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반 고흐 인터넷 동호회 '빈센트…' '우리 미술관 갈까' 이가연·최연욱회장

반 고흐의 한국 전시회를 앞두고 가장 신이 난 사람은 아무래도 반 고흐의 팬들이 아닐까.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답게 반 고흐의 인터넷 동호회는 어림잡아 10여개가 넘는다.

이 중 회원 수 2000명, 3600명을 확보하고 있는 ‘빈센트, 빈센트 반 고흐(싸이월드)’와 ‘우리 미술관 갈까?(다음)’는 회원 규모와 운영 기간에서 단연 국내 최대를 자랑한다. 인터넷 카페의 회장 이가연, 최연욱씨를 주간한국 회의실에 만났다.

- 각자 개성이 다른 두 카페다. 소개부터 하자.

이가연 “반 고흐 그림을 좋아해 디지털 사진을 하나씩 모아서 보다가, 아무래도 인터넷 카페가 보기 편해서 반 고흐 카페를 만들었다. 2001년 그림 감상 위주로 카테고리를 짜고 동호회 신청자를 받았다.

7년에 걸쳐서 회원수가 1,800명을 넘었다. 반 고흐에 관한 작품은 이제 한 두점을 빼고 전부 모았다.

가입하면 그 그림들을 모두 감상할 수 있게 꾸며 놓았다. 개인적인 친목도모는 지양한다. 회원들도 나와 성향이 비슷해서 그림에는 댓글은 달아도, 게시판에 신상을 밝히지는 않는다. 가끔 이메일을 주고받는 지인들이 있지만, 7년간 한 번도 만나본 적은 없다.”

최연욱 “‘우리미술관갈까?’는 오프라인 중심이다. ‘빈센트 반 고흐 카페’와 마찬가지로 운영기간은 7년이다. 매월 둘째주 토요일 오후에 만나 미술관 투어와 저녁식사를 한다.

20여명이 고정적으로 모이고 많이 모일 때는 40~50명가량 모인다. 회장이 아닌 개인이 주최해 ‘번개’도 많이 한다. 이전 <모네 전><샤갈 전> 등 대형 블록버스터 전시회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모일 것 같아 번개로 갔다.”

- 한국인들이 왜 고흐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나?

이가연 “쉽게 말하자면 ‘자꾸 신경이 쓰인다’. 이전에 유럽여행을 간 적이 있다. 그때 반 고흐 그림 이외에 샤갈이나 달리 등 다른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다가 다시 반 고흐로 취향이 변하는 경험을 했다.

이런 경험은 이 후에도 여러 번 있었다. 그래서 요즘은 반 고흐에 바탕을 두고 다른 그림을 감상하는 편이다.”

최연욱 “우리 카페는 ‘반 고흐만을 위한 카페’는 아니다. 그래도 그림 취향을 조사를 해보면 회원 3,600명 중 반 고흐를 좋아하는 사람이 1,000명 이상으로 부동의 1위다. 전체의 1/3을 차지한다.

아무래도 어릴 적부터 학교에서 편하게 접한 그림이라 그런 것 같다.

사람들이 미술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편하고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작품이 반 고흐다. 개인적으로는 뉴욕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미술을 감상할 때 색채를 많이 보는데 이때 일본미술과 인상파 미술이 눈에 띄더라.”

- 두 분 모두 반 고흐의 실제 작품을 접한 적이 있다. 실제 작품을 보니, 미술 도록이나 책과 느낌이 다르던가?

최연욱 “당연히 다르다. 반 고흐 작품을 실제로 본 게 19살때다. 처음에는 좀 실망했다.

너무 작아서. ‘뭐 이래’하고 넘어갔는데, 요즘은 다르게 다가온다. 반 고흐의 붓 터치는 다른 작가와 달라서 물감을 섞어서 캔버스 위에 찍고 다시 덧입혀서 표현한다. 그래서 질감이 뛰어나다.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그림 사이즈’다.

일반적으로 화가는 자기가 직접 캔버스를 짜는데 반해 반 고흐는 동생 테오가 보내준 캔버스를 썼다. 테오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캔버스를 사다 주었다.

