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불확실성 높아져 기대수익률 낮추고 보수적인 접근을미국 경기는 하반기 회복 기대… 중국·인도 여전히 매력적중동·아세안·아프리카로 투자 다각화… 섹터펀드에도 관심을

정용훈 HSBC 개인금융부 상무
지난해 뜨거웠던 펀드 열풍의 한 축은 해외펀드의 몫이었다. 국내 주식시장의 거침없는 상승세 못지않게 중국, 인도 등 주요 신흥시장의 주가 역시 하늘을 찔러 해외펀드로의 자금유입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무자년 새해에도 해외펀드는 지난해와 같은 달콤한 수익을 가져올 수 있을까. 사실 현 시점에서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여파가 글로벌 증시에 뿌려놓은 안개가 너무 자욱해 명쾌한 전망을 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국내 증시 전망이 썩 밝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펀드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임에 분명하다. 게다가 안개가 걷히면 햇볕이 더욱 쨍쨍할 수도 있다. 자산관리 전문가인 HSBC은행 개인금융부 정용훈 상무로부터 올 해외펀드 투자에 대한 조언을 들어봤다.

-올해는 정초부터 상당수 펀드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내는 등 펀드시장 여건이 좋지 않다. 투자자들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운데.

“지난해 국내 펀드시장은 투자방식의 패러다임 전환에 따라 양적으로 획기적인 성장을 했지만, 소위 ‘몰빵’ 투자나 추종 투자 등 성숙하지 못한 투자행태도 많았다. 그런 점에서 올해는 시장이 좋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원칙을 지키는 성숙된 투자문화가 자리잡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올해 시장은 정말 예측하기 어려운 탓에 어느 해보다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분산투자의 원칙을 지키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시장상황이 급변할 때는 무작정 환매하기보다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적절한 대응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지난해 30~40% 수익률을 올렸다고 과욕을 부려서는 안 된다. 전체적인 시장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기대수익률은 15~20% 정도로 잡고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15%라고 해도 은행금리의 2배 이상이니 결코 나쁜 수익이 아니다.”

-지난해 중국과 인도펀드가 매우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올해 이들 지역 전망은.

“중국 증시의 주가가 너무 많이 올랐고, 베이징올림픽이 끝나면 버블이 꺼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중국은 올해도 10%의 높은 경제성장률이 예상되는 데다 상장된 중국기업의 순익증가율 역시 30% 정도 될 것이다. 수출 중심의 시장이 소비 중심의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고, 위안화 절상으로 환차익을 노린 자본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 등도 증시 유동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소다. 인도 역시 경제성장률이 9% 정도로 전망되고 또한 루피화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아진 것이 다소 부담이지만 전반적 상승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세계경제 전체가 하향 국면으로 간다면 두 나라 역시 버티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나친 낙관주의는 경계해야 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여파로 미국 경기침체가 점쳐지는데 글로벌 증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미국은 아직 세계경제의 중심축이다. 때문에 서브프라임 사태는 단순히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경제에 중대 변수가 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경기침체로 빠져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미국 정부와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인하 등 강력한 정책수단을 통해 경기하락을 막고 연착륙을 유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사태를 촉발한 대출금 연체도 대부분 2005년과 2006년 이뤄진 대출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연체율은 곧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본다. 이런 이유로 미국 경기는 하반기쯤 턴어라운드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상반기까지는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머징 마켓(신흥시장)을 중심으로 미국 경기와 따로 가는 ‘디커플링’(de-coupling)이 강해지는 추세도 주목해야 한다. 거대 이머징 마켓은 경제의 기초체력이 상당히 튼튼해져 서브프라임 변수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것으로 보인다.”

-해외펀드의 투자지역이 선진국, 브릭스 국가 외에도 동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지로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에게 권유할 만한 새로운 관심지역이 있다면.

“신흥시장이 지구촌 곳곳에서 생겨나면서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다양한 지역펀드를 우후죽순 내놓고 있다. 아직 ‘유망 지역’으로 꼽기는 부담스럽지만 ‘특색 있는 지역’으로는 중동,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아프리카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이들 지역은 주식시장이 아직 성숙돼 있지 않은 등 투자여건이 만족스럽지는 않다. 투자는 결국 정보 싸움이다. 국내 증시도 잘 파악하기 어려운데 하물며 해외 시장은 말할 것도 없지 않나. 설령 올해 200% 수익이 났더라도 그 다음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곳이 새로 뜨는 시장이다. 정보가 충분치 않다면 새로 부상하는 지역에는 투자를 하더라도 조심해야 한다.”

-지역펀드 외에 최근 섹터펀드에 대한 관심도 많이 커졌다. 올해 투자대상으로 주목할 만한 섹터펀드가 있는가.

“섹터펀드는 지난해 각광을 받았지만 사실 큰 재미를 보지는 못 했다. 그러나 원자재와 인프라 펀드, 이 두 가지는 관심 깊게 볼 필요가 있다. 이유는 단순명료하다. 신흥시장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원자재와 사회간접자본 수요도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섹터펀드는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면 위험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글로벌 증시 전망을 토대로 새해 해외펀드에 대한 최적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안한다면.

“지역별로 자산의 몇%, 몇%를 배분하는 게 좋다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다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올해 선진국 시장 비중은 줄이되 이머징 마켓 비중을 더욱 늘리라는 점이다. 섹터펀드 등 부수적인 펀드를 잘 활용해 수익을 노리는 것도 바람직하다. 아울러 기대수익률은 다소 낮춰 잡는 게 좋을 듯하다. 전체적인 시장 불확실성을 감안해 보수적 관점에서 투자하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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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BC은행 본점을 찾은 투자자들이 해외펀드에 대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