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좌파의 하루- 민노당 강남구위원회 당원 동행 취재기시민단체 찾아 환경·교육 등 정책토론 벌이며 분주한 시간"강남은 한때 야당 정치 1번지… 주택가격 급등후보수화 진행"

‘강남좌파’가 지닌 다의적 의미에서 보면, 서울 강남에서 활동하는 진보정당 당원은 강남좌파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민주노동당 강남위원회 당원들이 대표적이다. 민노당 강남 당원들의 하루를 동행 취재, 그들의 활동반경과 관심사를 알아봤다.

민주노동당 강남 당원은 대략 600여 명. 민노당 전체 당원이 8만 명, 서울지역이 1만5,000 명이란 점을 감안할 때 강남위원회의 당원 수는 평균보다 많은 편이다. 이 중 당원활동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은 총 4 명. 신언직 씨와 김현우 위원장, 이재후 사무차장과 김민하 사무차장이 주인공이다.

아침 9시면 회의로 하루 일정을 시작한다. 어제(10월 30일)는 11월과 12월 강남위원회 일정을 만들었고, 오늘은 이 일정을 확인하는 것으로 회의를 마쳤다.

오전 10시. 김현우 위원장은 “강남위원회의 경우 30대가 절반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강남구는 대학을 끼고 있지 않아 학생 당원이 많지 않다. 대신 30, 40대 직장 당원이 50% 이상을 차지하는데 이들은 대체로 민주노총 조합원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신언직 씨는 “강남지역 민주노총 조합의 경우 대체로 공공기관, 사무, 금융업이 많다.

조합 소속 노동자의 평균 소득은 노동자 평균 임금의 2배가 넘는다”고 밝혔다. 강남에서 20여 년 산 그가 체감적으로 추산하는 강남 사람들의 평균소득은 맞벌이 부부의 경우 600만~700만 원, 남편이 혼자 직장에 다닐 경우 400만~500만 원 가량이라고 귀띔했다.

민주노동당 강남구위원회 모습.

김현우 위원장은 강남이 한때 ‘정치 일번지’, ‘야당지역’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1980년대 이중재 의원, 홍사덕 의원, 김덕룡 의원 등이 무소속이나 야당으로 정치무대에 섰으나, 3당 통합 등을 통해 보수세력에 포함되면서 중장년층 진보세력이 보수 쪽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택 가격이 급등하며 새로 입주한 신흥 부촌을 중심으로 보수화가 진행됐다고 한다.

아직 ‘진보’ 이념을 지키는 강남좌파의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더 좌파적 성향이 강하다. 일례로 지난 대선후보 경선에서 강남지역 개표 결과를 보면, 심상정 후보 지지가 75%에 달해 NL(Nation’s Liberty : 민족해방주의)보다 PD(People’s Democracy : 민중민주주의)가 강세를 띠었다.

강남좌파가 일반 진보주의자보다 훨씬 ‘강경’ 성향을 보인다는 말이다. 이 같은 성향에 대해 김현우 위원장은 “연령이 젊고 고학력, 고소득 층이라는 점과 유관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인터뷰를 끝내고 강남서초 환경연합 사무실로 출발했다. 내년 총선을 대비해 강남지역 ‘민심’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환경연합 사무실로 이동하는 동안 생활자금은 어떻게 마련하는지 물어보았다.

신언직 씨는 보좌관 활동을 하는 동안 연봉 6,200만 원을 받았으나 이는 전액 당비로 납부하고 중앙당에서 월급(180여만원)을 받아 썼다고 말했다. 그는 “정당활동을 하는 경우 배우자가 경제활동을 하지 않으면 생활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의 아내는 미술공부방을 운영한다.

낮 12시, 강남서초 환경연합에 도착해 강남지역 환경운동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신언직 씨는 “내년 총선출마를 목표로 두고 있다. 강남지역 사회운동단체들의 소리를 듣기 위해서 왔다”고 인사했다.

신언직 씨가 내세우는 강남 정책은 크게 교육, 주택, 환경문제다. 이 중 환경문제에 관해 시민단체와 정책 이슈를 상의하고자 김영란 사무국장을 찾은 것이다.

민주노동당 강남구위원회 대의원 대회에 참석한 신언직(오른쪽) 씨.

민노당 3인방은 김 사무국장과 강남지역 환경문제에 관해 한참 동안 얘기를 나누었다.

오후 1시. 점심을 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식사 자리에서는 ‘교육’이 이슈로 떠올랐다. 김 사무국장과 신언직 씨는 비슷한 또래의 자녀를 두고 있어서인지 할 말이 많았다. 신언직 씨는 중학생 첫째 아이는 분당의 대안학교를 보내고 있다.

1년에 800만 원 가량의 등록금이 부담스럽지만, 강남의 일반 중학교를 보내는 것의 절반밖에 비용이 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를 다녔을 때는 한 달에 학원비가 90만원 정도 들었다. 신 씨는 “성적을 올리기보다 친구를 만들어 주기 위해”라고 대답했다.

식사를 마치고 곧바로 자리를 옮긴다. 동대문운동장 철거문제와 관련해 시민단체인 문화연대와 토론회를 갖기 위해서다. 토론회 시간은 오후 3시. 김현우 위원장은 “청계천 복원공사 때문에 동대문운동장으로 이주한 상인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며 서둘러 토론회장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오후 내내 신언직 씨는 강남위원회 새 사무실 장소를 보러 다녔다. 신 씨는 “내년 총선을 준비하기에는 지금 사무실이 너무 좁아 넓은 사무실을 물색 중 ”이라고 말했다.

이재후 사무차장은 “지금은 경선이 끝난 후이고, 아직 대선관련 계획이 지구당별로 구체적으로 정해진 상황이 아니어서 현재 스케줄은 이 정도”라며 “내일(11월1일 민주노총 남동지구 협의회 회의 예정) 취재 왔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남동지구 협의회는 민주노총 산하 강남, 송파, 서초, 강동 지역 민주노총 조합원 대표자 회의다. 안건은 대선 및 총선관련 활동 계획. 몇 주 전부터 이들 지역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정치성향 인식조사도 실시 중이다.

대선 선거운동 계획과 함께 설문조사 중간 점검이 있을 예정이다. 김현우 위원장은 “우리 지역의 노조 조합원은 강남 중산층의 대표적인 사람이다. 이념 조사는 우리도 처음인데, 총선 준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신언직 전 단병호 의원 보좌관 (45)

당내 대선주자 경선에서 심상정 의원의 특별보좌단장으로 활동했다. 내년 총선에서 강남구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경희대 전자공학과 82학번으로 대학시절 운동권 경력으로 제적된 후 경희대 사이버대학 NGO학과로 편입, 올해 2월 졸업했다. 25년간 개포동에 거주.

■ 김현우 위원장 (37)

서울대 사회학과 90학번으로 학교를 졸업하고 97년 국민승리 21에서 선거운동을 했다. 민주노동당 창당 발기인 활동한 것이 인연이 되어 민주노동당 강남위원회를 담당하게 됐다. 7살 때부터 강남에서 살아온 강남 토박이이다.

■ 이재후 사무차장 (39)

대학 졸업 후 사회운동, 출판과 환경 운동 계통에서 일을 해왔다.

■ 김민하 사무차장 (25)

대학시절 혼자 사회운동 공부를 하고 덤프트럭 연대에서 일해왔다. 얼마 전부터 민주노동당 강남위원회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취재 당일 개인적인 일 때문에 위원회 사무실에 나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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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