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중한 업무에 허드렛일까지… 과로사·자살 사건도 발생전공의들 혹독한 노동강도… 주당 평균 100~120시간 근무

지난해 외국계 회사의 인턴사원이 입사한 지 17일만에 사망했다.

정확한 사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당시 인턴사원의 아버지는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아들이 입사 후 극심한 스트레스와 격무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전문직이 되기 위해 거치는 ‘수련과정’이라는 통과의례는 혹독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포항공대 4학년에 재학 중인 이유진 씨는 지난해 6개월 동안 유명 컨설팅회사의 인턴사원으로 일했다. 졸업 후 경영컨설턴트가 되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인턴기간 내내 정식직원 이상으로 높은 업무강도를 견뎌내야 했다.

경험이 없어 일이 서툰데다 인턴과정을 마친 후 추천서를 받기로 돼 있었기 때문에 이 씨가 느끼는 업무스트레스는 심각했다.

중앙대 광고홍보학과를 졸업한 김 모 씨는 재학시절 국내 굴지의 광고대행사에서 1년간 인턴으로 일한 적이 있다. 직원들과 똑같이 일하고 온갖 심부름을 도맡아 하면서 거의 매일 야근까지 했다.

인턴근무 평가에 따라 정식 사원으로 채용한다는 회사의 지침 때문에 피말리는 긴장 속에서 일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당시 너무 힘든 나머지 입 안이 전부 헐기 일쑤였고, 나중엔 지문까지 없어지는 웃지 못할 일도 생겼다.

전문의가 되기 위해 거치는 전공의 과정은 업무강도와 스트레스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전공의는 주당 평균 100~120시간을 근무한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변형규 회장은 “실제 전공의가 일하는 시간은 이보다 훨씬 길다”고 했다.

정해진 근무시간 외에도 개인적으로 쉴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주어지지 않으며, 특히, 응급실에서 근무할 경우 24시간을 근무한다는 게 그의 설명. 책상이나 검체 나르기 등 전공의 교육과 상관 없는 각종 병원 허드렛일도 전공의의 몫이다.

잠은 틈 날 때 잠깐 눈을 부치는 게 전부며, 외출조차 자유롭게 할 수 없다. 이들은 특히 환자와 최전선에서 접촉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선배나 교수로부터 욕설을 듣거나 폭행 당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견디지 못해 쓰러지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도 종종 발생한다.

선망의 직업인 전문직에 종사하기 위해 인턴과정에서 전문직 버금가는 강도 높은 업무와 스트레스를 견뎌야 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사진은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한 전공의가 피곤에 지쳐 쓰러진 채 잠든 모습. 전공의들은 주당 120시간 이상 근무하는 등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인턴 생들은 과로와 스트레스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거나 문제제기를 하기 어려운 처지다.

전문직 종사자로 입문하기 위한 통과의례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들 대부분은 비정규직 형태로 일하기 때문에 직무상 재해를 당해도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인턴들은 한마디로 안전사각지대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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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