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일부 충청권 빼고 싹쓸이 가능성… 과반수는 물론 개헌선 확보 예측까지대선참패 통합신당 '대여 견제론'에 기대걸지만 '희망사항'으로 끝날 듯

여의도 정치권 기류는 대선의 여풍(餘風)이 어른거릴 뿐 이미 총선 모드로 바뀌었다. 이러한 흐름은 이명박정부의 밑그림을 그리는 대통령직 인수위도 가로지르고 있다.

4월 총선이 새 정부의 국정 기반을 좌우할 뿐 아니라 인수위 총선 지망자들의 최대 관심사인 까닭이다. 한마디로 12월 대선풍이 채 가시기도 전에 4월 총선풍이 성큼 다가선 양상이다.

이번 18대 총선은 신 정부 출범 한 달 만에 치러지는데다 17대 대선결과가 역대 대선과 판이하게 달라 이명박정부의 순항 여부와 여야의 정국지형에 직접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때 이르게 부는 총선 바람을 마주하는 정치권의 표정은 각양각색이다. 대선에서 530만 표 차의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한나라당은 ‘공천=당선’이라는 기대로 낙관론이 무성하다. 호남과 일부 충청권을 제외하고 싹쓸이도 가능해 전체 의석의 과반은 물론 잘하면 개헌선을 웃돌 수도 있다고 본다.

반면 제1 야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은 수도권에서 전패할 수도 있다는 불안 속에 호남당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국민의 대여 견제 의식의 발동 여부에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지만 희망사항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위기다.

대선에서 3위를 한 이회창 후보 진영은 전열을 가다듬으며 4월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비록 기대에 못 미친 득표를 했으나 충청권과 영남에서 가능성이 보인 만큼 총선에서 선전하면 제2당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기대가 적지 않다.

문국현 후보가 뛴 창조한국당은 이번 총선이 존립여부를 가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때문에 문국현 후보가 직접 총선에 나서고 참신한 인물들을 영입해 정면돌파한다는 입장이지만 인물난과 자금난이 심각하다.

민주노동당은 권영길 후보가 3%대 득표라는 최악의 결과에 문성현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총사퇴한데다 당내 노선 대립이 격화되면서 총선 전망이 불투명하다.

민주당은 수도권은 물론, 기반인 호남마저 민주신당에 붕괴돼 당 간판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의문스럽다. 전· 현직 의원 등으로 구성된 ‘신민주포럼’이 박상천 대표의 퇴진과 당 쇄신을 요구하고 있으나 설령 관철되더라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17대 대선결과가 함의하는 정치구조와 민심, 그리고 정치전문가들의 분석은 각 당의 표정과 대체로 일치한다.

이번 대선에서 이명박 당선인은 전국 16개 시·도와 234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광주와 전남북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를 큰 표 차로 이겼다.

호남 이외의 지역에서 정 후보에게 진 곳은 충북 보은군이 유일(97표 차이)했다. 이 당선인은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대전, 울산 등 6개 광역시와 경기, 강원, 경북, 경남, 제주 등 5개 도의 시·군·구에서 1등을 휩쓸었다.

이명박ㆍ정동영ㆍ이회창 후보가 그나마 격전을 벌인 곳은 충남과 대전이다. 충남에서 이명박·정동영·이회창의 득표율은 각각 34.3%, 21.1%, 33.2%였다. 이회창 후보는 16개 시·군 중 3곳에서 1위를 했다.

대전에서는 세 후보 각각 36.3%, 23.6%, 28.9%의 득표율을 보였다. 여론분석 전문가들은 유권자의 추이를 볼 때 4월 총선에서도 대선 양상이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회창 신당 충청서 선전 기대… 민주·민노·창조한국당은 위기감 팽배
야권통합·李-朴의 분열은 두가지 돌발 변수

최근 중앙일보-SBS와 여론조사기관 EAI-한국리서치가 대선 판세를 토대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의석이 개헌 가능선에 육박하는 185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전문가들 역시 18대 총선이 한나라당 압승으로 끝날 것으로 전망한다. 우선 18대 총선이 대선 후 불과 4개월 만에 실시돼 대선과 거의 동일한 구도로 치러진다고 내다봤다. 즉 유권자 지형이 정치에서 삶의 문제로 이동하면서 경제적 능력이 중시되고 ‘민주 대 반민주’(또는 개혁 대 반개혁)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이번 대선에서 개혁·진보 세력의 상당수가 이명박 후보를 선택했으며 정동영 후보가 자신들을 대표하느냐에 의문을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정 후보가 26%의 득표를 한 것은 호남표가 결집한 결과이지 개혁·진보 세력의 지지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홍 소장은 “신당이 철저한 자기성찰로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야 돌아선 민심이 관심을 가질텐데 지금과 같은 행태로는 희망이 없다”고 단정지었다. 홍 소장은 오히려 이회창 후보가 보수의 정체성이 분명하고 충청이라는 지역적 기반도 있어 총선에서 나름대로 선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창조한국당은 문국현 후보의 정체성이 불분명하고 지역적 기반도 없어 소수의 비례대표 의석을 얻는 것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민주당은 정동영 후보의 득표가 30%에 못 미쳐 호남에서 한가닥 희망을 기대할 처지라고 봤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이번 대선은 1, 2위 표차가 워낙 컸기 때문에 야당들의 뼈를 깎는 쇄신과 통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자칫 1955년 일본 자민당처럼 야당을 다 합쳐도 여당을 이길 수 없는 ‘1.5 정당’체제가 출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18대 총선의 두 가지 변수로 야권이 하나로 통합하느냐 하는 것과 한나라당 이명박 진영과 박근혜 진영의 분열 여부를 꼽았다. 그는 현재 야권의 모습으로는 통합이 어렵고, 한나라당은 이·박 진영이 결국 손을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전 대표측 입장에서 지지기반이 겹치는 이회창 후보의 세확산을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에서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연구실장은 “이번 총선은 ‘여대야소냐, 여소야대냐’가 아니라 야당들이 개헌저지선을 확보하느냐가 주요 관심 포인트”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총 299석 중 200석 이상을 확보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 실장은 야당이 기대하는 거대여당 ‘견제론’에 대해서도 “국민의 견제는 그러한 민심을 수렴할 구심점, 주체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분열된 야당에게 그것을 기대하기는 무리”라고 말했다.

홍형식 소장과 김형준 교수도 현재 민심의 추이는 거대여당 ‘견제론’보다 이명박정부가 경제를 포함한 국정운영을 펴나가는데 힘을 실어주자는 ‘안정론’이 설득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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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