서 진보주의자가 경제분야에서만 보수적 자세를 취할 수도 있다. 이때 전체적으로 자신의 이념을 ‘진보’라고 표현한다.

특히 강남좌파의 경우 인권, 양성평등과 같은 사회 문화적인 면에서 진보입장을 취하는 특징을 보인다. 실제로 외국인 노동자 문제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상위계층의 87.3%가 ‘외국인 노동자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혀 하위계층(81.2%)에 비해 훨씬 진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윤 교수는 “개별 이슈에 따라 정치 의식이 충분히 다르게 나타날 수 있고 향후 이런 경향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강남좌파는 우리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일까. 강준만 교수는 긍정론과 부정론을 함께 제시한다. 이른바 ‘3장 3단’론이다.

긍정론으로 꼽는 것은 우선, 상류층 사람이 진보적 가치를 역설하는 게 하류 계급에 큰 힘이 된다는 점이다. 강 교수는 “상류층 사람이 점하고 있는 위치의 파워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둘째로 갈등의 양극화를 막는데 도움이 된다. 모든 상류 계급은 보수이고 모든 하층 계급은 진보라면 갈등이 살벌해지겠지만, 상층에도 진보가 있고 하층에도 보수가 있다는 건 양쪽의 충돌 예방에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상류층에 속하면서도 하층 계급을 생각하는 마음이 고맙다. 강 교수는 “그걸 위선으로 본다면 이 세상에 위선 아닌 게 뭐가 있겠나”고 역설했다.

강 교수가 제시하는 부정론 역시 3가지다. 우선 권력ㆍ 금력을 누리고 있는 마당에 더 나아가 양심과 정의의 수호자로 평가 받는 이른바 ‘상징자본’까지 갖겠다는 건 지나치다는 주장이다.

다음으로 ‘강남좌파’의 진보는 하층계급의 절박함을 모르기 때문에 진정성이 결여돼있으며 상징적인 제스처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강남좌파의 진보는 말로만 강경한 속성이 있어 실천보다는 당위의 역설로 그칠 가능성이 높고, 오히려 해낼 수 있는 실천마저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강남좌파 평가에 대해 강 교수는 “강남좌파의 평가는 계층적 속성이 아니라 각 인물별, 사안별로 구체적인 평가를 내리는 게 공정한 대응”이라고 말했다.

강남좌파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명지대 윤종빈 교수는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우선은 강남좌파의 확대다. 사회가 민주화됨에 따라 정치 의식이 다양화되고, 한국사회에서 자신의 이념을 드러내는 것이 자연스러워지기 때문이다. 이때 개별 이슈와 자신의 이익에 따라 진보주의자가 보수적 입장을 취할 수도 있다.

윤 교수는 “우리사회가 이념적으로 다양화 되고 있다는 점에서 기득권도 진보이념을 타인에게 표출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강남좌파가 특정 계층을 형성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념이 다양해지면서 이념 구분이 오히려 모호해 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정 이념그룹이 과거와 같이 집단화되어 세력을 형성하기보다는 개별적으로 활동한다는 말이다. 윤 교수는 “과거와 비교해 자신의 정치 이념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사회가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 '강남좌파' 유명인사 누가 있나

우리사회 각 분야에서 강남좌파 유명인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진보 성향의 정치인을 비롯해 문화진보주의 연예인에 이르기까지 장르가 다양하다.

● 정치



강금실 전 법무장관

경기여고와 서울대 법대를 거쳐 사법고시 23회 출신으로 판사로 활동하다 법무법인 지평의 대표를 맡았다. 2003년 장관 취임 바로 전까지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부회장을 맡았으며 부패방지 위원회 위원 등으로 참여했다. 현재 주소지는 강남구 삼성동이다.

천정배 전 법무장관

76년 서울대 법대졸업과 동시에 사법고시에 합격, 군법무관을 마친 뒤 81년부터 85년까지 김&장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이후 고 조영래 변호사와 함께 굵직굵직한 인권사건 변론을 맡았다. 88년 민변 창립을 주도했고 93년 김대중 납치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 모임에 참여해 활동했다.

● 사회 / 문화



박찬욱 감독

서강대 철학과 82학번. 민주노동당의 강남갑 지구당원인 그는 2003년 미군 장갑차 사건에 항의, 영화인을 대표해 삭발을 하기도 했으며 2004년 민노당 공개지지를 선언, 명예 홍보대사로 임명됐다.

명계남 이스트필름 대표

99년 스크린쿼터 감시운동으로 사회활동을 시작해 2002년 노사모 회장을 맡으며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대선 이후 생활정치 네트워크 ‘국민의 힘’을 결성해 인터넷 시민운동도 시작했다. 연세대 신학과 졸업.

문소리 영화배우

성균관대 교육학과 졸업. 대학시절 각종 집회와 시위에 앞장서고 광주문제를 다룬 연극 ‘노랑 꽃’ 등 진보성향의 작품에 출연했다. 현 민노당 당원.

● 학계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장

참여연대에서 삼성전자 SK텔레콤 등을 상대로 소액주주운동을 주도했다. 현재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일명 장하성 펀드)의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한국전력 사장을 지낸 장영식 씨와 장재식 국회의원이 작은 아버지다. 여동생은 장하진 여성가족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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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7/11/07 11:22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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