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탄생 후 경기단체 수장들 대폭 물갈이 예고노무현 정권서 탄생된 정치인 출신 10여명 단체장들 향후 거취관심재벌 총수 거의 없는 상황서 조양호 한진회장 올림픽 지원 발언 눈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요트 스포츠 발전에 헌신!’,

‘국내 양대 인기 프로 스포츠인 축구와 야구단체에 새 리더 등장’

‘정치인 출신 스포츠 단체장들의 대거 퇴진?’…

새 정권 출범을 앞두고 점쳐지는 스포츠계의 대표적인 변화상들이다.

이명박 후보의 당선으로 새 정권이 들어서게 되면서 한국 스포츠계 지형도에도 지각 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비록 스포츠가 정치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분야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정치적 환경’에서 마냥 자유로운 것만도 아니어서 적잖은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차기 정권이 향후 스포츠 정책을 어떤 방향으로 펼쳐 나갈 것이냐는 점 또한 이와 밀접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정권 교체가 이뤄짐에 따라 앞으로 국내 스포츠계에 ‘새판 짜기’가 최대 이슈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현재 체육계에 참여 정부와 궤를 같이하는 국회의원, 정치인 등 관련 인사가 적잖이 포진하고 있어서다. 정계는 물론 경제 분야에서도 스포츠 발전을 위해 어떤 기업이나 재계 인사가 새롭게 나타날지 또한 커다란 관심사다.

이와 관련 재계에서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주목하고 있다. 새로운 정치환경과 사회적 분위기, 특히 2008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조 회장이 어떤 형태로든 국내 스포츠 발전을 위해 적극 나설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 회장이 어느 종목에서, 어떤 형식으로 기여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파악되고 있진 않지만 일단 재벌 총수가 새롭게 아마추어 스포츠 발전에 커다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한진그룹이 항공을 비롯한 운송, 해운, 물류 등의 분야를 주력업종으로 삼는 만큼 이미지가 ‘비슷한’ 성격의 종목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하게 예상되는 종목은 요트 같은 해양 스포츠이다.

요트나 조정, 카누 등 해양 스포츠는 국내에서는 아직 역사가 일천하고 인지도도 낮은 편지만 해외에서는 최고 인기 스포츠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이들 종목은 서유럽 미국 호주 등 구미에서는 대중의 관심을 끄는 국제 대회나 이벤트가 수시로 열리고 있는 상황.

조 회장도 얼마 전 가까운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베이징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국내 스포츠 발전과 국위 선양을 위해 뛰어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양호 회장의 한진그룹은 현재 프로 배구팀과 탁구 등 2개 종목 팀만을 보유하고 있다.

조 회장의 이런 생각은 새 정권 출범을 앞두고 재계 총수가 스포츠에 관심을 표명하고 적극 지원에 나서겠다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 10여년 간 체육계에서 재벌 총수가 직접 특정 스포츠 지원에 나선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재벌 및 기업인들이 오랫동안 ‘체육계를 떠나있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오히려 더 정확하다고 할 정도.

아직까지 조양호 회장이나 한진그룹이 체육회나 경기단체에 공식 의사표명을 한 단계는 아닌 것으로 알려진다. 그럼에도 조 회장과 한진그룹이 또 하나의 스포츠 종목 육성에 뛰어들지도 모른다는 소식은 벌써부터 체육인 등 관계자들을 들뜨게 하고 있다. 풍부한 자금력과 세계적 네트워크, 우수한 인적 자원을 가진 그룹이 지원에 나서게 되면 국내 스포츠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지난 10여 년 간 국내 스포츠계에서 기업인 및 경제인들이 ‘움츠러들었다’고 한다면 반대로 정치인들은 ‘나래를 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흔히 ‘진보 정권’이라고 칭하는 지난 10년 동안 체육계에서 일어난 가장 두드러진 변화를 꼽는다면 정치인 출신 경기 단체장들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 때문이다.

