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딸을 묻고 고통 받는 부모는 '자작극' 악성루머까지 시달려

실종 당시 양지승 양을 찾기 위해 배포한 전단.
지난 해 4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제주도 양지승(9) 어린이 실종사건. 국내에서 처음으로 ‘엠버 경고 시스템’이 발령됐고, 각 방송사는 공개수배 방송을 편성해 전국민의 관심을 호소했다.

또 국무회의 석상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양지승 어린이를 조속히 찾아달라”는 특별지시까지 내렸지만 끝내 지승 양은 사랑하는 가족들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실종된 지 40일 만에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지승 양. 부모들의 가슴은 무너져 내렸다.

“딸이 파렴치한에 의해 살해됐다는 현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모가 세상 천지 어디에 있겠습니까.”

지승 양의 부모에게 슬픔을 잊기 위해 견뎌낸 하루하루 시간들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살아있을 줄 알았던 딸이 주검으로 돌아왔을 때도, 이후 현장검증에서 살해범이 범행을 재현할 때도 지승 양의 부모는 충격으로 말조차 제대로 잇지 못했다. 지승 양의 어머니는 현장검증이 끝난 뒤 살해범을 태운 호송차에 매달려 가슴을 쥐어 뜯으며 참았던 슬픔을 토해냈다.

그러나 지승 양의 부모는 소중한 딸을 잃은 슬픔만큼이나 악성 루머로 인한 정식적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실종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지승 양 실종은 자작극’이라는 소문부터 ‘지승 양 실종의 배후는 가족이나 친척들’이라는 터무니 없는 루머들이 나돌기 시작한 것이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문들은 가족들에게 비수가 되어 꽂혔고, 아직까지도 상처로 남아있다.

“이번 일로 가족 모두 많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고, 인터넷도 하지 않고 있어요.”

지승 양의 아버지 양모(44)씨가 힘겹게 내뱉은 한 마디가 가슴을 파고든다.

사건 수사가 종결된 후 일주일 정도가 지나서야 동사무소를 찾아 지승 양의 사망신고를 한 양 씨 부부는 그날 지역 일간지 광고와 서귀포시 내 곳곳에 현수막을 통해 “내 아이라 생각하고 함께 걱정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 드린다”며 “여러분들이 아픔을 같이 나누어 주셔서 큰 힘이 됐다”는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지승이 동생이 있는데 친구와 선생님들이 신경을 많이 써 줘서 정상적으로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힘들지만 조금씩 이라도 일상생활로 돌아가야 겠죠.”

한편 지승 양 사건을 비통해 하기는 이웃주민도 마찬가지다. 김모(42)씨는 “멀리 떨어진 동네도 아니고 바로 집 앞에서 시신이 발견된 것이 지금 생각해도 믿기지 않는다”며 “당시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혜진이, 예슬이 사건이 또 발생해 아이를 키우는 같은 부모 입장에서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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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양지승 어린이가 다닌 제주 서귀북초등학교 3학년 교실. 지승양의 책상 위에 국화꽃과 함께 지승 양의 물건들이 놓여있다.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