때문에 반 고흐 그림을 미술관 가서 보면 전부 규격 사이즈다. 여기는100호가 잔뜩 있고, 저기는 80호가 잔뜩 있다. 다른 작가의 작품에서 볼 수 없는 재미다.

이가연 “반 고흐 작품 처음 봤을 때, 너무 놀랐다. 교과서로 보면 콘트라스트가 강하고, 색체가 강하다. 그래서 학창시절 나는 반 고흐가 강렬한 그림만 그린 사람인줄 알았다.

직접 보니까 부드럽고 단아했다. 유럽여행 갔다 와서 우리나라 미술교과서 다 다시 찍어야 된다고 말했다. 영화도 비디오로 보는 거랑 극장가서 보는 게 다르지 않나. 미술관에서 직접 작품을 보는 건 그런 차이가 있다고 본다.”

- 한국 전시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반 고흐 전, 소식은 언제 들었나?

이가연 “<모네 전> 하기 전부터 알았다. 카페 회원들끼리 모임을 한 적이 없는데 이번 전시회를 두고 ‘그래도 <반 고흐 카페>인데 이제는 한번 모여서 가죠’하는 분위기다.

이번에 모임을 하면 7년만에 처음 얼굴 보는 거다. 회원 수가 많아 3번에 걸쳐서 갈까, 생각중이다. 나는 3번 모두 참가한다. 비행기 타고 가서 보는 것 보다 훨씬 싸니까.(웃음)”

최연욱 “5,6월에 얘기는 들었다. <샤갈 전>과 <모네 전>은 인원이 너무 많을 것 같아 번개로 분산시켜 갔다. 그렇지만 이번 반 고흐 전시회는 정기모임으로 가서 이전 정모 회원숫자를 깰 계획이다. 12월에 간다. 12월 둘째 주 토요일에 사람이 많을 테니 그날 관람은 자제해 주길 바란다.(웃음)

- 이번 전시회에 바라는 점은 있나?

이가연 “10년 전에 비해 대규모 전시회가 많은 게 사실이다. 한편으로 기쁘면서도 한편으로 아쉽다. 너무 무분별하게 관람객을 유치하다보니까 작품 앞에서 사색을 즐기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특히 아이들이 붐비는 주말의 경우 작품 감상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고 티켓 가격이 너무 비싸다. 사람도 많이 오고, 협찬도 많아지는데 티켓 가격은 올라간다.”

최연욱 “티켓 가격이 비싸다는 데는 동의한다. 오르세 미술관도 티켓 가격은 10유로 정도다. 어차피 가격을 올리면 협찬도 많이 받아서 제대로 된 유명한 작품을 전시했으면 좋겠다.”

이가연 “이제 막 미술에 관심이 올라갔을 때 그런 부분에 신경 쓴다면 대중화에 성공할 듯하다. 방향키를 잘 잡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최연욱 “반 고흐같은 블록버스터 전시회면 사람이 많더라도 ‘버티면서 보는’ 작품이 많이 걸렸으면 좋겠다. 상업적으로 얼마나 성공할지 모르겠지만, 좋은 전시회 가져와서 한국인들이 외국 안 가고서도 문화생활을 충분히 즐기면 좋은 거 아닐까. 이 점에서 협찬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좋은 전시회 기대하겠다.”

● 이가연·최연욱씨는?

*** 이가연 씨는 현재 게임업체 디자이너로 컴퓨터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다. 인터뷰 전 “나는 ‘일반인’이라고 말할 게 없다”고 했지만, 월차를 내고 미술관 투어를 다닐 만큼 열혈 미술 팬, 그 중에서도 반 고흐 팬이다.

*** 최연욱 씨는 미국에서 미술사와 서양화를 전공한 미술학도. 대학졸업 후 디자인 기획 회사에 다니다가 얼마 전 미술관 투어를 테마로 하는 여행사를 차렸다. 인터뷰가 끝나고 기자에게 반 고흐가 자살한 “오베르 밀밭 근처 그의 무덤가에서 가져왔다”며 말린 낙엽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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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