이는 전두환부터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 정부 당시 체육 단체장 자리들이 대부분 기업인 및 경제인들로 채워졌다는 점과도 크게 대비된다. 때문에 대통령이 바뀌고 내년 총선까지 예정된 현재 시점에서 정치인 출신 체육 단체장들은 자신들의 거취와 관련해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현재 정치인 출신 및 현역 국회의원 신분으로 체육 단체의 수장을 맡고 있는 인사는 대한체육회 가맹 단체에서만 7명. 김정길 태권도협회장을 비롯, 대한배구협회 장영달, 대한농구협회 이종걸, 대한핸드볼협회 조일현, 대한택견협회 정장선, 대한사이클연맹 임인배, 대한축구협회 정몽준 회장 등이다. 김정길 회장이 대한체육회장까지 겸임하고 있고 이유병 대한당구연맹 회장이 경기도의회 의원인 것을 감안하면 대략 모두 9자리로 늘어난다.

여기에 프로종목까지 치면 숫자가 더 늘어난다. 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 총재와 김혁규 한국배구연맹 회장, 김원길 한국여자농구연맹 회장, 김영수 한국농구연맹 회장 등도 정치인 출신 체육단체장이란 점에서는 모두 마찬가지. 때문에 대한체육회 밖의 프로연맹까지 치면 정치인 출신들이 프로와 아마를 통틀어 10여 단체를 ‘접수’한 상황이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이들 중 상당수는 어쨌든 참여정부와 궤를 함께 했다는 점에서 자신의 거취에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국회 부의장 출신인 신상우 총재나 행정자치부 장관을 역임한 전 국회의원인 김정길 대한체육회장 경우는 노무현 대통령과 정치적 동반자였다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나머지 체육단체 대부분도 노무현 정권의 출범과 함께 노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현역 의원이나 정치인들이 수장 자리를 차지했다는 측면도 없진 않다. 때문에 현역 국회의원직 타이틀을 갖고 있는 체육단체장들은 총선을 불과 4개월여 밖에 남겨 두지 않을 상황에서 특히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된 것은 차치하고 차기 총선에서 자신의 거취가 좌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공식적인 임기는 모두 2009년 1월까지다. 현재 임기로는 베이징 올림픽을 치르고 2월이 돼서야 신임 수장에게 자리를 넘겨주도록 돼 있다.

하지만 임기가 보장돼 있음에도 이들 중 일부는 새 정부 출범 후 거취를 두고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새나온다. 체육계가 정치 논리의 우선 순위에서 앞서는 분야는 비록 아니지만 궁극적으로 정치 바람에서 결코 자유롭기는 힘들다는 예상에서다.

한국야구위원회 신상우 총재의 경우 최근 현대 야구단을 KT에 매각하는데 성공했지만 그간 ‘농협에 매각 추진’ 등 몇 차례 있었던 ‘말 실수’, 헐값에 현대 구단을 팔아버렸다는 점 등으로 인해 야구계 일부에서 반발을 사고 있다.

또 인화력을 바탕으로 별 잡음없이 체육계를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듣는 김정길 대한체육회장의 경우 동생들의 바다이야기 사건 연루 및 부동산투기 혐의, 대한배구협회 장영달 회장은 집행이사들의 집단 사퇴 등 집안 내홍을 겪었다는 점 등이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대선에 따른 직접적인 정치 바람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정몽준 회장이 내년까지만 축구협회장직을 수행하고 물러나겠다고 발표한 것 또한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정 회장은 이미 3년 전 취임 초기 때 이번 임기까지만 회장직을 수락한 바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대통령 취임 후 어떤 스포츠 정책을 펴나갈지도 관심사다. 그간 경선이나 대선에서 스포츠와 관련해 이슈가 될만한 공약은 눈에 띄지 않았지만 이 당선자도 체육과 적잖은 인연을 맺어왔다.

현대건설 사장 시절인 1981년 대한수영연맹 회장에 취임해 1992년까지 11년간 한국 수영계를 이끈 이 당선자는 아시아수영연맹, 국제수영연맹 집행위원, 대한체육회 이사 겸 대한올림픽 위원회 상임위원 등 체육계에서 각종 요직도 거쳤다. 이 사실만을 놓고 차기 정권에서 수영 등 체육 우대를 기대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없지 않다.

이명박 당선자가 서울시장 시절 배구나 여자축구 등 서울시청팀이 해체된 전력이 있어서다. 이명박 당선자는 테니스를 생활스포츠로 매우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의 이런 선호도가 얼마만큼 정책으로 투영될지도 관심사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